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을 보면서, 문득 한 가지가 뼈처럼 박혔다.
중립은 결코 주목받지 못한다.
중도는 매력 없어 보이고, 회색은 늘 배경으로 밀려난다.
이건 정치 얘기만이 아니다.
지금 이 사회 전체가 그렇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왜 이제서야 제대로 본 걸까.
그렇게 오랫동안 애매함의 편에 서 있었으면서도
정작 그 애매함이 얼마나 불리한 위치인지,
나는 너무 오래, 너무 순진하게 몰랐다.
나는 한때 조용하지만 단단한 인상을 주는 한 정치인을 좋아했다.
말투는 어눌했지만, 그 안엔 진심이 느껴졌다.
자세는 어색했지만, 그 어색함이 오히려 솔직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정치를 거창한 권력이 아니라 삶의 선택처럼 말하던 사람이었다.
그를 처음 봤을 땐
"이런 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가 꼭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싸움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처음으로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나는 처음으로 정치라는 것에
감정이 아닌 생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어제 TV를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말은 더 어눌해졌고, 표정은 더 굳어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경험과 이력이 쌓였을 텐데,
왜 그는 더 설득력이 없어 보일까?
왜 대중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을까?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인간은 왜 중간을 사랑하지 않을까.
왜 우리는 늘 한쪽을 택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요즘 청소년, 대학생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잘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흔하다.
나는 그게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사실 삶은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꿈이 없다기보다,
아직 말을 붙일 만큼 충분히 살아보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이런 애매함을 불안정이라 부른다.
애매한 사람은 결단력이 없다고 하고,
모호한 태도는 신뢰를 잃는 길이라 한다.
확실함이 강요되는 시대.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 한쪽을 선택한다.
극단은 선명하고, 선명함은 시선을 끌고,
시선은 곧 영향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모호한 사람은, 정말 틀린 걸까?
회색은 영원히 변두리여야만 할까?
나는 지금도 회색을 좋아한다.
완전하지 않은 생각을 좋아하고,
정답보다 고민이 많은 사람을 더 신뢰한다.
한쪽에 서기보다
잠시 멈춰서 양쪽을 보는 태도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힘 아닐까.
중립은 매력적이지 않다.
중도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회색은 흔하게 보이지만 쉽게 선택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회색 속에 사람의 진짜 마음이 숨어 있다.
불안과 유연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결국 가장 인간다운 리더가 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