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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Aug 13. 2021

사우디아라비아 교수 시즌1 : 새로운 시작

중동 석유 부국인 사우디로의 첫걸음


2020년 6월의 끄트머리


대학원 박사 심사를 통과하고 서명을 받기 위해 대학원장님과 통화하다가, 원장님이 갑자기 "김 교수, 사우디 대학에 관심 있어요?" 하셨다. 내가 "네? 사우디요?"라고 하니, "사우디 대학에서 한국인 교수를 뽑는데 김 교수가 잘 맞을 것 같아서요"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네? 네.. 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고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의외로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인터넷에서 사우디 대학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온 것은 KAUST라는 대학이었다. 당시에는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마냥 추측으로 대학교를 찾아봤다.


다음날까지 와이프와 사우디 대학과 사우디 생활, 사우디에 대해 검색하고, 유튜브를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없었다. KAUST이지 않을까 하고 관련 영상을 보니 연구 환경이 엄청 좋아 보였다. 다만 위치가 수도가 아니라 제다 위쪽에 홍해 쪽이라서 아이들도 학교에 가야 하는 시점이라 근처에는 국제학교가 별로 안보였다. 대부분 국제학교가 수도 쪽에 많이 있었다. 그래서 와이프와 이야기 나눈 끝에 원장님께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달라고 해보자고 했다.


2020년 7월의 시작

대학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가족과 상의해 봤는데 괜찮을 것 같아서 한번 구체적인 대학교 정보를 소개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더니, 인터폴에서 일하는 지인이 소개해준 거라고 하시면서, 그쪽에서 연락을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카톡방이 만들어졌다. 두 분이 들어오셨는데 잘 아는 분들이었다. 두 분 중 인터폴에서 근무하는 지인이 이야기를 하면서 추천자를 찾는 대학은 나이프 대학이라고 했다. 내가 KAUST가 아니라 나이프 대학이라고요?라고 물었다.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다.


인터폴에 있는 지인은 과하게 나를 칭찬해주시면서 김 교수님 같은 분이면 한국을 대표하시기에 최고라고 치켜세워줬다. 나이프 대학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해주셨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대학이라고 하시고, 장차 중동의 허브 대학으로 키우려고 한다고 했다. 이미 인도와 호주에서 교수를 구했고, 미국에서도 2주에 한 번씩 비행기 타고 와서 강의한다고 했다. 다양성을 위해 꼭 한국에서도 한 명 모시고 싶다고 배경을 이야기해주셨다. 술을 좋아하시면 심심할 수도 있는 나라이지만, 중동 부자 국가답게 의료나 교육 등은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와이프도 아이들이 이제 곧 학교에 갈 나이 때라, 그렇지 않아도 잠시 1년 정도 해외로 나갈까 생각을 하던 참이었는데, 여러모로 괜찮을 것 같아서 진행해보겠다고 했다. 다행히도 미리 준비해둔 영문 이력서가 있어서 바로 전달드렸다. 이력서를 보시더니, 그쪽에서 바로 추천 이메일을 쓰겠다고 하셨다.


학교 이름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정보가 많지는 않았다. 영문으로 찾아보니 Naif Arab University for Security Sciences가 나왔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대학교. 나이프아랍안보과학대학교. 이때까지만 해도 참 생소했다. 반나절 뒤에 그쪽에서 이력서를 보더니, 조건을 수용해 주겠다고 바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왓츠앱을 쓰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일단 마음의 준비를 위해서 내일쯤 통화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왕국의 국기

1973년 3월 15일에 채택되었으며, 국기 가운데 있는 문자는 아랍어로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이다"라는 내용이다.

그 밑에 있는 칼은 사우디아라비아 초대 국왕인 이븐 사우드의 승리를 나타내며 이슬람교와 알라를 이교도 등 적대세력으로부터 사수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첫 번째 망한 인터뷰. 그리고 내무부 장관 인터뷰!?

인터뷰 부분은 이전 글에서 상세히 언급되어 있어서 여기서는 생략한다.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Start-Up과 같은 분위기와 폭풍 업무들. 그리고 알면 알 수록 대단한 NAUSS.


