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이라는 생소한 이름과 그 지역의 사람들
2020년 10월, 사우디에 오기 전까지 이 지역에 대해 익숙하게 듣고 알고 있었던 건 중동이라는 표현이었다. 중동은 영어로는 Middle East. 그렇다면 Near East, Far East도 있지 않을까? 맞다. 한국은 Far East 극동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터키와 같은 서아시아 지역을 Near East 근동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 기준은 유럽기준이다. 영국과 유럽기준으로 아시아를 바라볼 때 가까운 지역은 Near East, 중간 지역은 Middle East, 그리고 멀리 있는 한국과 같은 곳은 Far East라고 불렀다. 그래서 중동이라는 표현은 한국의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실제 중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각이 아닌, 온전히 영국/유럽 관점에서 지역을 부르는 표현이다. 이 지역과 관련된 용어로는 MENA라는 말도 많이 쓰인다. MENA는 Middle East and North Africa로 이 말 역시 이 지역 사람들이 중심으로 만들어진 말보다는 영국/유럽의 시각에서 표현된 말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뭐라고 부를까. 사우디 와서 많이 듣게 된 것은 아랍국가다. 아랍국가라는 말은 한국에 있을 때는 많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랍 국가는 아랍인이라는 민족이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진 국가들이다.
예전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때 주인공 로렌스는 아라비아 지역의 베두인족 등과 같은 부족 중심으로 이뤄진 사회를 하나의 '아랍인'으로 민족으로 묶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정확히 아랍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 내용을 바탕으로 본다면 1차 세계 대전 때 이 지역에 있는 민족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 사용된 용어로 보인다. 앨버트 후라니 심산이 쓴 <<아랍인의 역사>>에 아랍인에 대한 더 정확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렇다면 아랍 국가는 어디인가?
미국도 50개 주가 모여서 만든 연방국가이고, EU도 유럽국가들이 모여 만든 기구인데, 아랍 지역도 1945년에 22개 국가의 연합인 아랍 연맹(Arab League)이 발촉 되었다. 설립 배경으로 아랍 각국의 주권 확보와 중동 평화를 위해 회원국 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연대 강화 및 분쟁 조정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아랍 연맹 회원국(22개국):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오만,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수단, 리비아,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모리타니, 소말리아, 지부티, 코모로, 팔레스타인이 있다. (그렇다, 레바논, 팔레스타인, 소말리아도 아랍 국가다) (중동이라고 함은 보통 이스라엘, 이란, 튀르키예가 포함된 넓게 보면 25개 국가)
학교가 나이프 아랍안보과학대학교이다 보니 학교 정문과 학교 안에 22개 국가의 국기가 걸려있다. 그리고 내가 있는 대학교는 아랍 연맹에 있는 아랍 내무부 협의회 소속의 안보과학기구이면서 대학교 형태다. 비슷한 형태로는 UN 산하에 UN 대학교와 비슷한 구조다.
2021년 6월에는 아랍 리그의 Secretary General이 우리 학교에 오셨다. 현재 아랍 리그의 사무총장(Secretary-General)은 His Excellency Mr. Ahmed Aboul Gheit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이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는 전 이집트 외교장관을 역임했다. 이분 앞에서 우리 부서에 대해 발표를 했는데, 나보고 어려 보인다고 해서, 내가 20년 넘게 사이버보안/사이버범죄 분야에서 일했다고 하니, 상당히 놀라 하시면서 발표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주셨다.
이제 아랍국가의 중심 중 한 곳인 이곳에서, '아랍'에 대해 예전보다 많이 알게 되었고, 아랍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그들의 생활과 문화, 종교 등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아직 '아랍'에 대해 여전히 공부하고 배우는 중이지만, 이제 내 삶에도 '아랍'이라는 단어가 꽤 많이 자리 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