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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食의 정치학] 딤섬과 홍콩의 민주화

예만방(誉满房) / 홍콩

by 아틀라스

두 개의 혁명과 하나의 음식 문화

홍콩의 현대사는 두 개의 중요한 저항 운동으로 특징지어진다. 2014년의 '우산혁명'과 2019년의 '반송환법 시위'는 각각 다른 시기에 다른 계기로 촉발되었지만, 두 운동 모두 홍콩의 자치권과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홍콩인들의 열망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두 시기 모두, 홍콩의 대표적 음식 문화인 딤섬과 얌차(飲茶) 문화는 단순한 식도락을 넘어 정치적 표현과 연대의 매개체로 기능했다.


2014년, 홍콩의 거리에 수천 개의 노란 우산이 펼쳐졌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9년,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다시 한번 홍콩의 거리를 메웠다. 두 시위의 배경과 전개 양상은 달랐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격동의 시기 동안 홍콩의 음식 문화가 어떻게 저항과 정체성의 언어로 변모했는지이다.


1. 홍콩의 다양한 식음료 공간과 공공 영역으로서의 음식 문화

홍콩에서 식음료 공간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교류와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공적 영역으로 기능해왔다. 전통적인 차관(茶館)은 물론, 차찬텡(茶餐廳, 홍콩식 카페), 다이파동(大牌檔, 길거리 음식점), 현대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음료 공간은 홍콩인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차관이 전통적인 광동 요리와 딤섬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면, 차찬텡은 영국 식민 시대의 영향을 받아 동서양 음식을 융합한 독특한 홍콩 스타일의 카페다. 밀크티, 프렌치 토스트, 볶음밥 등을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제공하는 이곳은 다양한 계층의 홍콩인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다이파동은 길거리에 위치한 간이 식당으로,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와 함께 즐기는 해산물과 볶음 요리로 유명하다. 이러한 다양한 식음료 공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홍콩인들의 일상과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좌) 홍콩의 전형적인 차찬텡 모습 (우) 버터를 넣은 파인애플번(뽀뤄바오)와 밀크티


2014년 우산혁명 기간 동안, 시위 지역 주변의 여러 식당과 카페들은 시위대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음 행동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공간이 되었다. 특히 몽콕의 차찬텡들은 시위대에게 무료 밀크티와 샌드위치를 제공했고, 코즈웨이베이의 다이파동 운영자들은 시위대를 위해 따뜻한 식사를 준비했다. 애드미럴티 지역의 현대적 카페들은 와이파이와 충전 공간을 제공하며 시위대의 소통을 도왔다. 공개된 공간에서 민감한 시위 계획을 직접 논의하기는 어려웠지만, 이러한 다양한 식음료 공간들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 간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2019년 반송환법 시위 때는 식음료 공간의 역할이 더욱 정치화되었다. '황색 경제권'이라 불리는 친민주화 성향의 식당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공간들은 시위대를 위한 은신처이자 정보 교환의 장소로 활용되었다. 일부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시위대를 위한 무료 식사를 제공하거나,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시위대에게 임시 피난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2. 한 입에 담긴 홍콩의 정체성

홍콩에서 잠시 생활할 적에도 차찬텡과 다이파동은 내가 즐겨 찾는 장소들이었다. 특히, 지금은 사라졌지만 홍콩의 유명 배우 장국영이 즐겨찾는 장소로 유명했던 예만방(誉满房)은 외국인인 나에게도 홍콩의 정취와 식문화를 잘 보여주는 곳이었다.


예만방이 문 닫기 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먹었던 음식들


딤섬은 중국 남부에서 시작되었지만, 홍콩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영국 식민 통치의 영향과 국제 무역항으로서의 개방성은 홍콩 딤섬에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했다. 전통적인 광동 요리법에 서구의 영향이 더해진 퓨전 딤섬은 '일국양제'의 개념이 음식에 구현된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2014년 우산혁명 시기, 이러한 홍콩만의 독특한 딤섬 문화는 중국 본토와 구별되는 정체성의 상징으로 부각되었다.

港人治港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

민주화 세력이 주장하는 이 구호는 식문화에도 영향을 끼치며 2019년 시위 기간에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예를 들어, 시위 메시지가 담긴 '민주주의 월병'이 등장했고, 전통적인 딤섬 레시피에 노란색이나 검은색(시위의 상징색) 재료를 사용한 변형 메뉴가 일부 친민주화 성향의 음식점에서 판매되었다.


특히 차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얌차(飲茶)' 문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한 식사 문화를 넘어 홍콩인의 집단적 기억과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작은 대나무 바구니에 담긴 다양한 딤섬을 나누어 먹고, 여러 차례에 걸쳐 차를 마시며 긴 시간 대화를 나누는 이 의식은 공동체 의식과 합의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문화적 실천이었다.


3. 바구니에서 꺼낸 저항의 상징들

2014년 우산혁명 기간 동안 딤섬과 차 문화는 미묘한 방식으로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실제 홍콩의 전통적인 빵인 '파인애플 번'(菠蘿包)에 우산혁명의 상징인 노란 리본을 디자인으로 넣어 판매했던 '노란 리본 계란 커스터드 번'이 있었다. 이런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시위에 대한 지지를 암묵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되었다.


