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Kim Nov 18. 2021

사우디 거주증(이까마) 발급  

2020년 10월 8일. 사우디 온 지 6일째

어젯밤에는 아들이 내 방에 와서 잤다. 새벽 3시 조금 넘어 일어났는데 다음 주 강의 자료를 오늘 내에 만들려고 계획했다. 아직 아들이 곤이 자고 있어서 거실 쪽으로 나와서 소파에 앉아서 6시까지 강의자료 만들었다. 5시 조금 넘으니 둘째 딸이 방문을 열고 와서 같이 놀면서 틈틈이 강의자료를 만들었다. 근데 불편하게 소파에서 강의자료를 2시간 넘게 움직이지도 않고 만들어서 그런지 허리가 아파서 걸을 때마다 좀 통증이 생긴다.


오늘 아침은 학교 식당에서 먹었다. 2인분만 시켜도 되기 때문에 두 명 분 20 리얄을 주고 아침을 먹었다.


둘째가 좀 건조해서 그런지 눈 주변이 붉다. 좀 걱정이네. 오전에 모하메드 만나서 비즈니스 차액 주려고 했는데 HR팀 담당자가 지금 자리에 없어서 다음에 주기로 했다. 그리고 모하메드와 동료 한 명과 학교 곳곳을 소개받았다. 정말 다들 친절했다. 40년 된 학교인데 작년부터 총장이 학교 전체 리모델링하고 있어서 좀 정신없겠지만 1년 지나면 정말 달라질 거라고 한다. 그리고 학교에 gym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아이들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한 달 뒤쯤 공사 끝나면).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50 리얄을 내고 2인분 시켜 먹었다. 점심 후에 같은 팀 인도 테크니션 친구와 미팅을 하고, 2시 반에 끝났는데 정말 다들 2시쯤 되니 퇴근하는 거 같네.


오후 5시까지 열심히 일하고 5분 거리에 있는 숙소에 왔다. 좀 피곤해서 잠시 자고 7시쯤 일어나 밖에 나가려고 했는데 아직 차가 없어서 나가지 못하고 저녁에는 집에 있었다. 저녁에 애들과 아랍어 공부를 조금 했다. 간단한 인사말 정도. 여기에서 이제 잘 지내려면 영어와 함께 아랍어도 공부해야 하니까.


2020년 10월 9일. 

새벽 5시쯤 일어나서 한국에서 밀린 일을 좀 했다. 금요일은 이나라 휴일이고 금요일 오전은 다들 모여 모스크를 주로 가기 때문에 오전에 문 연 가게나 레스토랑, 몰이 없네. 주로 오후 4시에 큰 몰들은 열고 동네 레스토랑도 점심 12시 지나서 주로 문을 여는구나.

숙소에 있는 잔디에 물 뿌려주는 기계를 보니 무지개가 나왔다. 아이들에게 무지개가 생성되는 원리를 같이 공부했다. 물방울과 빛이 합쳐서 생기는 무지개 원리. 빛의 굴절. 빛이 모두 모이면 흰색 되는 것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학교에 대해서도 조금 공부했다. 


오후에는 우버를 타고 그라나다 몰에 와서 아이들 아이스크림 사주고, 까르프가서 주스랑 몇 가지 사고 100달러 주고 잔돈은 리얄로 받았다. 까르프는 물건을 사고, 달러를 내면 남은 돈을 현지 돈은 리얄로 바꿔준다. 달러와 리얄이 고정된 환율이라서 가능한 구조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Nandos에 와서 식사를 했다. 2층에는 놀이공원이 있었다. 꽤 큰 규모의 실내 놀이 파크였다. 카드를 먼저 사서 각 게임마다 결제하는 방식인데 행사 중이어서 355 리얄로 800 리얄만큼 플레이할 수 있는 카드를 샀다. 애들이 사우디 리야드 와서 처음으로 재미있게 애들 수준에 맞게 즐길 수 있게 된 듯해서 고마웠다. 


2020년 10월 10일. 

핸드폰이 깨진 날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7시에 둘째가 우리 방에 왔다. 정말 일찍 일어난다. 오늘은 새벽 두 시, 세시, 네시에 자꾸 깼다. 새벽에 깨서 2014년 연말에 오신 이교수 님 블로그를 사우디 온 지 1년 치 기록을 읽었다. 정말 초반에 고생이 참 많으셨던 것 같고 그런 기록들이 나도 초반에 해야 할 일들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시간이 지났을 때 기억을 되살릴 겸, 혹여 누군가가 사우디에 오게 될 때 참고하기 위해 도움이 될 겸해서 매일 기록을 남기고 있다. 