계약서에 사인하고, 며칠 후부터 언제 올 수 있냐고 9월부터 강의를 해달라고 급하게 요청이 왔다. 그리고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계획들이 엄청나게 큰 스케일이었다. 과연 그런 국제조직들이 학교에서 하자고 하는 계획대로 할까 와이프와 나는 반신 반의 했지만, 이후에 진행되는 회의들을 보면서 정말 이 정도 스케일의 일들을 하는 조직이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NAUSS는 외교 지위를 누리는 정부 간 국제기구이면서 대학교이다. NAUSS는 아랍 월드뿐 아니라, UN, 인터폴에까지도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사우디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사우디에 있는 친한 형한테 여러 가지 여쭤봤다. 기본적으로 비자받는데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사우디는 지금 코로나 때문에 국제학교가 언제 개학할지 모르고, 지금은 계속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1월에 입학하려면 늦어도 12월에는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신청하려면 사우디 거주 증인 이까마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했다. 참고로 미국 국제학교는 영어가 잘 안돼도 기다리기만 하면 들어가는데 문제가 없어도, 영국 국제학교 같은 경우에는 영어가 안되면 입학이 어렵다고 하셨다. 또한, 참고로 8세 미만 아이는 여자 아이 섹션에 다녀야 하는데 거기는 남자가 못 들어간다고 했다. 엄마가 아이들 인터뷰부터 상담까지 다 해야 한다고 하셨다. 다행히 와이프는 나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그건 안심되었다.


코로나로 막혀있는 국제선과 비자


2020년 3월부터 사우디로 들어가는 모든 국제선이 막혀있는 상황이었다. 10월에는 국제선이 열린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면서 문제는 취업 비자를 발급받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말씀하셨다. 킹 사우드 대학에 한국 교수님도 비자받기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하셔서 조금 걱정되었다. 그래도 사우디의 날씨는 10월부터는 우리나라 가을 날씨처럼 좋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취업하는 남자가 사우디에 입국하고 난 다름에 이까마 받는데 보통 1달 정도 걸리고, 그다음에 옐로 슬립이라고 하는 가족 비자 신청받는데 일반적으로 1달 정도 걸리고, 한국에서 가족들이 가족 비자 만드는데 2달 정도 걸릴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온라인으로도 안되고, 일단 본인 이까마(거주증)가 나와야 가족 비자 신청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자녀들 학교도 입학허가가 나와도 이까마가 있어야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하셨다. 가는 것도 산 넘어 산이었다.


2020년 9월 4일. 금요일


최종학력에 대한 문화원 인증, 외교부 인증 헛발질


9월 2일 영사관에서 영사님이 직접 전화 와서 대학교와 외교부 관련 내용을 영어로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사우디에 가신 분들께 다시 한번 진행하셨던 내용을 여쭤봤다. 사우디 대학교에서 발급된 비자번호가 포함된 레터가 왔지만, 최종학력에 대해 문화원/외교부 인증이 필요한 거였다. 그런 내용을 영사님이 영어로 설명해주셨던 건데, 내가 제대로 체크를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이해하고, 부랴부랴 결국 대행사를 통하기로 했다. 그리고 V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필요한 서류를 메일로 받았다. 금요일 오후 5시라서 급하게 필요한 서류를 모두 뽑아가지고 우체국에 가서 빠른 등기로 보냈다. 그리고 최소 필요한 서류가 이미 7월 12일에 계약서와 함께 모두 받아놓은 상태였는데, 대학교에서 받은 레터를 기다린다고 이 과정을 진작에 하지 못해서 아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문화원 인증이 보통 1~2주 걸린다고 하는데, 7월에 바로 정확히 알았으면, 좀 더 빨리 미리 받아 놓았을 텐데, 아쉬움을 안고 진행했다. 아직 국제선은 열리지 않았으니까라고 위안을 삼으며.


2020년 9월 17일. 목요일


영사관, 비자센터에서 연락.


