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주로 사는 컴파운드부터 현지인이 주로 사는 아파트까지.
우리 가족은 2020년 10월에 사우디에 도착했다. 처음 40여 일 정도는 학교에서 제공해 주는 학교 내에 있는 숙소에서 머물렀다. 그러다가 2020년 11월에 조금 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서 학교 밖으로 나가기로 했고(학교가 보안시설이다 보니, 배달도 쉽지 않았고, 차량 진입도 쉽지 않았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가장 먼저 방문한 컴파운드를 구경하고 나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길래 겁 없이 1년 계약을 하고 살았었다. 그리고 약 10개월 정도 지내다가 아이들 학교랑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려고 학교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다. 학교가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내가 있는 직장과 아이들 다니는 학교의 중간쯤인 또 다른 컴파운드로 이사했다.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사우디 내에서 학교 내 호텔, 컴파운드1, 아파트, 컴파운드2 까지 세 번의 이사를 다니게 되었다. 여기 컴파운드는 이제 우리가 사우디를 떠나기 전까지는 가능하면 그냥 지낼 생각이다. 여러모로 가장 최적화된 곳이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이 머물고 있는 곳은 수도 리야드이기 때문에 리야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겠다. 크게 주거형태는 아파트먼트와 빌라, 컴파운드로 구성되어 있다. 아파트먼트(Apartment)와 빌라(Villa)는 현지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형태이고, 컴파운드(Compound)는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컴파운드에 거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리야드 내에서 그나마 자유로움이다.
학교에서 지내는 교수들은 대부분 아랍권에서 오신 분들이 많다. 그리고 근래에 호주에서 온 교수님, 영국에서 온 교수님들도 있는데, 그분들은 대부분 가족들과 오지 않고 혼자온 경우인데 학교 옆에 있는 아파트에 지내고 있다. 여기 아파트는 한국의 고층 아파트와 다르게 4층 규모로 지어졌는데, 높이가 거의 다 똑같다. 그리고 여기는 0층 (Ground floor)부터 시작한다. 학교는 리야드 동쪽 끝에 붙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편이다. 사우디의 아파트는 주로 월세를 내는데 월세는 2,000 리얄(70만 원)에서 3,000 리얄(100만 원) 정도 하는 편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았던 아파트는 시내 중심가는 아니지만 그라나다 지역으로 시내와는 15-20여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였는데, 월세가 4,000 리얄(140만 원) 정도 했었다. 방은 총 3개가 있었고, 신축 아파트였다. 4 가족이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도의 공간이긴 했다. 사우디 아파트는 보통 월세를 매달 내는 것이 아니라 반기마다 내는 편이 많은데, 계약도 집주인과 직접 하는 것이 아닌 사우디 Ejar라고 하는 시스템을 통해 계약서를 전달받고, 계약서에 서명하는 전자계약 형태로 진행된다. 물론 처음 아파트를 구할 때는 길을 운전하다 보면 새로 지은 아파트에 핸드폰 번호가 붙어있고, 그쪽에 전화하면 근처 부동산업체 같은 곳을 소개해주고 거기서 설명을 듣고, 계약을 진행한다. 한국처럼 부동산계약서와 같은 서류를 별도로 받지는 않고, 앞서 말한 것처럼 Ejar를 통해서 전자적으로 진행된다.
학교에 있는 파키스탄 교수와, 몇몇 한국분들은 빌라(Villa)에서 지내시는 경우를 봤다. 사우디에서 말하는 빌라는 단독주택이다. 한국에서 보통 말하는 빌라 형태가 여기서는 아파트라고 부르는 것과 가깝고, 여기서 말하는 빌라는 별도로 담으로 둘러싸인 단독 주택을 주로 말한다. 빌라는 꽤 크기 때문에(대부분 2층) 한국인이 단독으로 지내는 경우는 드물고, 내가 아는 교수님도 2층의 반 정도를 임대를 받아서 지내신다고 했다. 약간 느낌으로 한국의 단독주택에 문을 따로 만들어서 옆에 방 몇 개를 세를 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긴 했다. 이 경우는 아파트보다는 좀 더 저렴한 편인데, 빌라의 구조와 사용하는 공간에 따라 비용은 좀 다른 것 같다.
아래는 예전에 살았던 아파트 (첫 번째 사진만 옆 아파트).
사우디에 있는 아파트와 빌라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편의시설을 바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과, 이슬람의 율법으로 인해 복장 등 여러 생활의 제약이 일부 생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면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닐 수도 없고, 수영을 하고 싶을 때 걸어서 수영을 하러 갈 곳도 없다. 여기는 도로가 꽤 넓고 여름철에는 너무 덥기 때문에 길을 걸어 다니기가 매우 힘들어서 아파트와 빌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이동할 때 거의 차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은 복장의 자유가 있고 수영장, 헬스장, 식당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 컴파운드에 주로 지낸다. 컴파운드는 담장으로 높이 둘러싸여 있어서 외부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고, 출입구에서도 보안 요원이 24시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생활측면에서도 매우 안전한 편이다. 또한 컴파운드 내에서는 복장이 매우 자유롭기 때문에 어떤 복장을 입고 다녀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컴파운드에 사우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매우 어렵다. 외부인을 초대할 때도 사우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컴파운드는 다른 외국인들을 초대하는 것보다 조금 더 까다롭다.
리야드가 계속 발전하고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인기 있는 컴파운드는 대기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컴파운드마다 비용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난다. 보통 컴파운드는 월세로 매달 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1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 컴파운드마다 조금씩 유연한 경우는 6개월마다, 또는 3개월마다 내는 곳도 있는데, 대부분 1년 치를 요구한다. 우리가 처음 갔던 컴파운드도 1년 치를 냈고, 두 번째 지내고 있는 컴파운드도 1년 치를 한꺼번에 냈다.
아래는 첫 번째 살았던 컴파운드다. 당시에 월세가 약 500만 원 정도 했는데, 이 안에는 수도, 전기세 모두 포함되었고 그릇도 제공해 주는 full furnished였다. 이것도 중급에서 상급 컴파운드 금액으로 더 비싼 컴파운드도 꽤 있다.
여기서는 약 10개월간 잘 지냈다. 처음에 아이들이 수시로 뒤뜰에 있는 수영장에서 놀고, 엄청 넓은 공간과 방을 이용하면서 공간에 대한 여유로움이 컸다.
이 집에서 나가게 된 이유가 여러 가진데, 아이들 학교 거리, 비싼 월세에 비해 관리상태(특히 개미 벌레 등)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들도 본격적으로 국제학교에 들어가면서 학비와 거주비 모두를 크게 내기가 좀 부담스럽기도 해서 학교 근처 아파트로 옮기게 되었다.
요즘은 Roshn 등 대규모 거주 단지들을 많이 건설하고 있다. https://www.roshn.sa/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