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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은 어디에서 오는가?

9726_자연이 아닌, 인간이 만든 이야기

by 인또삐

인간은 꽤 자주 이런 말을 한다.
“그건 자연스럽지 않아.”
“저건 옳지 않은 행동이지.”

마치 자연이 하늘에서 내려와
도덕 시험지에 정답 체크라도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연은 그런 시험 감독관이 아니다.
아니, 감독관은커녕 규칙표조차 들고 있지 않다.
자연에는 선악도 없고, 정의도 없다.

사자는 굶으면 사냥하고,
늑대는 새끼 때문에 싸우고,
제비는 계절 되면 남쪽으로 간다.

이 모든 행동의 이유는 단 하나—
윤리가 아니라 생존이다.


자연의 법칙만으로 인간 사회를 만든다면?

그림은 대충 이렇다.
남 도와주느라 힘 빠진 사람은 먼저 탈락하고,
약자는 살아남지 못하고,
느린 사람은 늘 뒤처진다.

그런데 인간은 이상한 종이다.
이 ‘자연의 룰’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는
약자를 도왔고,
부당함에 화를 냈고,
슬픔을 함께 견뎠다.

자연에는 없는 기능을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 이름이 도덕, 법, 그리고 이야기다.


자연스럽다 = 옳다 공식은 진짜 맞을까?

생각해 보자.
안경을 쓰는 순간 우리는 자연을 벗어난다.
백신을 맞는 순간 자연의 선택을 ‘수정’한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돕는 첨단 기기와 제도 역시
자연의 순리와는 거리감이 있다.

그렇다고 “비자연적이므로 틀렸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이게 인간다움이지.”라고 말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자연스러움이 옳음을 보장하지 않는다.
비자연스러움은 잘못의 증거가 아니다.

우리는
자연이 허락한 것 이상을 상상하고,
그 이상을 만들고,
그 이상을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종이다.


도덕은 본능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스토리

도덕은 태어날 때부터 내장되어 있지 않다.
배고픔과 공포는 본능이지만,
“그건 하면 안 돼”라는 기준은 협력을 위해 인간이 만든 장치다.

우리는 규범으로 서로를 보호하고,
법으로 삶의 리듬을 맞추고,
이야기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공유한다.

즉, 도덕은 자연이 주지 않은 기능—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합의된 서사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돌아온다

“그럼 누가 옳고 그름의 기준을 만드는가?”
정답은 너무 인간적이다.

우리가 만든다.

우리의 경험, 우리의 선택, 우리가 공유하는 이야기들이
한 시대의 도덕을 구성한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이야기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지 모른다.

옳고 그름은 고정된 진리가 아니라,
움직이는 서사,
인간이 서로 맞춰가며 만들어온
가장 오래되고 가장 인간적인 발명품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세계를 만들고,
다시 그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은
내일의 ‘옳고 그름’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또 하나 조용히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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