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일렁임 9-2

[폐사지 여행2] 원주 흥법사지, 아담하고 친근한 곳

by 천천히 꾸준히


원주 거돈사지 여행이 너무 좋아서 또 한 번 폐사지 여행을 가게 되었다. 원주 폐사지로는 거돈사지 외에 흥법사지, 법천사지 두 곳이 더 있다. 이번에는 거돈사지처럼 삼층석탑이 있고, 반계리 은행나무와도 가까운 흥법사지를 찾았다.

흥법사지에 거의 다 다다를 즈음, 좁은 길을 따라가면 주차장 안내 표지판은 보이지만 정작 주차할 공간은 마땅치 않았다. 아직 발굴도 진행 중이라 곳곳에 파란 천막이 쳐져 있어 다소 어수선했다. 현재 흥법사지에는 삼층석탑과 진공대사탑비의 귀부, 이수만 남아 있다.

흥법사지는 거돈사지보다 규모가 아담했다. 고려시대 대사찰이었던 거돈사와 달리, 흥법사는 통일신라 시기에 창건된 지역 사찰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흥법사지와 거돈사지는 규모 차이도 있었지만, 삼층석탑의 분위기도 달랐다. 둘 다 신라 석탑의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었지만, 흥법사지 삼층석탑은 기단이 낮고 돌이 고르지 않고 모서리 마모가 심해서인지 서민적이고 친근한 느낌이었다. 반면, 거돈사지 삼층석탑은 기단도 높고 전반적으로 매끈하고 반듯해서 품격과 위엄이 있었다.

좌) 흥법사지 삼층석탑 우) 거돈사지 삼층석탑

진공대사탑비의 비신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가져가려다 훼손된 뒤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있다. 하지만 탑비의 받침 부분인 귀부와 덮개 부분인 이수는 이곳에 남아 있었다.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 모양의 정적인 귀부와 구름 속을 휘젓는 용 모양의 동적인 이수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비신도 함께 있었으면 얼마나 완벽했을까.

흥법사지에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슬픈 역사는 염거화상탑이다. 염거화상탑 역시 일본인에 의해 탑골공원으로 옮겨진 후 국립고궁박물관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잠시 생각에 잠겨 걷다가 오래되어 보이는 느티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거돈사지처럼 흥법사지 근처에도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 예전에는 흥법사와 함께 느티나무가 지역 주민들에게 주었을 위안을 주었을 것이고, 지금은 이곳을 찾는 방문객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줄 것 같다.

남한강 폐사지 3곳(거돈사지, 법천사지, 흥법사지)과 흥원창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흥법사지와 흥원창 주변은 매입하지 못한 사유지가 많아 문화재 발굴 조사와 정비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처럼 흥법사지도 정비가 이루어져 거돈사지, 법천사지와 함께 세계유산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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