아침에 학교 숙소 근처 산책했다. 집 바로 앞 정원에 물을 주는 분이 둘째한테 예쁜 꽃을 꺾어 주면서 향이 좋다고 했다. J에게 주니까 향이 좋은지 알고 있었다. 귀한 꽃이라고. 둘째가 꽃에 물 주시는 분이 정말 착하신 거 같다고 하네. 사막에 도시를 만든 것에도 불구하고 꽃과 나무들이 잘 자라는 것은 엄청난 물과 관심 덕분인 것 같네.


오전에 집에서 놀다가 점심때쯤 나킬 몰(Nakheel mall)에 갔다. 우버 불렀는데 한대가 그냥 가버리고 더운데 서 있다가 다른 우버를 불렀다. 잠시 그늘에 있다가 다시 나가는 중에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우버 타고 나킬 몰에 가니 애플 제품을 파는 알파가 있어서 아이폰 사려고 했는데 직원이 3일 뒤면, 새로운 아이폰 12가 나온다고 한다. 그때 되면 행사 많이 한다고. 근데 그때 내 핸드폰 뒷면이 완전히 깨져버린 걸 발견했다. 급한 대로 비닐에 핸드폰을 넣어서 사용 중이다. 3일만 잘 버텨보자. 1층에서 프라페 시켜먹고, 2층 올라가니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이 있었다. BILLYBEEZ. 애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러 간절히 원하길래 물어보니 2명에 약 6만 원. 하루 종일 무제한. 뭔가 그라나다 몰 보다 좀 더 나킬 몰이 세련된 느낌이다. 1층에도 자그마한 분수들도 많고. 핸드폰이 깨져서 슬프지만 먼 타지까지 온다고 고생한 아이들이 그래도 신나게 놀 수 있게 되니 출혈이 있어도 뿌듯하긴 하다.


집에 와서 저녁에 학교 교내 산책을 했다. 첫 째가 배 아프다고 해서 밖에 나가서 슈퍼 들릴까 하다 집에서 밥을 해서 먹었다. 집에서 밥을 준비하는 시간에 아이들과 부르마불을 했다. 밥이 다되 먹는 중에 첫째가 다 먹고 나서 구토를 하려고 했다. 하지는 않았지만 종종 그래서 좀 신경 쓰인다.


2020년 10월 11일. 이까마, 학교 ID 신청 

오전에 학교 어드미션에 이까마 진행 요청하러 왔다. 모하메드가 우리는 내무부 시스템에 바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까마 갱신, 재발급 등등 모든 것들을 다른 장소에 갈 필요 없이 여기서 바로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까마 발급받는 게 진짜 힘들고 오래 걸린다고 들었는데. 정말 행운이고 이러한 복을 더욱 주변에 베풀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오늘 아니면 아마 내일쯤 이까마 받을 수 있을 거란다. 먼저 내 이까마가 나오면 그다음에 내가 가족 이까마를 발행하면 된단다.


학교 ID 발급을 위해 학교 내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그리고 이제 내 오피스 전화가 개통되었다. 내일은 부총장님과 오전에 미팅이 있단다. 이번 주부터 뭔가 본격적인 학교 구성원으로 일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오후에 같은 센터에 있는 마리엄 교수를 만났다. 4년 전에 알제리에서 여기 대학교에 오신 교수님인데 매우 친절했다. 알제리와 프랑스에 있을 때는 매우 자유로웠는데 4년 전 여기 왔을 때는 매우 엄격해서 초반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그런데 4년 동안도 매우 많이 변화하고 있어서 지금은 꽤 괜찮다고 말해줬다. 마리엄 교수님 오피스에 가서 아흐메드 교수님도 만났다. 아흐메드 교수님은 이집트에서 오신 분이다. 또 다른 교수님을 소개받았다. 그 교수님은 요르단 출신으로 독일에서 10년 이상 계시다가 오셨다고 한다. 한국에서 교수할 때는 대부분 한국인들이었는데, 여기오니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오시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그라나다 몰에 와서 몇 가지 놀이기구와 게임을 했다. 피곤하긴 했지만 아이들이 매일 오고 싶다고 할 만큼 재미있어하고 즐거워해서 다행이다.


2020년 10월 12일. 

