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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Oct 27. 2021

사우디 아라비아 교수 첫 번째 주 이야기

사우디 아라비아의 설레고 긴장되는 첫 주.

2020년 10월 3일. 오후 12시 10분


따뜻한 배려의 좋은 첫인상.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두바이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1시간 40여분 비행을 끝으로 리야드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가 1번 열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내렸는데, Health Declaration 작성에서 이까마가 없어서 비워놓은 곳을 여권번호로 입력하라고 해서, 그거 입력하느라 약간 늦게 나왔다. 이까마 적는 곳에 이까마가 없으면 여권번호라도 적어놓으면 편할 듯하다. 입국 심사대에 사람이 없었다. 도착하니 아바야 입은 여성분이 입국 심사를 도와주셨는데 꽤 친절한 느낌이었다. 사람이 없어서 우리 가족은 두 개로 나눠서 지문 찍고 심사를 마쳤다. 여성분들은 검은색 아바야로 모두 가리고, 남성분은 흰색옷에 머리에 사우디 특유한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여기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구나 실감을 했다. 


짐을 찾고 밖으로 나가면 학교 관계자가 있을 줄 알았는데, 핸드 캐리 한 짐을 보안검색대에 통과시키고 기내에 붙인 짐을 찾는 곳에 이미 학교 관계자 두 분이 나와계셨다. 그리고 무거운 짐 20kg 8개를 공항 직원분이 모두 내려주고, 밖에 대기한 차량에 모두 실어주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일반 차량인 줄 알았다). 현지에 이미 교수로 근무하시는 L교수님이 알려준 대로, 공항 도착해서 여권으로 SIM 카드를 샀다. 공항에 와준 학교 직원인 나예프에게 물어보니, STC라고 하는 곳에 데려가 줬다. 거기서 Prepaid SIM 카드를 여권을 가지고 구입했다. 어떤 사람은 이까마 나와야지 된다고 하지만, 여권만 가지고도 SIM 카드를 구입할 수 있고, 이까마 나오고 난 이후에도, 통장 개설할 때도 이때 샀던 SIM 카드 번호로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항에 도착하면 바로 SIM 카드를 사는 것이 좋다. 


학교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학교 내 숙소에 잘 도착했다. 숙소는 계약 시 2 베드룸이라고 했는데, 가보니 학교 내 호텔 스위트룸(침실 1개 거실 1개) 3개 중에서 마음에 드는 2개를 고르란다. 한 집에 두방이 아니라 1 베드인 호텔 방을 2개 주는 거네. 그래도 우리 가족 4명이 지내기엔 충분했다.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온 168킬로의 짐들이 무색했지만.
그리고 식사도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제공해준다고 하고, 오후 2시쯤 학교 레스토랑에 가니 안쪽에 분위기 좋은 곳에 우리 가족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두바이 공항에서 환승할 때는 무거운 짐을 들고 계속 이리저리 다니면서 녹초가 되었는데, 리야드에 도착하고 나서 숙소까지, 그리고 식사까지 너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와이프도 어쩔 줄 몰라할 정도로 고마웠다. 


2020년 10월 4일. 

오후 되어서야 학교 담당자들의 지원으로 학교 계정을 발급받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숨통이 조금 트인다. 


리야드 도착 후 48시간 내에 코로나 검사받고 음성 나오면 자유. 

그래서 오늘 저녁에 급히 학교 택시를 타고 공항 근처 드라이브 스루에 가서 코로나 검사했다. 한 차에 2명밖에 안된다고 해서 일단 J와 같이 검사했다. 검사비를 물어보니 무료라고 한다. 다행히 코로나 검사를 무사히 끝내고 숙소로 오니 저녁 6시 반이 되었다. 7시에 식사를 하고, 너무 피곤해서 8시에 잠들었다. 아이들은 이미 6시부터 잠든 상태였다. 한국 시간으로 자정이니.. 많이 피곤했겠지. 아직 시차 적응을 못해서 비몽사몽. 