2019년 반송환법 시위 때는 음식을 통한 정치적 표현이 더욱 직접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중추절친민주화 성향의 음식점들은 "항쟁 월병"(抗争月饼)을 판매했다. 이 월병에는 "홍콩인, 함께 싸우자"(香港人, 加油)와 같은 시위 지지 메시지가 새겨져 있었다. 또 다른 인기 있던 사례로는 '진실'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진실 계란 타르트'가 있었다. 이는 시위대의 "진실을 요구한다"는 구호를 담은 상품이었다.


(좌) 월병 위에 "힘내라(加个油)"라는 뜻의 글자를 새긴 월병 (우) 월병 위에 不撤不散 (후퇴하지도, 흩어지지도 않는다)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실제로 많은 친민주화 성향의 음식점들은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시위를 지원했다. '천원 만두집'과 같은 식당은 매장 내에 612 시위 지원 기금을 위한 모금함을 설치했고, '카이찬 다인인'(开餐Dine Inn)은 매장 쇼윈도우에 시위 관련 포스터를 전시하고 내부에는 시위 구호를 붙여놓았다. 이런 식당들은 때로는 시위대에게 무료 물과 응급처치 용품을 제공하는 임시 '구호소' 역할을 하기도 했다.


4. 딤섬 경제의 정치화

2014년 우산혁명은 홍콩의 식당 지도에 영향을 미쳤지만, 2019년 반송환법 시위 때는 음식 소비의 정치화가 훨씬 더 분명하고 조직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맥심(Maxim's) 그룹은 이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홍콩의 대표적인 외식 기업인 맥심 그룹(중식 레스토랑, 베이커리, 카페 등 다양한 체인 보유)의 창업자 가족 구성원 애니 우(Annie Wu)가 공개적으로 친중 입장을 표명하고 시위대를 비판하면서 대규모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었다. 맥심의 딤섬 레스토랑 체인인 '맥심 팰리스(Maxim's Palace)' 앞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SNS에서는 "#맥심보이콧(#BoycottMaxim's)" 해시태그가 유행했다.


친중 행보를 보인 뒤 시위대의 습격을 받은 맥심 매장


반면, 시위를 지지하는 독립 식당들은 '황색 경제권'(黄店, 노란 가게)이라 불리는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었다. 실제로 2019년에는 'WhatsGap'이라는 모바일 앱이 개발되어, 친민주화 성향의 '황색' 식당과 친중 성향의 '청색' 식당을 구분해 소비자들이 정치적 성향에 맞게 식당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많은 홍콩인들은 자신의 음식 소비가 정치적 선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실천했다.


황색 경제권에 속한 식당들은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정치적 표현의 장이 되었다. 앞서 언급한 '천원 만두집'이나 '카이찬 다인인'과 같은 식당들은 매장 내부에 '레논 월'(시위 지지 메시지를 붙이는 벽)을 설치하거나 시위 관련 상품을 판매했다. 특히 '카이찬 다인인'의 사례는 주목할 만한데, 이 식당의 소유주는 원래 보석 사업을 하다가 2019년 3월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식당 사업을 시작했고, 성공 후 여러 지점으로 확장했다.


'황색 경제권'과 '청색 경제권'으로 나뉜 홍콩의 소비 지형은 음식 소비가 단순한 미각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임을 보여주었다. 일부 시민들은 친민주화 성향의 식당을 찾기 위해 평소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했다.


5. 2020년 국가보안법 이후: 침묵하는 딤섬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홍콩의 정치적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이 법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한했고, 이는 음식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메뉴나 음식은 대부분 사라졌고, '황색 경제권'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도 위험한 행위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이 음식을 통한 정치적 표현의 완전한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대신, 더욱 미묘하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저항의 메시지가 전달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특정 메뉴 조합이나 숫자를 활용한 주문 방식 등 암묵적인 코드가 발전했다. '8964'(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건)나 '721'(2019년 7월 21일 윈롱 사건) 같은 숫자가 담긴 주문은 정치적 연대의 표현이 되었다.


또한, 전통적인 딤섬 문화 자체가 홍콩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는 문화적 실천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단순히 딤섬을 먹는 행위, 전통적인 차관을 찾는 행위가 홍콩의 문화적 유산을 보존하려는 조용한 저항의 형태로 해석되기도 한다.


뜨거운 정체성의 열망

홍콩의 딤섬과 2014년 우산혁명, 그리고 2019년 반송환법 시위의 만남은 음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원을 넘어 정치적 표현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나무 찜통에서 올라오는 김처럼, 홍콩인들의 민주화와 정체성 보존에 대한 열망은 억압의 뚜껑을 뚫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다.


비록 2014년의 우산혁명과 2019년의 반송환법 시위 모두 홍콩인들이 바라던 직접적인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이 운동들은 홍콩인의 집단 기억과 정체성에 깊이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딤섬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저항과 희망, 그리고 정체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홍콩의 정치적 환경은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크게 변화했지만, 차관에서 나누는 딤섬의 전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제 공개적인 정치 토론은 줄었을지 모르지만, 딤섬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홍콩인들에게는 여전히 공동체 의식과 독특한 정체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문화적 실천으로 남아있다. 바삭한 춘권이 그 안에 다양한 재료를 감싸 안듯, 홍콩의 딤섬 문화는 복잡한 정치적 현실과 홍콩인의 열망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었다. 그리고 이 음식 문화가 존재하는 한, 그 안에 담긴 홍콩의 독특한 정신도 함께 보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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