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직관적인".
단어를 봤을 때 정말 좋은 느낌이 드는 단어들이다.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쉬운 것을 선호하고,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되는 것을 선호한다. 다루기 어렵고,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모호한 것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암시하는 무언가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단어들이 서비스, 제품이라는 단어와 결합했을 때, 이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강력한 카피 메시지가 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쓰기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서비스와 제품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이고, 비직관적이고 다루기 어려운 서비스와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은 또 누가 있을까. 당장 나조차도 비직관적이고 다루기 어려운 제품과 서비스를 보면 속으로 답답하고 화가 나지만, 직관적이고 쉬운 서비스를 보면 감탄과 함께 만족을 느낀다. 쉽고 직관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우리의 본능과 연관되어 있는 필연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요즘 수많은 기업체들은 쉽고 직관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만드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나 요즘 소위 "MZ 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 들은 더더욱 쉽고 직관적인이라는 키워드에 끌리기 쉬운 세대들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90년대에 태어난 MZ세대이기에, 이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어린 시절부터 기술의 발전의 산물인 직관적인 UI, UX를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들을 매일 같이 접하고 자라온 이들은 어렵고 비직관적인 서비스에 친숙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잘 통하는 제품 기획 및 마케팅 전략은 쉽고 직관적인 이라는 키워드, 혹은 그러한 것을 함의하고 있어야 하고, 미래에 주 고객이 될 이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렇기에 갈수록 제품의 기획과 마케팅을 쉽고 직관적인 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도 가속화되면 가속화되었지 뒤로 퇴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쉬운 것, 직관적인 것을 선호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고, 기술의 발전은 이것을 더 고도화 시키면 고도화 시켰지 결코 퇴보 시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투자라는 도메인, 정확히는 주식투자라는 도메인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다. 내가 종사하는 이 분야에서도, 출시되는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보면 쉽고, 직관적인이라는 키워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 돈을 투자하면 내 돈을 쉽고, 직관적으로 벌어다주는 서비스라니! 이것보다 우리의 본성을 자극하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나 한 번 쯤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특히 요즘 같이 유동성이 많이 풀린 시장에서, 모든 자산의 가격이 미친 듯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벼락거지"가 된다며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에 너나 할 것 없이 몰려드는 이러한 시국에 이런 "쉽고 직관적인 투자 서비스" 라는 것 만큼 인기 몰이를 할 만한 아이템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필자 역시 주식투자라는 도메인에 종사하며, 항상 쉽고 직관적인 투자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그것이 필자의 꿈이었다. 특히 투자라는 문제는 자본주의를 사는 우리에게는 소위 말하는 “먹고사니즘”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쉽고 직관적인 투자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꿈은 이보다 훌륭한 꿈이 어디있을까 싶을 정도로 자부심을 갖게되는 꿈이었다.
하지만, 제목에도 적었듯이 나는 이러한 쉽고, 직관적인 투자 서비스라는 것에 대해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어떤 딜레마냐 하면, 그것은 "투자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어려운 것인데, 그것에 쉽고 직관적인이라는 키워드를 붙이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이고 심지어 그것이 옳은 것이냐" 라는 것에 딜레마다.
투자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건 아이러니 하게도, 쉽고 직관적인 투자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필자가 제일 잘 알고 있다. 투자는 그 행위 자체가 본질적으로 어렵고, 거기서 장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거두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투자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자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투자가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하면, 과장 아닌 과장을 좀 보태 밤을 새면서 얘기해도 부족할 정도라서, 나중에 별도의 글로 작성해야 할 정도다.
쉽게 설명해서 세상의 순리를 생각해보면 이는 너무도 당연하다. 세상에 공짜는 그 어디에도 없다. 세상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합리적이어서, 에너지와 자원을 마땅히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분배한다. 장기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투자란 게 쉬운 것이어서, 아무나 별다른 노력 없이 돈을 투자해도 너도나도 돈을 벌 수 있었다면, 그렇게 해서 노력 없이 부자가 된다면 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유지가 될 것인가?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는 문제인 것이다.
이처럼 투자 자체가 어렵기에 쉽고 직관적인 투자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또한, 설상가상으로 그게 가능할지라도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보면, 의문점이 생긴다.
어려운 일에는 종류가 있다. 어떤 어려운 일은 기술의 발전으로 단순화 하는게 가능하고 그것이 절대적으로 선에 가까운게 있지만, 어떤건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단순화 할 수 없는 것이 있고, 그것이 절대적으로 좋은 것인지 의문점이 남는 일들이 있다.
후자의 예로 대표적인 것이 공부와 다이어트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공부 자체가 쉽고 단순해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다이어트도 쉽고 단순해지는게 한계가 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바로 인간의 노력이 들어가야 되는 일이고, 그 노력 자체가 미학이라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선 방법이 무엇이든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노력을 들여야 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하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정말 값지고 아름다운 것이다.
