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2023년 1000일간의 사우디 생존기에서 적응기
우리 가족은 2020년 10월 3일 오후 1시에 리야드에 있는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민 가방을 포함하여 짐이 모두 8개나 되었다. 한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기는 처음이기 때문에 기본 살림들을 챙겨온다고 짐이 많았다. 공항에 도착하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공항 직원들의 옷이 모두 검정 아니면 하얀 색이었다. 다채로운 옷 색깔에 익숙해 있던 우리 가족은 어색했다. 입국심사대에 여성 직원이 검정색 옷을 입고 눈만 내 놓은 채로 우리를 맞이 했다. 입국 목적을 이야기 하니 여권에 10자리 숫자를 적어주었다. 이제 짐을 찾으로 나가는데, 짐 찾는곳 안쪽에 학교 관계자 두 분이 들어와 계셨다. 그리고 우리 짐 8개를 모두 초록색 옷 입은 짐꾼이 들어서 실어주었다. 짐을 챙겨 나가는데 세관쪽에서 잠시 오라고 했다. 학교 관계자가 세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냥 통과했다. 우리가 실어온 짐에는 문제될 것은 없었다. 공항에 나오니 검정 색 차량 두 대가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 차를 타고 온 통 노란색으로 물든 것 처럼 보이는 리야드 시내를 지나 학교에 도착했다. 나에게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살이이고, 우리 가족에게는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지는 날이었다. 알록달록 다채로운 세계에서 살던 우리가족은, 지구 반대편, 검정, 하얀, 노란이 대부분인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1000일이 흘렀다.
우리가족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이주한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이날은 아이들도, 나도 방학이라서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사우디에 갈 때만 해도 이렇게 금방 1,000일이 될 줄 몰랐다. 1,000일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것을 경험했으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고 경험하고 느낀 1,000일간의 이야기를 풀어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