아침에 가까운 경찰서에서 국제 운전면허증 발급 신청했다. 8,500원. 여권, 사진, 신분증, 신청서(비치되어 있음)를 작성했다. 2019년 9월 16일부터 영문 운전면허증도 발급된다고 안내가 되어 있어 여쭤봤다. 경찰서에서 신청하면 보름이 걸리고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신청하면 바로 나온단다. 총 34개 국가에서는 영문 운전 면허증만 있으면 운전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네. 아시아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포함 10개국, 유럽은 스위스, 영국 포함 7개국, 중동은 오만 1개. 10여분 정도 기다리니까 금방 발급되었다.


그리고 바로 학교로 가서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동시에 사우디문화원에서 전달한 학력조회에 대해 담당자에게 문의했다. 담당자와 통화해서 설명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담당자는 문화원에 보냈다고 했다. 집에 와서 서류를 차근이 살펴보니 최근 1년 치 경력이 빠져있어서 학교에 여러 번 문의한 결과 누락되어 있어서 다시 학교에 받으러 갔다. 학교에서는 서류를 문화원에 보내줬다는데, 사우디문화원에서는 서류를 받지 못했단다. 몇 번의 핑퐁 끝에 겨우 해결되었다.


저녁에는 재직증명서에 대해 Letter of Explanation을 작성하고, 영문 이력서도 다시 대사관 양식으로 재 작성했다. 이제 건강검진만 받고 그 결과서와 함께 기타 필요한 서류들을 외교부 영사 인증을 받으면 모든 서류는 끝난다.


밤에 학교 커리어팀 담당자가 전화가 왔다. 사우디 영사한테 가족도 함께 갈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그래서 나보고 내일 영사관에 연락해서 혹시 가능한지,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정말 많이 신경 써주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 느낀다.


2020년 9월 18일.


희소식! 가족 비자 발급 가능하다!


아침부터 관련 서류 준비한다고 바빴다. 피검사받으러 병원 가서 검사하고, 대학교에 가서 다시 경력증명서 발급받고, 그리고 서울역 쪽 여행사 가서 영사인증, 문화원 인증받은 최종 학력 서류받으러 가고. 그리고 병원에서 다시 연락. 어제저녁에 학교 커리어팀이 가족 비자 발급 관련해서 영사님과 통화했다고 알아보라고 연락해주셔서 여쭤봤다. 오후에 연락이 왔다. 이번에 가족 비자도 같이 발급해 준다고!


드디어 비자 센터에 접수!


9월 23일 수요일, 부랴부랴 사우디 비자센터에 왔다. 정부/취업/관용/거주용 비자는 82,300원, 비즈니스/가족 방문 비자는 195,100원이었다. 2018년 기사를 보니 사우디 복수비자가 180만 원에서 9만 원으로 대폭 인하가 되었다.

비자를 위한 사진에는 안경을 쓰면 안 된다고 해서 센터에서 바로 사진을 찍었다. 다행히 바로 된단다. 9시 10분에 접수했는데 6개월 만에 시스템을 구동시키는 거라서 업그레이도 해야 해서 수동으로 등록시킨다고 오래 걸린단다. 10시 47분에 와이프가 들어가서 진행했다. 비자 비용은 카드는 안된다고 해서 현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마침 지난 주말에 장모님이 주신 현금이 있어서 다행히 바로 현금을 냈다. 11시 가 훌쩍 넘어서 모든 업무가 처리되었다. 배가 고파서 바로 앞에 있는 통통 김밥집에서 김밥 샀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호떡집에서 호떡을 샀는데 맛있었다. 아이가 5세 7세였는데, 7세는 지문등록이 필요하고, 5세 아이는 지문등록이 필요 없었다. 무려 2시간가량 큰 문제없이 잘 기다려준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비자 접수 영수증에 우리가 족 비자 번호가 4개 찍혀있었다. 오후에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리고 항공편을 물어보던데, 학교에서 비자 나오면 바로 항공권 준다고 해서 아직 항공편은 모른다고 했고, 대략 다음 주 중반쯤에 갈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오후에 비자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드디어 받음!