공부와 다이어트 같이 필연적으로 노력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일들에 대해 쉽고 직관적으로 원하는 목표에 달성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제품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부 잘하는 약, 다이어트를 효과적으로 해준다는 약.. 이런 제품들은 공부와 다이어트라는 노력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일들을 현실을 왜곡하는 수준으로 단순화 한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에게 진정으로 가치를 가져다줘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반대로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진정으로 가치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드시 실패한다. 세상에 공짜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설령, 공부 잘하는 약 / 다이어트 약 등이 실제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 “올바른 일”인지 필자는 의구심이 든다. 더 나은 것을 위한 노력이라는 생명체의 발전의 근간이 되는 것을 제거해버리는 것에서 발생하는 거부감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시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이런 분야들에서 진정으로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러한 일들이 어려울 수 밖에 없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얘기하며,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값진 일이니 자신이 그 힘든 길의 인도자 가 되어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들이다. 공부가 힘들고 어렵지만 그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고 그만큼 값진 것이라는 설파 하는 강사, 체중 조절을 위한 다이어트가 식단 관리, 운동을 하느라 정신과 몸을 고문하는 행위지만 힘들어한 정도에 비례해 멋진 몸매라는 보상을 받을 것이니 힘을 내라고 열정적으로 말하며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는 트레이너 들이 이런 사람들이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힘든 일에서 양면의 가치를 발견하여 그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고자 하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고객에게 진정성을 갖고 전파해서, 고객이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노력을 기울였을 때야말로, 진정으로 그 고객이 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방향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야말로, 즉 "어려움과 노력이 필요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길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인도자가 되고, 그러한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그 문제를 쉽고 직관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투자라는 도메인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위에서 예시로 든 공부와 다이어트와 같은 범주에 속하는 일이다. 투자라는 행위로 장기간 수익을 거두는 일은 현실적으로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해냈을 때 경제적 자유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는 일이기에 그렇다.
이는 곧, "쉽고 직관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쉽게 만 보이게 하고, 자신들이 안내하는 방법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을 하는 서비스는 피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투자는 반드시 투자를 하는 투자자 본인의 노력이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고, 쉽고 직관적인 UI/UX를 위해 감추는 행위는 공부 잘하는 약, 다이어트 약을 파는 행위와 별반 다를바가 없는 것이며, 그러한 약들이 결국 실패하고 심한 경우 부작용을 낳듯, 투자의 과도한 단순화도 투자자가 아니라 투기꾼을 양성한다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앞에서 말했듯, 필자를 제외하고도 주식시장에서 쉽고 직관적인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한 철학이 반영된 서비스들이 하나 둘 등장 하는 것 같다. 꽤 메이저가 된 서비스들도 있으며, 커다란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보면, 투자가 너무도 쉬운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투자는 매우 어려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를 이용해 투자하기만 하면 / 이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을 활용해 투자하기만 하면, 나도 금방이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도록 UI와 UX를 제공한다. 이들은 내가 예전에 꿈꿔왔던 이상향을 실현한 서비스로 보이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투자를 너무 쉽고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서비스는, 결코 고객에게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 심지어 투기꾼을 양성하는 옳지 않고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진정으로 쉽고 직관적인 투자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은 투자가 실제로 어렵고 성공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그만큼 값진 일이니, 그 어려운 길을 가는 과정을 제대로 인도하고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투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본인이 만든 투자 상품의 로직에 대해 이해를 시키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고객 스스로 꼭 노력을 들여 공부를 해야한다는 점을 설파해야 한다. 투자 상품의 장/단점, 그리고 위험성에 대해 솔직히 경고해야 하며, 투자는 결국 장기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바라봐야 하는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숨김없이 말해야 한다. 위에서 예시를 든 강사나 트레이너 처럼 말이다. 설령 이것이 상품을 어렵고 비직관적으로 만든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진정으로 투자에서 장기적으로 성공을 이뤄 투자의 대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투자가 쉽다는 말을 결코 하지 않고, 그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투자가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투자에서 궁극적으로,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어렵지만 올바른 방법들을 설파한다. 그들이 이런 공통점을 갖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런 방향, 즉 어려운 것을 어렵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어려운 길로 사람들을 이끄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이윤 추구가 메인 목적인 사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결코 좋은 일은 아닐 뿐더러, 우리의 본성과 직관에도 반하는 행위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모두 단순한 걸 좋아하고 단순화를 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위에서 얘기했듯 투자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훌륭한 강사나 트레이너와 같이 모두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람들에게 설파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일을 결국 해냈을 때 보상 역시 매우 크고, 갖은 고난 끝에 역경을 극복한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매우 아름답기까지 한 일이라는 것 역시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비록 단기적으로는 고리타분하고, 매력적이지 않은 서비스로 비춰질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방향이고,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해두어야 한다.
필자가 본문에서 얘기한 것들은 꼭 투자라는 도메인에만 적용되는 내용은 아니다. 가히 첨단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쉽고 직관적인 것을 선호하지만, 어떤 것들은 쉽고 직관적이지 않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 그리고 올바른 것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반드시 언젠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필자는 믿는다. 필자가 두서 없이 쓴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