2020년 10월 5일 월요일.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새벽에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라고 받았다. 한국에서는 코로 검사했는데, 여기서는 혀를 내밀고 입 쪽에 검사했다. 이제 오늘 오후 12시 20분이면 자유의 몸이 된다. 


이까마 발급 준비 

이제 이까마(거주증)을 발급받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필요한 서류가 병원에서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냥 가면 되는 건지, 아니면 어떤 서류를 가지고 가야 하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까마는 사우디 내무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내무부 홈페이지를 보니 Iqama Issuance 메뉴가 있어서 들어가 보니, Absher라는 사이트로 이동한다. 승인된 메디컬 센터에서 건강검진과, 엔트르 넘버. 이번 코로나 검사할 때도 border number를 물어보던데. 나중에 알았지만, 입국할 때 입국심사대에서 아바야 입은 여성분이 여권에 어떤 아랍 숫자를 적어주는데, 그 10자리가 Border Number다. 병원 목록 중에서 여기랑 가까운 곳이, Ministry of National Guard - Health Affairs 가 있다. 오후에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HR과 이야기했는데 Medical Test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내일 오전 10시에 학교에서 차량으로 병원에 가족과 함께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STC 통신사, 드디어 매달 개통 

리야드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STC 심카드를 구매했다. 그리고 열심히 이것저것 하다가 문자 발송까지 되었는데 한동안 수신이 안되었다. 또 이것저것 만지다가 발신만 겨우 된 상태. 900번으로 물어보면 아랍 말이 나와서 학교 인터넷이 될 때까지는 무인도 생활이었다. 이후에 알아보니 mySTC 앱을 설치하면 상세 정보를 알 수 있네. 친한 형이 20리얄씩 100 리얄을 보내주셔서 Sawa Like를 가입했다. mySTC 앱은 꼭 설치!


그라나다 몰에서 아바야 구입

오후 늦게 우버를 타고 그라나다 몰에 갔다. 역시 엄청 큰 몰이었다. 거기서 J를 위한 아바야를 샀다. 그냥 봤을 때는 거기서 거기 같았는데, 아바야 매장에 가니 정말로 다양했다. J가 드디어 갑옷을 입었다. 그라나다 몰에 가니 여성들 혼자, 또는 두 명이서 남자 없이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전에 여성 혼자 못 나간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몰에 오니 완전 여성들 세상이었다. 그리고 아이들 장난감도 샀다. 올 때도 우버 불러서 학교까지 왔다. 보안 게이트 입구에서 내렸는데, 애들이 아직 시차 적응이 안돼서 둘 다 잠들어서 업고 집까지 뛰었더니 학교 내 순찰차가 보더니 누구냐고 물어봤다. 우리가 여기 산다고 하니 학교 호텔 리셉션으로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우리가 여기 사는지 확인해 보려고 하는 거였다. 일 열심히 잘하시는 듯. 오고 가는 길에 수많은 아랍어로 된 간판들을 보니 어서 아랍어 공부를 해서 봉사가 된 눈을 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10월 6일. 화요일

오늘도 새벽 2시가 안되어서 깼다. 한국은 오전 8시. 계속 뒤 치덕 하면서 잠이 깨서 어제 전달받은 메일이 생각났다. 11월에 있을 콘퍼런스 관련해서 우리가 참여해야 하는데, 그것을 준비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해야 할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J가 연락 왔다. YW가 오빠 방으로 가고 있다고. 업무는 잠시 홀딩. 둘째 데리고 다시 엄마방으로 데리고 나가는데 새벽 밤하늘에 보이는 달과 별이 정말 맑게 보였다. 오늘부터는 할 일이 많아서 노트북을 챙겨서 두 번째 방으로 와서 둘째와 이야기 나누면서 틈틈이 콘퍼런스를 위한 발표 내용 구성중이다. 아카데미아 관점에서 논문들도 많이 찾아보는 중. 새벽 4시에 둘째는 다시 다행히 자러 가고, 논문과 연구 보고서들을 여러 개 읽다가 새벽 5시 되니 정말 졸리네. 


