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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해마다 같은 질문이 돌아온다.
"교수님, 뭐부터 준비해야 붙을 수 있을까요?"
질문의 눈빛은 절박하고, 노트에는 이미 체크리스트가 빼곡하다. 자격증, 공모전 수상, 인턴 경험, 프로젝트 실적. 마치 칸을 다 채우면 합격이라는 문이 자동으로 열릴 것처럼.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그 믿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나 스스로도 그것이 옳다고 믿었다.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예상 면접 질문에 답변을 붙여 암기시켰다. 마지막엔 늘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첫인상, 자신감, 목소리 톤. 이것만 챙겨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틀리지 않았으니까. 다만, 충분하지 않았다.
최근 읽은 책 한 문장이 조용히 뒷통수를 쳤다.
스펙은 면접장까지 데려다주는 택시일 뿐이다.
순간 나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껏 학생들에게 택시를 고르는 법만 가르쳐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목적지에 내린 뒤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는 가르치지 않은 채.
면접은 정답을 맞히는 자리가 아니다. 사람을 읽는 자리다.
내가 지켜본 합격자들 중에는 스펙이 압도적이지 않은 학생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질문을 들을 때 표정이 흔들리지 않았다. 모르는 질문 앞에서 당황하는 대신 잠깐 숨을 골랐다.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회피하지 않았고, 그 직후에 어떻게 보완할지를 짧고 명확하게 말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면접관의 눈빛이 달라진다. '아, 이 사람이라면 같이 일해도 되겠다'는 신호. 그것은 스펙표에 없는 항목이다. 그러나 결국 회사가 뽑는 건 능력의 합이 아니라, 함께 일할 때의 온도다.
태도는 면접장에서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 약속을 지키는 습관, 팀 프로젝트에서 남의 말을 끝까지 듣는 인내, 피드백을 방어하지 않고 흡수하는 유연함. 이 일상의 결이 쌓여 어느 순간 한 사람의 분위기가 된다. 면접관이 읽는 것은 그 분위기다. 이력서의 행간이 아니라 말의 속도, 호흡, 눈을 마주치는 방식. 문장으로는 흉내 낼 수 있어도, 몸에 배지 않은 태도는 결국 표정에서 들통난다.
스펙은 복사된다. 자격증 이름이 같고, 인턴 경력이 비슷하고, 수상 실적이 겹친다. 그래서 다들 점점 더 닮아간다. 하지만 태도는 복사되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온 방식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학기부터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스펙은 준비됐나요?"가 아니라, "당신은 어떤 태도로 살아왔나요?"라고.
스펙은 입장권이다. 없으면 문 앞에 서지도 못한다. 하지만 입장권이 목적지가 될 수는 없다. 문을 여는 것과 문을 통과해 오래 걸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면접의 본질은 '말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순간에, 아주 작은 태도에서 이미 내려진다.
문을 여는 건 스펙이다. 하지만 그 문 너머에서 오래 걸어가는 사람은, 결국 태도가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