오후 1시 39분 문자가 왔다. 귀하의 신청서가 사우디 아라비아 대사관/영사관에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44분쯤 비자가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 진짜 엄청 빠르다.. 물론 대학교에서 영사님께 직접 연락드리고, 사우디 외무부에서도 직접 영사에게 연락을 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통 며칠 걸린다고 들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지원자가 많이 없어서 더욱 빨리 진행해주신 것 같다. 진짜 감사한 일이다. 바로 센터로 가겠다고 연락을 드리고, 한 걸음에 달려갔다. 4시까지 오라고 해서 3시 45분에 들려서 가족 여권 4장 모두 다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


Work Visa와 Resident Visa.


일단 내 비자와 가족 비자 상에 내용이 좀 다르다. 와이프와 아이들은 Resident Visa로 Not Permitted to Work이라고 되어 있다. 나는 그런 말이 없다. 이미 벌써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비자에 있는 정보들이 궁금했다. 일단 영어로는 Date, Valid until, Name, Duration of Stay가 있다. 비자 발급 날짜, 유효기간, 내 이름, 거주 가능 기간, 그리고 아랍어로... 뭔가 많다. 정보가 1개, 2개, 3개, 4개, 5개, 6개, 7개, 8개, 9개, 10개, 11개의 :으로 구성된 정보들이 있다. 그리고 사진 밑에 아랍어와 가운데 밑에 또 아랍어가 있다. 구글 번역기 앱으로 번역해봤다. 가장 위에 있는 2개 정보는 날짜와 번호다. 아랍어로 된 숫자들. 날짜가 그런데 이상하다. 42/02/06?? 이건 이슬람력의 날짜인가 보다. 발급 날짜는 23/09/20인데, 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옆에는 숫자로 된 10자리. 그다음 5개는 숫자가 아닌, 아랍어다;; 출처, 종교, 직업, 목적. 구글 앱의 힘을 빌렸다. 세 번째 줄은 종교와 직업이네. 그리고 네 번째 줄은 목적인데 여기에 대학교 이름이 적혀있다. 여기 있는 아랍어는 좀 익숙하다. Naif Arab University for Security Sciences에서 근무.라고 번역되네. 그다음 줄에는 체류기간, 기록이 있고, 체류기간은 30일, 기록은 또 숫자다. 제일 마지막 줄에 있는 2개는 날짜와 문서라고 번역되고 숫자들이 있다. 그리고 내 사진 밑에 있는 아랍어는 승인자 이름이 적혀있네. 이제 조금 보인다.


9월 25일 금요일, 항공편 정보가 왔다. 그리고 업무 관련 메일도 왔다. 내가 알기로 금요일이면 사우디는 휴일로 알고 있는데, 너무 열심히 일하신다. 7월부터 느꼈지만, 인터넷을 봐도, 주변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사우디 사람들은 정말 일 별로 안 한다고 들었는데, NAUSS 사람들은 밤낮,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일하는 것 같다;;; 분명 오늘 휴일인데, 업무 메일 보내오고, 항공편도 알아보고 알려주고.. 정말 고맙긴 하다! 항공편은 에미레이트 항공을 알아봐 주네. 에미레이트 항공은 처음인데, 일단 회원 가입부터 하고. 현지에 있는 L 교수님 말로는 에티하드가 제일 안 좋다고, 학교에다가 대한항공을 요청해라고 하셔서 요청했다. 그런데 대한항공도 항공편이 없고 에미레이트로 공동 운항한다고 본거 같은데, 학교에서도 역시 알아보니 대한항공은 없어서 에미레이트 항공편을 보내줬다. 두바이에서 13시간가량 대기해야 해서, 한번 스탑오버 관련 내용을 찾아봤다.


항공권.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로!


