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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내의 관심이 거의 전부 아이에게 향해 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느꼈다.
그 순간 서운함이 올라왔다.
이 감정이 유치한 질투인지, 오래 쌓인 외로움인지 나조차 헷갈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질문은 이것이었다.
왜 남편은 아내에게 사랑을 기대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을까?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는 순간,
우리는 감정을 내려놓고 ‘역할’로 살아가길 요구받는다.
가장은 단단해야 하고, 흔들리면 안 되며,
늘 이해하는 쪽이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 속에서.
물론 모성애는 숭고하다.
아이에게 쏟아지는 사랑이 문제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남편은 종종 배경으로 밀려난다.
경제적 책임자, 묵묵한 지원군, 고장 나지 않는 버팀목.
마치 감정은 옵션처럼 취급된다.
나 역시 이 문제로 아내와 여러 번 다퉜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늘 같았다.
“아직 아이가 어리잖아.”
맞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해와 감정은 다른 문제다.
이해한다고 해서 마음이 자동으로 정리되지는 않는다.
남편이 바라는 건 거창하지 않다.
아이와 같은 사랑도, 특별 대우도 아니다.
그저 가끔은
“오늘은 아빠가 먹고 싶은 걸로 할까?”
이 정도의 신호면 충분하다.
나는 여전히 가족 안에서
사랑받는 한 사람이라는 확인.
강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가장 조용하게 외로워진다.
말하지 않는다고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이 글을 쓰며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건 관심이 아니라 관계의 균형이었다는 걸.
아이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정이 아니라,
부부가 먼저 연결되고
그 위에 가족이 자라는 구조 말이다.
오늘 식탁에서
아이 이야기만 오간다면
남편에게 한 번만 먼저 물어보자.
“당신은 오늘 어땠어?”
그 질문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사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