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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Oct 05. 2021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1년 생활

오늘은 참 바쁜 하루였다. 그리고 다음 주에 있을 강의 때문에 더 바쁜 하루다. 

하지만, 어제가 사우디에 온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래서 1년간의 사우디 생활에 대해 정리를 하고, 기록을 남기고 싶다. 


2020년 10월 3일.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 도착. 

2021년 10월 3일. 사우디에 온 지 365일째, 사막의 낯설기만 했던 리야드라는 이 도시가 이제 여러모로 많이 익숙해졌다. 


아이들도 많이 자랐다. 그리고 한 번씩 신체적으로 다쳐서 병원에 가기는 했지만, 고맙게도 크게 아픈 것 없이 즐겁게 잘 지내주고 있다. 가족들이 고맙게도 1년 동안 잘 지내주고 있다. 




[집과 아이들 교육]

2020년 10월에 대학교에 있는 조그마한 호텔에서 40여 일을 지내다가, 2020년 11월 초에 컴파운드로 옮기고, 거기서도 유치원을 보내지 않다가, 2020년 12월이 되어서야 컴파운드 내에 있는 Kindergarten에 보냈다. 영국 국제학교도 지원을 했고, 인터뷰를 보고 나서 잘 통과해서 2021년 9월부터 영국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것에 맞춰서 집도 컴파운드에서 영국 국제학교 바로 옆에 있는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컴파운드에서 월 500만 원씩 내던 거주비가 월 120만 원으로 대폭 절약되었다. 그리고 방학기간 동안 한국 가서 지내고, 한국에 있는 짐을 모두 사우디로 옮겨서 아파트에 우리가 한국에서 살면서 사용했던 침대, 책상, 피아노, 소파 등의 가구가 왔다. 이제 아파트에서 꽤 안락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점이 참 감사하다. 


[먹을 것]

처음 대학교에 지낼 때는 학교 레스토랑을 주로 이용했다. 그리고 와이프가 좋아하는 맛있는 커피 가게도 몇 군데 발견해서 단골로 다니고 있다. 더욱이 새로 이사한 아파트 가까이 아주 맛있는 커피숍이 생겨서 와이프가 좋아하고 있다. 식료품을 살 때는 주로 대형 몰에 있는 까르프나 다노브를 들리거나, 외식은 레스토랑에서 먹는데 치즈케이크 팩토리, 쉑쉑 버거, 텍사스 로드하우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가 있어서 주로 거기서 외식한다. 이제 직원들도 단골로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핑크베리와 같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좋아해서 먹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움 없이 오히려 맛있는 것들을 자주 먹을 수 있으면서 지내고 있다. 


[여행]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선도 한동안 막혔고, 여행을 다니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로 조심히 리야드 내에 있는 대형 몰 중심으로 다녔다. 초반에 댐이 있는 호수가를 가서 구경도 하고, 국립박물관 공원도 구경 다녔다. 한 번은 사우디 동부 담맘에 학교 관계자분 초대를 받아서 갔다 왔다. 2020 담맘/코바루에서 페르시아만 바다도 구경하고, 담맘에서 근무하는 교수님 댁 가족도 만났다. 2021년 9월에는 가족들과 함께 사우디 서부에 있는 젯다에 가서 RedSea(홍해)가 보이는 호텔에서 지내면서, 해산물도 먹고, 맛있는 식사도 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일과 사람]

