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창덕궁 후원, 하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건
좋은 친구지만 바쁘고 거리가 멀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움과 설렘으로 엽서를 준비했다. 만나기 전날엔 카톡으로 예전에 주고받은 편지 얘기도 하며 다음 날 약속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창덕궁 후원을 온라인으로 예매했어도 창덕궁 안에 들어가야 해서 창덕궁 입장권도 필요하다. 그래서 친구와는 창덕궁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창덕궁 입구 주위는 사람들로 북적했다. 머리를 자른 친구였지만 뒷모습만 봐도 한눈에 알아봤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도 신기해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준비해 간 엽서를 언제 줄까 고민하다가, 만나고 바로 주기로 마음 먹었다. 헤어질 때 주면 왠지 더 슬퍼질 것 같았다. 웃으며 마음을 가볍게 전한 뒤 엽서를 꺼내자, 친구도 카드를 써 왔다며 내게 주었다. 집 가서 보라면서. 꼭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마음을 주고받았다.
해설을 들으며 창덕궁 후원을 거닐고 늦은 점심을 먹고 종묘에 가니 3시 해설이 시작되어 종묘도 구석구석 잘 둘러봤다. 계획했던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 식사와 이야기를 겸할 수 있는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헤어질 때 친구는 돌아가는 길이 조금 더 먼 나를, 3호선 앞까지 배웅해 주고 갔다.
친구와 헤어지자, 아쉬움에 편지를 꺼냈다. 조금 읽었을 뿐인데 친구의 진심이 가슴 깊이 닿았다. 편지를 집 가서 읽으라고 한 거는 친구 없을 때 읽으라는 뜻이었겠지만, 약속을 지키고 싶어 아껴 읽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제대로 못 읽은 편지를 여러 번 읽었다.
―편지 속의 너는 나를 참 좋아했고, 소중히 대해줬더구나.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를 기억해주고 소중하게 대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 고마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이 밤에 편지를 쓴다.
브런치에 올린 글에 ‘부탁을 들어주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은 먼저 호의를 베푸는 일’이라고 썼던데, 너는 이미, 늘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있단다.
그래서 나도, 전 동료분들도, 지금의 동료분들도 다 너를 각별하게 여기나 봐.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그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니가 참 대단하게 느껴져.
편지를 다 읽고 난 뒤, 오늘 함께한 즐거움과 감동을 친구에게 전했다. 어떤 분의 말을 빌려서 겸손하게.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드네. 나는 보통 사람인데.
쇼펜하우어 말처럼 자연과 예술이 인간을 해방시킨다지만, 사람에게 받는 힘이 가장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 치열하게 예약한 가을 창덕궁 후원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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