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1考: 한 주를 여는 글 3

그 이튿날(오규원)

by 천천히 꾸준히

이번 주의 考(고)는 '바람과 낙엽'입니다.


절기상 입동이 지나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무얼 해도 좋은 계절이 지나가서 아쉽지만,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의 잎들이 바람에 비 오듯 떨어지는 모습도 참 예뻤고 바닥을 아름답게 수놓은 단풍나무 잎도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가을에, 바람이 불고 난 뒤 상황 묘사가 뛰어난 시를 함께 읽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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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오규원

바람이 불고 간 그 이튿날
뜰에 나간 나는
감나무의 그림자가 한 꺼풀 벗겨진 걸
발견했다.
돌아서는 순간
뜰이 약간 기울어진 걸
발견했다.


뜰 위에는
부러진 아침 어깨뼈의 일부.
부러진 하느님 어깨뼈의 일부.

대문을 열고 출근하는 나의 발에
골목에 찢어져 뒹굴던
산의 외투가 한 자락 걸렸다.
아침을 픽픽 웃는
엊저녁 광대뼈의 표정이 보였다.

돌아서는 순간
뜰이 약간 기울어진 걸
발견했다.



처음 이 시를 접하고 참신한 비유 때문에 감탄하며 읽었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이 시는 시적 화자의 정서와 태도보다는 상황 묘사가 중심이 되어 조금 독특합니다. (시는 '시적 화자의 정서와 태도'가 중심이 되는 문학 갈래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으며, 그 다음의 날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의문을 갖고 읽어봅시다.


1연, 의문을 가졌던 것에 대한 답이 바로 나옵니다. 시적 화자는 바람이 불고 간 그 이튿날 뜰에 나가 달라진 모습을 발견합니다. 먼저, 바람이 불어 감나무의 나뭇잎, 나뭇가지 등이 떨어진 모습을 감나무의 그림자가 한 꺼풀 벗겨졌다고 표현했으며 다음으로 그 떨어진 나뭇잎, 나뭇가지 등이 쌓여 뜰이 약간 기울어졌다고 표현합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뜰이 기울어졌다는 표현이 정말 참신하네요^^


2연, 뜰 위에 놓인 '부러진 아침 어깨뼈, 부러진 하느님 어깨뼈의 일부'가 무엇일까요? 공통적으로 '뼈'라고 했으니 단단한 물체일 것이며, 1연과 연결했을 때 바람이 불어 떨어진 나뭇가지로 해석됩니다.

3연, 2연에 이어 시간적 배경은 아침입니다. 2연과 마찬가지로 해석하면 골목에 찢어져 뒹굴던 '산의 외투' 또한 감나무의 나뭇잎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뒹굴고 있는 나뭇잎을 '광대뼈의 표정'에 빗대어 표현하여 바람이 불고 간 그 이튿날의 정경을 마무리합니다.

주제 : 바람이 불고 난 이튿날 뜰의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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