2020년 10월 3일에 처음 학교 왔을 때는 내가 일하는 센터에 인도 친구 한 명이 있었다. 사실 이때는 아직 공식적으로 센터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정말 하나씩 맨땅에 헤딩하면서 준비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학교에서 준비한 Higher Diploma 프로그램도 처음 시작하는 거였다. 이후에 호주에서 교수가 조인하고, 미국 퍼듀 대학교에서 박사하고 합류한 교수, 노르웨이에서 경찰대학에서 20년 넘게 강의하고 나서 여기에 합류한 멤버, 본격적으로 합류한 센터장 등 동료 교수들과 이제 함께 하고 있고, 프로그램도 2년 차에 접어들어 학생들도 많이 들어왔다. 특히 여학생 비중이 높다. 2020년 10월, 11월에는 초기 셋업 하고, 원격에서 일을 시키고, 나도 강의 자료를 처음 준비하고, 학교 여러 부서 간의 관계도 잘 몰라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11월-12월은 정말 심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오죽하면 가족 모두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을 만큼 많이 힘든 시기였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가슴이 답답한 일도 많았고, 3개월도 안돼서 한국에 돌아가면 패배자라는 생각도 들 것 같고, 정말 심적으로 최고의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나니, 학교 관계자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조직도 알게 되었고, 1년 강의 사이클을 돌고 나니 강의 자료도 준비가 되어서 꽤 많이 여유로워졌다. 그 와중에 UNODC, INTERPOL, EUROPOL, EU, ITU 등과 협력하고, 미팅하고, 강의도 하면서 영어로 진행하는 회의나 교육도 한층 익숙해졌다. 논문도 여러 편을 썼고, 학교에서 보상 프로그램도 생겼고, 연구 지원 프로그램도 생겼다. 그리고 내 자리도 2-3평 남짓한 자그마한 독립 공간에서 그것의 2배가 되는 오피스로 자리가 확장되었다. 처음에는 작더라도 나만의 독립된 공간이 있어서 감사했고, 지금은 소파에 6명이나 앉을 수 있는 넓은 오피스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한 일이다. 무엇보다 초기 센터의 설립 멤버로서 센터가 안정화가 된 것과, 센터장과 동료들이 신뢰하고, 인정을 받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대학교 시설]

2020년 10월에는 대학교 호텔 근처도 공사 중이었고, 운동장도 다 파 뒤집어져 있고, 도서관도 공사 중이고, 학교 안 복도도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 운동장도 잔디로 모두 다 깔아져 있고, 도서관은 여전히 공사 중이고, 복도도 새로 다 정비하고, 전등도 모두 다 달고, 대학교 호텔 가는 길도 많이 정리해서 상당히 많이 깔끔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작년 10월에 왔을 때는 자동차가 없어서 매번 우버를 타고 다니고, 학교가 보안 시설이라 우버가 학교 안으로 못 들어와서 학교 앞에 내려서 한참 걸어서 호텔 숙소에 들어오곤 했는데, 한 달 안에 자동차 운전면허증 발급받고, 자동차도 구매해서, 가족들 모두 상당히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20년 10월에 올 때 아랍어는 하나도 몰랐지만, 지금은 아랍어 알파벳을 읽을 수 있고, 몇 마디 기본적인 인사는 아랍어로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의 1년+]

거주 공간도 이제 안락하게 정리가 되어서 집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고, 가능하면 외국인이 집을 살 수 있다고 하니, 아파트를 하나 사는 것도 알아보면 좋겠다. 아이들 교육도 1년 정도 더 지나면 둘 다 어느 정도 영어도 익숙해지고, 친구들도 사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먹는 것은 지금과 같이 괜찮은 레스토랑 다니고, 커피숍, 아이스크림 가게 등 디저트를 먹으면서 건강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다. 여행이 제일 목마른 부분인데, 두바이나, 바레인, 카타르 등 근교에 있는 국가들을 여행 다녀보면 좋겠고, 방학 때 타이밍이 된다면, 와이프가 가보고 싶어 하는 영국도 여행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다. 일과 사람은, 영어가 조금 더 익숙해지면 좋겠고, 아랍어도 조금 더 알아서 학교 공지나, 생활에 사용되는 단어들도 좀 더 알아서 눈과 귀가 더 열렸으면 좋겠다. 대학교에서 일도 센터가 점점 더 커져서 좋은 사람들이 더 들어오고, 센터의 비전, 대학교의 비전-아랍 국가들의 안보 과학, 이 하나씩 이뤄졌으면 좋겠다. 




바쁜 하루지만 한국에 있을 때와 비교해보면 또 그렇게 바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거의 매일 저녁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일이고, 내가 하는 일이 작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좀 더 나아가면 아랍 지역과, UN에서 하고자 하는 세계평화에도 아주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평소 꿈꿔왔던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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