8시 안돼서 오피스룸에 도착해서 오늘 할 일들 좀 정리했다. 어드민 부서에 가서 영문으로 된  계약서를 받았다. 7월 7일 초기 오퍼, 7월 14일 싸인 된 오퍼, 그리고 10월 4일 본격적인 work starting date. 내용을 보고 큰 문제가 없어서 사인했다. 그리고 가족 여권과 사진을 달란다. 혹시 가족 이까마도 함께 나올 수 있는지 알아본다고 했다. 정말 사우디는 대부분의 분들이 절차도 오래 걸리고 사람들이 일 안 한다고 하는데, 예외는 있나 보다. 이 사람들 정말 바쁘게 많이 일 하는 거 같다. 메디컬 체크 결과도 알아서 받고 처리해주고 가족 이까마도 말 안 해도 먼저 한번 알아봐 준다고 그러고. 여러 번 놀란다. 오후에는 가족들 보험이 모두 가입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오늘 어드민 부서 사람들이 우리 가족 이까마 발급 등으로 서로 엄청 많이 이야기 나누던데 하나도 알아듣지 못해서 어서 아랍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2020년 10월 13일. 사우디 도착 11일째. 

어제는 10시쯤 일찍 자서 그런지 아침 5시 40분에 일어났다. 창문 밖으로 새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문 듯, J가 여기 와서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었던 게 한국에서는 1층 아파트 살 때 거실 밖으로 나있는 도로에서 차들이 다니는 소리, 길 건너 24시간 편의점에서 새벽에 떠드는 소리에 신경 쓰여 늘 잠을 편안히 못 잤었는데, 여기는 정말 고요하고 조용하고 아침 되면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는 건 사우디 생활의 장단점 중 분명한 장점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점은 요 며칠간 아빠 엄마와 하루 종일 지내고, 여기서 나름의 문화생활과 오락거리를 즐기면서 행복해하고 있는 점이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 나는, 원하던 다양한 국적의 전문가들과의 만남과 업무상 교류를 통해 한 발짝 글로벌 무대에 내 존재를 알리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새벽 6시 20분, 한국에서 날아온 비오비 팀의 1차 발표 준비 자료를 보고 피드백을 해줬다. 꽤 열심히 잘 만들고 있는 거 같아 다행이네. 새벽 6시 50분. AI 보안팀 플젝도 관련 논문 초안 검토 의견 보내줬다.


아침 7시 25분 방에서 나왔다. 7시 28분 오피스 룸 도착. 일찍 나오는 건 아직 여기 생활에 대한 긴장감이 있기 때문인 듯. 할 일이 정말 많기도 하고.

오전에 어드민에 연락하니 이까마는 모든 절차는 다 끝났고 아마 오늘 중에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마지막에 인샬라라고 말을 했다. 인샬라. 꽤 많이 본 표현인데 실제로 처음 들었다. 오전에는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평가하는 중. 아직 절대 평가인지 상대평가인지 몰라서 문의도 한 상태. 학생들에게 평가는 정말 중요한 것이니.


점심때 가족과 레스토랑에서 먹는데 음성 문자가 왔다. 이까마가 준비되었다는 거였다. 점심 먹고 어드민 부서에 가족과 다 같이 갔다. 여권과 함께 내 이까마.... 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이까마가 다 들어있었다.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고. 인사할 때 카이파 할룩이라고 하니 왈 함두릴라라고 답해줬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아랍 말을 하다니 하면서 좀 놀라워했다. 어서 배워야지. 이까마 가족 모두 발급은 정말 놀랍고 고마웠다. 다음으로 absher 사이트에 등록하고 뱅크 계좌 열고 우리 가족의 편안한 이동을 위해 차를 사야겠다. 


오늘 6번째 강의를 무사히 잘 마치고 집에 왔다. 룸이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 L형한테 이까마 받았다고 이야기하니 그럼 absher 사이트에 가입하고 absher machine에 가서 물리적으로 등록해야 한단다. 숙소에서 그나마 가까운 리야드 몰에 가서 조금 헤매다가 기계를 겨우 찾아서 지문도 인증받고 이까마 승인받았다. 애들이 배고파해서 나킬 몰(Nakheel mall)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KUDU에서 키즈밀을 시키고 중국집에서 하나 시켜 먹었다. 그리고 absher사이트에서 몇 번 로그인 로그아웃을 거쳐 제대로 로그인되었다. 로그인하니 가족 3명에 대한 정보들도 같이 보였다.


밤 9시 반쯤 우버를 타고 숙소로 왔다. 우리 숙소가 보안게이트를 지나야 있기 때문에 오는 길에 stop이라는 표시판이 여러 개 있다. 매번 우버 기사가 이 길을 들어올 때 좀 흠칫하면서 조심하는 게 느껴진다. 보안요원이 있는 곳에 내려서 인사하고 (이제는 붙잡지 않는다), 애들도 천진난만하게 보안요원들에게 인사 잘한다. 그들도 인사를 친절히 받아주고. 집에 와서 애들에게 책을 여러 권 읽어주고 첫 째 데리고 내 방에서 같이 잠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우디 아라비아 교수 첫 번째 주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