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잘 맺고 싶은 마음
타지에서 근무할 때 업무에 익숙해졌을 무렵에는 강연과 평생학습강좌들을 찾아 들었다. 처음 들었던 순자 강연은 과거보다 더 멋지고 행복한 미래, 내 인생의 청출어람을 만들기 위한 자극을 주었다. 그 덕분에 내 인생의 목표도 다시 설정해 보고 전시 관람, 강좌 수강, 독서동아리 참여,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냈다.
가장 흥미로웠던 강좌는 전자키보드(피아노) 수업이었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좋아했는데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피아노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취업한 뒤로 다시 연주해 보고 싶긴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올해 여름에 직장 동료 분이 정보를 주셔서 전자키보드 수업을 신청했다. 전자키보드 수업은 8월부터 12월, 5개월 동안 월요일마다 듣는 수업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었지만 주말에 집에 가서 연습도 하니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왼손 악보가 조금씩 읽히기 시작하고 속도가 났다. 게다가 좋아하는 피아노여서 혼자 배워도 재밌었을 텐데 친한 직장 동료 분들과 함께해서 즐거움이 더 컸다.
이렇게 피아노에 재미를 붙일 무렵, 갑작스럽게 발령이 나면서 더 이상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고향으로 발령이 난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수업을 듣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도 전자키보드 수업을 들으시는 동료 분들과 악보 파일을 주고받기도 하고, 놀러 오라는 피아노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 발령 이후 몇 번 조퇴를 내고 가기도 했다. 함께 배웠던 월요일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 후 집에서 연습을 했고, 주말에도 틈틈이 연습했다.
몇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니 어느새 12월, 마지막 수업 날이 다가왔다.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지만, 다시 오지 않는다 생각하면 늘 아쉬움이 있다. 이번에는 끝까지 참여하지 못해 더 그랬던 것 같다. 동료 분들 외에 피아노 선생님이라든지 다른 수강생들은 솔직히 따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있기에 인연이었다. 영하로 떨어지는 추위가 이어졌지만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가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어떻게 갈지 고민했다. 아침에 가루눈이 온 추운 날이어서 밤 운전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터미널, 역까지 이동 거리와 차 시간을 고려해서 갈 때는 시외버스를, 올 때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전자키보드 수업은 출출한 저녁 시간에 있어서 중간에 간식 시간이 있다. 간식이 중복될까 봐 단체 카톡방에 호두과자를 조금 사 간다고 말씀드렸다. 집 근처에 부모님도 맛있게 드시는 무설탕 쌀호두과자점이 있어서, 어르신들께도 부담 없을 것 같아 한 상자 사갔다.
집에서 오후 5시에 나왔는데 7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피아노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뒷문으로 조심히 들어갔다. 다들 반겨주셨고,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다시 피아노를 열심히 치셨다. 난 연습 대신에 즐겁게 피아노를 치시는 동료분들의 연주를 귀 기울여 들었다. 연습은 집에 가서 하면 되니까 그냥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마음’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 많다. 12월의 월요일 밤, 왕복 4시간 거리를 생각해 보면 몸의 고됨은 중요하지 않았다. 끝을 잘 맺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단체 카톡방에 인사를 남길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 수업이었기에 직접 가길 잘했다. 함께한 시간과 마음이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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