에피소드_9864
오늘, 한 친구의 부고를 받았다.
일주일 전만 해도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새 그는 세상을 떠났다.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아직 함께 웃을 날이 남아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우리의 예측보다 빠르고,
죽음은 예고 없이 다가온다.
어느덧 내 나이의 언저리에서,
죽음이 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낀다.
오늘 아침, 나는 그 감각을 따라
죽음을 사유의 자리로 조용히 앉혀보았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그 사유가 현실이 되어 내게 찾아왔다.
우연이라 하기엔 묘한 인연 같고,
운명이라 하기엔 씁쓸한 동시성이었다.
순간, 이런 생각을 해버린 내 자신이
마치 그 죽음을 불러낸 듯하여 괜히 죄스러웠다.
나는 생과 사의 질서에 대해 사유해 본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
비슷한 풍경 속에서 함께 자라난 사람들.
그런데 왜 그들의 생은
서로 다른 시점에서, 다른 모양으로 끝나는 걸까.
죽음의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 예측 불가능함이야말로
삶이 가진 가장 근원적인 신비인지도 모른다.
뉴스에서 접하는 낯선 사람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곧 흩어진다.
그러나 나와 인연을 맺은 누군가의 죽음은
몸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그의 죽음 속에는 내 기억의 한 조각이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까운 이의 죽음은 곧 ‘나의 일부의 죽음’이기도 하다.
죽음은 언제나 슬픔을 남긴다.
하지만 그 슬픔은 무의미하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징표다.
이 풀리지 않는 숙제를 외면하지 않고
천천히 사유하는 일 —
그것이 죽음을 공부하는 이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