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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minyx Jun 04. 2021

스킨 인 더 게임, "자신도 책임을 안고 참여해라"

[스킨 인 더 게임, "자신도 책임을 안고 참여해라"]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읽은, 나심 탈레브라는 작가가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글은 책 자체에 대한 서평 및 독후감은 아니나, 해당 책의 내용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밝히고 시작한다. 내 가치관과 사고가 이 책, 더 나아가 나심 탈레브라는 작가 자체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파는 사람은, 최소한 그것을 만드는 본인 만큼은 자신이 만드는 그 제품과 서비스를 기꺼이 사용할 생각이 들 정도의 퀄리티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항상 생각한다. 


쉽게 말해, 내가 음식을 만들고 파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본인 만이라도 그 음식을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사 먹을 마음이 들어야 비로소 남에게 떳떳하게 그 음식을 팔 수 있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 생각 했을 때 내가 만든 음식을 기꺼이 돈을 주고 사 먹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떳떳한 마음으로 그 음식을 남에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인가? 어찌보면 당연해보이는 얘기다.


하지만 놀랍게도 (어찌보면 놀랍지 않고 당연하게도) 세상에는 본인 스스로 생각했을 때 그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 들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그것을 남에게 판매하여 이익을 취하는, 서두에서 얘기한 나심 탈레브라는 작가가 말하는 소위 "가짜 전문가" 들이 있다. 위의 쉬운 예시로 비춰보면 본인도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음식을 남에게 판매하고 거기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이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사람들은 불행해진다. 왜냐하면 만든 사람 스스로가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지 않고, 본인들도 사용하려 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은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더 나아가 그것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조차 기꺼이 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상품을 스스로도 이용하려 하지 않는 가짜 전문가들에게 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그것을 지지 않았을 때 본인들에게 돌아오는 정신적 피해가 없고, 그렇게 해야할 자발적 동기도 없기 때문에 그저 본인들의 이익에 장애물이 되고, 귀찮은 일일 뿐인 것이다. 그렇기에 "본인들의 물질적 피해"를 최소화 하는 선에서, 적당히 품질과 타협을 하며 책임을 지려고 할 것이고, 심지어 가능하다면 그것을 기꺼이 버리려 할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정말로 악의를 가지고 스스로 가짜 전문가가 된 사람들일 것이나, 일부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가짜 전문가가 되어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즉, "제품과 서비스를 내가 사용할 마음이 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가짜 전문가가 되어 버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행동이 될 수 없다"는 당연한 인과관계에 의한 결과다. 특히 본인이 그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거나 / 제공받는 당사자가 될 수 없는 환경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본인이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쓸 상황 자체가 없다면, "내가 사용할 마음이 들어야 한다" 는 생각 자체가 의식적으로 들지 못할 것이고, 무의식 중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은 일이기에 그렇다. 아래에서도 말하겠지만 인간은 태생적으로 이기적 이기에, 내가 쓰지 못하는 상품에 대해 타인 때문에 굳이 그런 생각을 할 가능성은 본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이상 낮기 때문에 그렇다. 이에 대한 예로, 민감한 주제이지만 크고 작은 의료사고 및 분쟁이 우리 사회에서 끝없이 일어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 생각한다. (민감한 주제라 더 덧붙이자면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닌 현상에 대한 원인일 수도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그것을 해결할 수도 있기에.)


