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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Dec 16. 2021

사우디 교수 생활 2주 째

여전히 시차 적응 안 되는 시기

사우디에 온 지 12일 째다. 

오늘은 Vice president와 학과장과 만날 예정이지만 사우디에서 조금 겪어보니 언제까지나 예정이다. 아침에 잠시 아랍어 알파벳 공부를 했다. 오늘은 뱅크 어카운트를 개설하고 첫째 학교 지원금이랑 관련 서류를 메일로 보내는 게 가족의 중요한 일중 하나다.


자녀들이 다닐 학교로부터 입학 신청하려면 525 리얄을 내라고 메일을 받고 왔는데, 도착해서 보니 VAT를 붙어서 575불을 현금으로 내라고 한다. 그리고 Assessment fee로 1175 리얄을 내라고 해서 메일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서 좀 당혹했다. 여기 어드미션 담당자가 실수한 거라고, 잘못 알려준 거라고 한다. 처음 국제학교에 보내다 보니 학교 들어가기 전에 어떤 비용들이 나가는지 정보가 없다 보니, 서로 조금 오해가 발생했다. 


사우디에 지내고 있던 형이 몰 안에 은행이 있다고 알려줬다. 학교에서 받은 셀러리 레터와 이까마를 가지고 왔는데 내셔널 주소를 등록해야 하는데, 등록을 안 하고 가서 뱅킹 계좌를 만들지 못했다. 저녁에는 7년 전쯤에 사우디 리야드에 오신 한인 교수님들과 함께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나눴는데, 정말 7년 전에는 더욱 좌충우돌하신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오 박사님이 나보고 왕을 위한 홀로그램 영화를 추천해 주셔서 학교 호텔로 돌아와서 영화를 봤다. 사우디에 있지 않았으면 별로 와닿지 않을 것 같았는데, 여기 있다 보니 많은 내용들이 와닿았다. 그리고 뜬끔없이 메일이 와서 11월에 글로벌 콘퍼런스에 나를 추천했다고 준비해라고 한다. 여기 온 지 2주 도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뭔가 첫 이미지가 중요하니까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사우디 온 지 2주째. 

학교 동료 차를 얻어 타고 근처 리야드 뱅크에 갔더니 내셔널 주소가 필요하다고 해서 근처 사우디 포스트에 가서 내셔널 주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은행에 가서 드디어 뱅크 계좌를 개설했다. 이제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 돌아오니, 11월에 내가 참여할 콘퍼런스가 INTERPOL, EUROPOL, Basel Institute on Governance라고 하는 상당히 권위 있는 기관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는 글로벌 콘퍼런스였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잘 준비해야지라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한국에서는 계속 학생들 멘토링 하던 것을 도와주고 있다. 주말에는 4시간 정도 한국 학생들 프로젝트하는 것을 지도하고, 주중에는 여기 일을 하고, 틈틈이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느낌이 묘했는데, 코피가 났다. 다행히 느낌이 올 때 지혈해서 금방 그쳤다.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었는지 아니면 할 일이 많아서 그런지 새벽 2-3시에 보통 눈이 뜨여진다.  이제 우리 가족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자동차를 사는 것이다. 중고차를 살지, 새 차를 살지 고민하다가, 여기 사우디는 중고차는 믿기 힘들다고 해서 조금 무리해서 새 차를 사기로 결정했다. 10월 중순이 넘어가니 저녁에는 날씨가 서늘해서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가족과 함께 종종 학교 교정을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학교는 곳곳에 공사가 한창이다. 


계속 새벽 3시쯤 일어난다. 강의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영어로 된 강의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한글로 된 강의자료를 만들다 보니, 영어로 된 강의자료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최대한 실습을 곁들이기 위해 강의를 어떻게 잘 만들까 고민을 많이 했다. 새벽 6시까지 학생들에게 도움 될 만한 자료를 찾고 실습을 추가했다. UNODC, 유로폴, 인터폴 보고서를 통해 전개를 들어가고, 이후에 Cybercrime 기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DoS, DDoS, Malware 중심으로 실습을 준비했다. 일단 3시간 정도 준비해서 실습이 중요한 강의 1시간 분량 확보 완료. 이제 Malware 강의자료 작성 부분이 남았다. 아직 아들은 방에서 콜콜 잘 자고, 새벽에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씨끄럽게 들렸고, 4시쯤엔 바로 옆 모스크에서 기도 소리가 들렸지만, 그저 이젠 배경음악으로 생각하며 강의자료를 만들었다.


여기는 다들 8시쯤에 출근하시는 것 같아서 비슷한 시간에 출근했다. 한국에서는 보통 수업이 있는 날이 아니면 굉장히 자유롭게 지냈는데,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만 학교 가고 대부분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냈었다. 아침은 오늘 다들 피곤한지 늦게 일어나서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빵 3개를 사서 먹었는데, 역시 맛있고 값이 착하다. 


그런데 여기는 아직 초기이기도 하고, 할 일도 많기도 하고, 눈치는 아니지만 초반에 좋은 모습과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부지런히 매일 출근하고 있다. 주요하게 해야 할 일은 인터폴 콘퍼런스 발표 자료 업데이트와, 해외 송금 알아보기, 그리고 어제 Vice President가 오늘이나 조만간 President 만나는 일정 잡자고 해서 언제가 될지 몰라 계속 기다렸다. 


사우디 온 지 18일째, 오전에도 열심히 일하고 점심은 가족과 함께 학교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오후에 강의 자료 만들고, 오늘 오후에 강의가 있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실습이 많이 들어가서 학생들이 좋아했다. 수업 끝나고 질문도 많았고, 한 학생 실습 도와준다고 30분 정도 더 도와줬다. 그리고 2층 내 오피스 룸에서 잠시 5분 정도 일 좀 더하고 내려왔는데 출입구가 잠겼다. 마침 학교 산책하던 아이들이 아빠~ 부르며 달려왔는데 난 잠겨서 못 나가는 상황... 아이들 표정이 급 슬퍼졌다. 바로 보안요원에게 전화해서 문 열어 달라고 하고.  보안요원이 문 앞에서 서성이는 아이들을 보더니 father? 물어보고 아이들이 yes!! 하고, 문을 열어줘서 웃으며 겨우 탈출(?) 했다. 여기 학교는 오후 4시 조금 넘으면 건물에 사람이 없고 종종 잠가버린다. 한국에서 24시간 연구하던 건물들이 그립다. 그리고 학교 교정 가볍게 산책하고 집에 들어오는데 초승달이 참 예쁘게 떠 있다. 이 때만 해도 곧 다가올 엄청난 스트레스가 생길 일이 발생할 줄 몰랐던, 가족과 적응하느라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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