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유럽에서 보낸 첫 가족여행
들어가는 말
2022년 마지막과 2023년의 새해를 유럽에서 보내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너무 춥지 않으며, 지금 살고 있는 사우디 리야드에서도 그렇게 멀지 않은 곳으로 가려고 알아보다가 이탈리아로 가게 되었다. 첫째가 다니고 있는 영국국제학교 수업에서도 바이킹과 로마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최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재미있게 읽고 있는 아이에게 경험을 얻게 해주고 싶었다. 또한, 와이프도 이탈리아를 가고 싶어 했고 (특히나 커피가 맛있으니까), 피사도 첫째가 가보고 싶은 도시라서, 로마, 피렌체, 피사 세 도시를 다녀오기로 했다. 2022년 12월 30일부터 2023년 1월 6일까지 7박 8일간의 여행 기록이면서도, 느끼고, 경험한 것 위주로 기록을 한다.
로마와 피렌체, 피사 모두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고작 7박 8일 지냈다고 그 역사를 모두 알기는 불가능 하지만, 그 현장에서 느꼈던 경험과,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을 버텨온 도시의 흔적에 잠시 머물렀다는 경험을 모아서 기록해 본다. 실제 여행기록보다는 다녔던 도시들의 중요한 역사와 인물을 중심으로 기록하고자 한다. 여행은 확실히 그 나라를 많이 이해하고 알고 있어야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얻게 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역사를 모르더라도, 그 나라의 현재의 모습을 보면서, 유행하고 있는 것, 음식, 사람, 거리 등을 보면서 또 경험을 얻는 것이 있다.
로마에서의 첫날, 2022년 12월 30일 방문.
여행은 특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가면 좋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봐야 할 것에 비해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시간 순이라던지, 또는 인물 연대기 순서라던지 등으로 여행 일정을 준비하지 못했다. 다만 중요한 장소에 대해서는 여행지에 담았다. 그중에서도 바티칸. 바티칸은 가톨릭(Catholic)을 믿고 있는 신자들 중에서 가장 최고 위치에 있는 교황이 머무는 곳이다. 그리고 바티칸은 별도 국가로서 바티칸 시국이라고도 부른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토를 가진 국가이다. 예전에는 교황령이라고 하는 영역이 로마를 포함해서 꽤 넓었지만,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교황령은 없어졌다. 그리고 이탈리아 무솔리니가 교황과 협상하여 교황의 종교적 지지를 얻고, 교황은 자신만의 영토를 얻게 되는 협상을 가졌다. 마치 초기 사우디 가문이 이슬람 종교의 지지를 얻는 와하비즘과 사우디 가문의 협력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사건이다. 바티칸 자체는 별도의 국가로 인정받는지는 채 100년이 되지 않은 신생 국가다. 하지만,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역사는 대부분의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기처럼 202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종교의 종주국이기 때문에 헤지라력으로 해서 1444년이다.
우리 가족은 2022년 12월 30일 오전 9시 50분 리야드 국제공항을 출발해서 다섯 시간 반 정도 걸려서 로마 참피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로마 국제공항에서 로마 시내로 가는 방법은 다양한데 우리는 기차를 타고 시내로 가기로 했다. 공항과 기차역이 이어져 있어서 생각보다 편리하게 트랜스이탈리 기차를 타고 30여분 걸려서 로마 시내 중심에 있는 테르미니역에 내렸다. 여기서부터 좀 힘들었는데, 다음날 바티칸 투어가 있어서 바티칸 근처에 숙소를 예약했다. 바티칸 근처 숙소까지는 걸어서 갈 수 없어서 택시를 탈까 했다가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가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이때 그냥 택시를 타고 갔어야 좀 더 편했을 텐데. 큰 짐 2개를 끌고 8살, 6살 아이들을 데리고 지하로 내려가서 표를 끊는데 기계가 또 지폐를 받지 않아서 헤맸다. 다행히 나중에 알고 보니 신용카드로 지하철 개찰구를 들어갈 수 있어서 신용카드로 개찰구를 통과해서 들어갔다. 지하철은 엄청 나쁘지 않았지만, 썩 좋지도 않았다. 굳이 웬만하면 다음에는 지하철을 타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다. 7 정거장을 타고 Cipro 역에 내렸다. 호텔까지 10여분 걸린다고 해서 또 무거운 짐을 끌고 호텔로 갔다. 역시 테르미니역에서 그냥 택시 타는 게 나았을 텐데. 호텔에 도착하고 체크인하는데 직원분이 참 친절했다. 위치는 정말 좋았다. 바티칸 박물관 입구 바로 앞에 있는 Tmark Hotel에 머물렀다. 층도 꼭대기 구석 부분이라서 방에서 바로 테라스까지 이어져 있었고, 테라스에서 바로 바티칸 입구가 보였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본격적인 로마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시내와는 좀 거리가 있는 곳이라 일단 동네 분위기가 어떤지 몰랐다. 하지만 아이들의 중요한 목적인 젤라토를 먹으로 나섰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젤라토라고 한다. 좀 끈적끈적한 느낌의 아이스크림이다. 다행히 엄청 맛있는 젤라토 집에서 젤라토를 하나씩 아이들 입에 물려다 주고, 저녁을 예약한 장소로 갔는데, 7시에 예약했는데 6시까지 문이 닫혀있었다. 아이들도 배고파하고 해서 그냥 근처에 있는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고, 연말 저녁 분위기를 조금 느끼고 호텔로 돌아왔다. 1월 5일 날 다시 로마 시내에 예약하고 중심부에 갔을 때는 정말 밤에 느낌이 많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