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주간 홀로 생활

결혼 후 처음으로 장시간 홀로 지내다.

by Dr Kim

밤 11시 사우디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나와 있다.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5년간 사우디 생활에서 2021년 여름부터 매년 방학기간 동안 항상 가족과 다같이 한국 들어갔다가 같이 리야드로 왔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내가 먼저 한국에 들어가고, 먼저 리야드에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일주일 먼저 있었지만, 리야드는 약 3주 먼저 왔다.


8월 3일까지 모든 교수진은 학교로 복귀해야 해서 먼저 리야드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27일 개학이라 이번에는 한국에서 방학 끝날 때까지 지냈다.


나는 리야드로 돌아와서 교수진 웰컴 행사에 참석하고 3일 후 바로 라스베이거스로 출장을 떠났다. 일주일 라스베이거스 출장 끝나고 다시 리야드에 왔다. 그리고 바로 수많은 미팅과 이번학기 준비로 바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빴지만, 혼자였고 가족은 한국에 있었다.


3주가량 가족과 떨어져 지낸 것은 결혼하고 나서 처음이다. 우리 가족은 유난히 가능하면 같이 다니는 편인데, 올해는 사정상 홀로 오랫동안 있었다.


이렇게 혼자 있으면 대부분의 남편들은 편하고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하지만,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좀 고독했다. 이건 내 성향인 듯하다. 일할 때는 꽤 액티브하게 일하는 편인데 또 혼자 있으니 나가기 귀찮고, 먼저 연락하고 적극적으로 사람 만나는 성향도 아니다.


나는 아이들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말을 자주 한다. 내가 영어를 늦게 배우고 잘 못함에도, 이렇게 가족과 해외에 나와 있을 수 있는 건, 20여 년 전부터 상상하고 꿈꿔왔던 모습 덕분이다.


20대 중반 어느 TV프로그램에서 40대쯤 되는 남자가 집에서 홀로 라면 먹으며 해외로 가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에겐 상당히 뇌리에 남았다. 결혼도 안 했던 시기였지만 그때부터 가족이 해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같이 나갈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상상하고 준비했다.


20여 년 전의 상상이 감사하게도 지금은 현실이 되었고, 나는 상상의 힘을 매우 믿는다. 최근 유튜브 채널 하대 채널에서도 나와 비슷하게, 상상력의 힘을 강조하는 것을 봤다.


이제, 20여분 뒤에 가족이 리야드에 착륙한다.

3주간 혼자만의 생활도 끝나고 다시 가족이 모이는 것을 기대한다. 때로 북적대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나는 혼자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좋다.


일의 특성상 나보다 훨씬 더 오래 가족분들과 떨어져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우디도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그렇게 지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참 운이 좋고 이렇게 지낼 수 있음에 늘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에게도 가족과 떨어져 있던 3주 간의 시간은 참 글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묘한 시간이었다.


이제 글을 정리하고 입국장으로 마중 나가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