인터폴/한국 경찰 계급

업무상 연락할 일이 있어서 담당 전문가분들을 접하고 있는데 경찰 직급은 익숙지 않아서 좀 찾아보고 있다. 

의경(이경-일경-상경-수경) < 순경 < 경장(8급) < 경사(7급) < 경위(6급 을), 간부급 < 경감(6급 갑), 일선 경찰서 팀장급 < 경정(5급) < 총경(4급), 경찰의 꽃, 경찰서장 < (경무관 < 치안감 < 치안정감 < 치안총감)=장군급 


이까마 발급 위한 건강 검진 

오전 10시에 학교 호텔 앞에 학교 택시를 타고 이까마 발급을 위해 병원에 들렸다. Aali라는 사우디 현지인이 운전해줬는데 정말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대화 나눠주면서 재미있게 다녔다. 현지인만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Clinic에 들려서 527 리얄을 주고 4명 이까마 건강 검진을 받았다. 피검사, 엑스레이 검사, 대소변 검사를 무사히(?) 마쳤다. 5살, 7살 아이는 따로 검사들을 하지 않고, 키와 몸무게만 쟀다. 그 정도만 해도 이까마 나오는데 문제없다고 했다. J는 하나가 잘 안돼서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검사비가 현금이 부족해서 알리가 대신 카드로 결제해줬다. 그리고 끝나고 환전이 필요하다고 하니 알리가 또 현지인만이 알 수 있을 만한 곳으로 가서 현금을 충분히 환전하고 알리에게 빌린 것을 줬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알리가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과 과자도 사줬다. 지금까지 만난 사우디 사람들은 다들 정말 잘 웃고 다들 많이 친절하다. 


오피스 방문 및 처음으로 학생들과 오프라인 대면 

10시에 학교에서 출발하기 전에 오전 9시쯤 오피스로 갔다. 호텔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사무실이다. 지금 리모델링 마무리하고 있어서 사무실 배정받고, 네트워크 포렌식 랩도 방문했다. 센터 동료와 함께 미팅을 하고 10시에 이까마 발급을 위해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오늘 학생 중 3명은 아직 사우디에 오지 못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할까 하다가, 그래도 여기 와 있는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수업은 하되, 오프라인으로도 학생들 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우디 학생들이 열정이 넘치고 열심히 들었다. 질문도 많이 하고 수업과 실습 내용에 많이 흥미로워했다. 


수업 끝나고 숙소 오는 길에 한 학생을 만났다. 바로 우리 숙소 위에 지내고 있단다. 시끄럽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동안 아무도 없는 거 같아서 외로웠는데 이제 사람 사는 거 같아서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그리고 디지털 포렌식 고등과정을 가르치는 곳이 사우디 전체에서 여기가 유일하다고 해서 본인도 고향에서 차로 6시간 걸리는 이곳에 와서 공부한다고 했다.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많다고 내 수업이 정말 유익하고 도움되는데 평가가 70 이하로 받으면 fail이라고 B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공부 범위가 많으니 미리 공부할 자료들이나 복습 문제들을 알려주면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한다. 정말 열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인 거 같다. 영어도 정말 잘하고.

저녁 7시 넘으니 체력이 고갈되어 힘들었는데. 한번 학교 숙소에서 J가 To You 앱을 통해 배달시켜봤다. 음식 준비, 배송, 도착 과정을 앱으로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배달에 성공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단 학교 정문은 막혀있고, 옆으로 길에도 보안 가드가 차량 통제를 해서 보안 게이트까지 직접 나가서 받아야 했다. 음식 가지고 오니 J가 오늘 아침에 만난 튀니지 출신 나랑 같은 대학 교수가 자기 딸 10대 후반 데리고 소개하러 왔다고 했다. 프랑스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이제 점점 여기 분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아이들이 여기 시간으로 9시쯤 잠들어서 J와 함께 학교를 산책하면서 이곳저곳 구경을 했다. 


공부할 게 정말 많다.. 알아야 할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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