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지 여행 3] 원주 법천사지, 새해를 맞이하다
25년의 마지막 일요일에 원주 법천사지에 다녀왔다. 25년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한 달 보름에 걸쳐 고려 선종 불교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남한강 유역 3대 폐사지 여행을 마무리했다. 오랜 느티나무 잎이 돋아날 봄에 다시 방문할 것 같지만, 해가 바뀌기 전에 세 군데를 다 둘러봐서 뭔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낸 기분이 든다.
법천사지에 거의 도착해서 먼저 보이는 주차장에 주차하고 법천사 터를 둘러보았다. 멀리 유적전시관도 보였지만, 두 번의 폐사지를 여행하고 난 뒤라 자신감이 생겨 차 근처부터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법천사지는 거돈사지처럼 정비가 잘 되어 있었고, 넓은 터와 오래된 느티나무가 한때 법천사가 여기에 있었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느티나무 속이 비어 있어서 그 속에 들어가면 파란 하늘이 보였다.
법천사에 대한 설명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을 보러 유적전시관에 갔다. 건물 입구는 오래된 느티나무에서 본 하늘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였다. 전시관에서 법천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법천사는 거돈사, 흥법사, 고달사 등과 함께 고려시대 대규모의 사찰이었다. 연등회와 고려 국왕의 권위와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팔관회가 정기적으로 시행되었다고 추측된다. 다른 폐사지들처럼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쇠락의 길을 걷다가 임진왜란에 불탔다고 한다.
거돈사지와 비교해 보니, 모두 대규모의 사찰이어서 규모 면에서도 비슷했는데 탑의 모양은 달랐다. 거돈사지삼층석탑이 신라 석탑의 전형적인 소박한 모습이라면,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고려 문종 때 왕사와 국사를 지냈던 지광국사 해린의 승탑으로 화려했다.
그런데 이렇게 화려한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에는 수난과 아픔의 역사가 있었다. 1911년에 일본인에 의해 불법 반출되었다가, 113년 만에 고향 원주로 돌아와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실내에 전시 중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고향에 오지 못하고, 경복궁 후원에 머물다 한국전쟁 중 폭격을 맞아 12,000여 조각으로 훼손되었다고 한다. 눈앞에 있는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의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당간지주,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이 새겨 있는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를 마저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에 걷기를 좋아해서 하늘을 잘 올려다보는 편인데 이곳에 와서 더 자주 본 것 같다. 연말에 느티나무에서 한 번, 전시관에서 한 번 더 하늘을 바라보니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게 되었다. 올해는 유난히 변화와 배움이 많았던 한 해였다. ‘진리가 샘물처럼 솟는다’라는 뜻을 지닌 법천사에서 새해에도 배움과 성장의 삶을 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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