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인간을 어떻게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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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요즘 인공지능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꾸만 엉뚱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처음 인간을 마주한 동물들.
저 느리고, 연약해 보이는 존재가
훗날 이 세계의 규칙을 바꿀 거라고
과연 누가 예상했을까.


AI를 둘러싼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논쟁은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AGI가 언제 오느냐가 인간의 운명을 가른다는 말,
과장처럼 들리지만 완전히 허황되지는 않다.
나 역시 AI를 가까이에서 다루다 보니
이게 단순한 도구 이상의 무엇이라는 감각을
점점 더 자주 느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22년 ChatGPT가 등장했을 때
우리가 보였던 당혹감과 호기심은
인류가 처음 이동을 시작했을 때
자연이 인간을 바라보던 시선과
어쩌면 닮아 있지 않을까.


차이는 단 하나, 속도다.
인간이 생태계의 최상위로 올라서기까지는
수만 년이 걸렸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불과 몇 년 만에
언어를 이해하고, 사고를 모방하며,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렇게 빠른 진화 앞에서
인간은 결국 밀려나는 쪽이 될까?

하지만 역사는 한 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인간이 강해진 이유는
힘이 세서가 아니라
방향을 공유했기 때문이라는 것.
도구를 어떻게 쓸지,
규칙을 어떻게 만들지,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금지할지—
인간은 언제나 ‘합의’로 세계를 바꿔왔다.

AI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기술을 어떤 관계로 설계하느냐,
어떤 책임과 윤리를 입히느냐다.
지배하려 하면 위협이 되고,
함께 설계하면 확장이 된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동물의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니다.
새로운 지능 앞에 선
과거의 인간과 같은 위치에 있다.

이 존재를
포식자로 만들 것인가,
동반자로 남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존재로서.

자연 속 동물들은
인간을 선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아직은 선택할 시간이 있다.

미래가 우리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의 판단이 미래를 만든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공상도, 기술 담론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반드시 읽고,
생각하고, 토론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생존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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