모든 생명체는 태생적으로 이기적이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가짜 전문가 /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짜 전문가가 되어버린 이들이 본인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에 책임에 부담을 느끼고, 그것을 성실히 이행하려 하지 않는 것 / 혹은 그런 감정을 느끼며 마지못해 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자신이 이미 제공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이 둘의 방향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어떤 경우는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 밀며 자신들도 쓸 생각이 들 제품을 만들어 떳떳하게 제품을 판매하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일이다. 모든 생물은 태생적으로 이기적이고 그 본능을 바꾸라고 강요하는 것은 생존 메커니즘과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기에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이러한 가짜 전문가들은 반드시 실패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성공할 자격이 없는 가짜 전문가들에게 성공을 부여하는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에너지를 분배 하고도 장기적으로 정상적으로 운용될 정도로 강건 하지는 않다. 마치 평균 회귀의 법칙처럼, 그들은 일시적으로 성공을 거뒀을지라도 반드시 본인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현재 퀀트, 데이터분석가, 개발자로 일하면서 투자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역시 결국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내가 만들고 제공하는 서비스는 누군가가 피땀 흘려 번 돈을, 내가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투자하고 운용하는 것이다. 그 알고리즘이 고객의 돈을 더 큰 돈으로 키울 수도 있지만, 잘못된다면 본인의 인생이 걸린 것일지도 모르는 정말 소중한 것에 손실을 입힐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 만으로도, 내 스스로가 충분히 도덕적이고 이타적이라면, 내 인격이 충분히 훌륭하다면 내가 만든 서비스의 품질을 고도화 시키고 책임을 지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응당 맞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 내가 "진심으로"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 믿고 싶고, 그렇게 되도록 훌륭한 인격과 이타적 / 도덕적인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고 싶고, 실제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그런 믿음 만으로, 내가 항상 모든 상황에서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 과잉확신이며, 나중에 내가 의도했건 / 의도하지 않았건 엄청난 불행을 몰고 올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설령 내가 평상시의 99.99%의 상황에서 내 책임과 의무를 다하였다고 해도, 0.01%의 "극한의 상황"이 왔을 때, 그때도 내가 과연 이타적, 도덕적, 인격적인 이유만으로, 내 생존 본능에 앞서서도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다. 그 0.01%의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실수는 어떤 사람의 평판을 처참히 깨부시기에 충분하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항상 강조 했듯, 사람에 대한 평판 이라는 것은 과거의 99.99%의 상황에서 잘한 행위보다 최근에 행한 0.01%의 잘못된 행위에 의해 좌우되고, 한 번 무너진 평판을 복구하는 것은 엎어진 물을 다시 담는 것과 같을 정도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내 자신에 대한 과잉확신은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 이전에, 내 자신이 이타적, 도덕적, 인격적인 이유로 내가 만든 서비스에 대한 품질의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나 자신을 속이는 행위다. 솔직히 나는 내가 뼛속까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있고, 그러한 이기심 때문에 많은 실수와 죄를 저질러 온 죄인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나도 게임의 참여자가 되면 된다". 즉 다시 말해 내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내 스스로 지지 않았을 때, 다시 말해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 나도 내 고객과 똑같은 입장이 되도록 내 스스로도 내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된다. 궁극적으로 나와 내 고객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되게 만드는 것이다. 즉, 글 초기에 얘기했던, "내 스스로도 사용할 마음이 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그것을 내가 진짜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되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스킨 인 더 게임", 즉 "자신도 책임을 안고 참여해라"의 의미다.


그렇기에 나는 스스로 내 자산의 상당 부분을 내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해 투자한다. 위 스크린샷은 내가 개발중인 전략을 2021년 3월 31일부터 실제 증권사와 연계된 서비스에서 운용 테스트 중인 화면이다. 즉, 내 개인 돈으로 실제로 전략을 운용 하면서 내 스스로 리스크를 지면서 개발을 하고 / 그렇게 개발이 끝나 실제 고객에게 서비스중인 알고리즘에 내 대부분의 자산을 실제로 투자하고 있다. (스크린샷에서 규모는 개인정보 이기도 하여 가렸지만, 증권사와 연계된 서비스의 최소 가입 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상품이고, 실제 투자 금액은 그보다 크다는 것을 밝혀 둔다. 거기에 홍보를 약간만 하자면, 4, 5월 주식 시장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알고리즘은 수익을 냈다. ) 


"내 스스로가 내 돈을 넣어서 투자하고 싶을 정도의 투자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면, 스스로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고, 오히려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불행으로 여기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나는 다행히도 내가 만든 알고리즘으로 내 자산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는 주식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은, 정말 불행한 환경에 놓여있다. 내 자신이 만든 전략에 내 자산을 투자할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나한테는 주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내 자산 대부분을 내가 만든 전략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내 꿈은 "돈을 벌어다주는 알고리즘"이라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다. 나는 내 스스로 "게임의 참여자가 되어 책임을 질 때", 즉 "스킨 인 더 게임"을 할 때야 말로 비로소, 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 분들 역시 저마다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계실 분들이라 생각한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그것을 판매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우리 대부분은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하고, 대부분의 직장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여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품과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얘기는 우리 사회 전반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본 글에서 두서없이 쓴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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