9월 27일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어젯밤 9시에 학교 담당자가 왓츠앱으로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주말/휴일에도 왜 이렇게 열심히 일 하는 거지? 물론 우리는 정말 고맙지만.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과도할 정도로 많이 신경 써주는 것 같다는 생각. 원래 이게 정상인가? 어쨌든 음성 메시지를 들어보니, 학교에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를 해서 티켓을 끊어줄 수 있단다. 다만 그 차액은 내가 부담해야 하는데, 그렇게 진행하겠느냐고 물어봤다. 업그레이드 비용은 $6500불. 잠시 고민했고, 차액이 꽤 크긴 했지만, 4인 가족이 처음으로 해외에 장기간 일하기 위해 가는 것인 만큼, (마음속으로는) 내기로 결정했고, 이제 아침에 와이프가 일어나면 승인(?)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아침에 J가 고민을 좀 하더니,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NO! 무슨 비즈니스. 이코노미로 가야지. 할 텐데. 이번에는 웬일로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많은 짐들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항공편마다 다르지만, 이코노미는 23kg까지. 비즈니스는 40kg까지 가능했고, 짐도 10개(1개당 32kg 미만) 붙일 수 있었다. 비즈니스는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는 J. 비용은 꽤 나왔지만, 이번에 생각지 않았던 퇴직금도 많이 들어왔으니. 10년 동안 가족을 잘 뒷바라지해준 보답으로, 호강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코로나19 음성!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 드디어 출국!


2020년 10월 2일, 어젯밤에 검사했던 코로나19. 가족 모두 명지병원 응급실에 있는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했다. 1명당 약 23만 원 정도 들었다. 어젯밤 10시부터 NAUSS 내부 회의를 진행했다. 30분 예상했는데, 2시간이 훌쩍 넘겼다. 학과장이 고맙게도 한국은 늦은 시간이니 먼저 주무시고, 나머지는 사우디 쪽에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12시 넘어서 잠을 들었는데, 코로나 검사가 12시쯤 들어가서 6시간 걸린다고 해서, 언제 올지 계속 핸드폰을 잡고 있었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새벽 3시, 또 눈을 뜨니 새벽 3시 반.. 그러다가 새벽 5시 30분쯤 손에 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졸린 눈을 뜨고 유심히 문자를 봤는데 코로나19.. 문자였다. 얼른 열어보고 우리 가족 4명의 결과를 확인했다. 음성, 음성, 음성, 음성!! 드디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기분이다.


처음 사우디 대학이라는 정보를 접한 이후, 이력서 전달, 면접 3번, 연봉 조건 협상, 채용 진행, 고대 퇴사, 지인들 인사, 내 비자 진행, 가족 비자 진행, 항공권 예약/변경/재예약, 코로나19 검사, 자동차 매매, 집 정리 등등을 끝내고 95일 만에 사우디로 출국하게 되네.


황당한 케이스 발생. 겨우 해결? 코로나 영문 진단서 발급


아침 일찍 8시 안되어 집에서 나와서 8시 반쯤 명지병원 도착해서 응급실 쪽 선별 진료소 와서 결과 진단서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확인해보더니 좀 시간이 필요하다고 기다리라고 해서 차에서 약 1시간가량 기다렸다. 또다시 한 시간 가량 기다리는 중에 직원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전산상 문제를 겨우 해결했다. 난 8시 반에 병원에 왔는데 10시 반 넘어서야 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다. 차로 돌아와서 이름과 여권과 생년월일을 모두 봤고 문제없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왔다. 근데 문제없는 게 아니었다. 집에서 다시 와이프가 살펴보더니 내 생일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봤더니 정말 엉뚱한 날짜로 되어 있었다. 다시 오후에 들려서 재발급 겨우 받았다.


오후에 짐을 싸고, 짐을 또 싸고, 백화점 들려서 옷이랑 필요한 가방들 사고 드디어 7시가 조금 안되어서 쇼퍼 서비스로 EQ900 2대가 우리 집 바로 앞으로 왔다. 짐이 엄청 많아서 겨우 2대에 나눠 싣고 공항으로 왔다. 아들이 차를 타면서 우와 이렇게 좋은 차도 있어요? 이런 말을 여러 번 했다. 약 1시간 걸려 공항에 정말 편안하게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붙이는데, 붙이는 짐에는 마스크를 1도 넣어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풀어서 기내용 가방에 다시 옮겨놓았다. 마중 나온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보안게이트를 통과해서 들어왔다. 최종 보안게이트를 통과해서 출국 게이트로 갔다. 적막한 공항, 이렇게 우리 가족의 새로운 사우디아라비아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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