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반짝임 2-4

각골난망의 마음

by 천천히 꾸준히


회사 근처 식당에서 신메뉴로 나온 한우불고기김밥은 집밥처럼 흑미밥에 밥보다 채소, 고기가 더 많고 간이 세지 않아서 한 줄만 먹어도 든든하고 맛있었다. 맛있는 걸 먹으면 부모님이 생각나듯 감사한 분들이 떠올라서 즉흥으로 김밥 배달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타지에서 근무할 때 도와주신 감사한 분이 여러 분 계시는데 휴가철이라 이번에는 한 분만 찾아뵈었다. 하루라도 도시락 싸지 않고, 점심을 편하고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한우불고기김밥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15줄만 판다고 하셨다. 다행히 전화로 예약이 돼서 당일 날 가게 문 열 때 찾으러 가면 되었다. 모든 게 완벽했고, 전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누웠다. 그런데 갑자기 목감기 초기 증상처럼 목이 화끈하고 따끔해서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잠을 못 잤다. 이틀 전에 비염이 조금 있긴 있었지만 심하진 않았었다. 2시간밖에 못 자서 피곤했지만, 다행히 목은 아프지 않았다.

김밥 배달 이벤트 장소는 우리 집에서 약 8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상하게 주차한 차가 간혹 있으면 주택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 1시간 전에 나왔다. 가게 근처 체육 센터에 주차하고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가게까지 도보로 5분 정도 걸리는데 신호등이 있어서 왕복 시간을 생각해 20분 전쯤에 갔다. 2월 말이었지만 낮에 차 안은 더워서 김밥이 상하지 않게 햇빛이 닿지 않는 공간에 넣고 출발했다.

운전 중에 다행히 잠은 오지 않았다. 점심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긴장이 풀려 잠이 왔다. 시간이 일러서 20분 정도 눈을 감고 있었다. 약속 시간 5분 앞두고 그분께 전화가 와서 김밥을 들고 찾아뵈었다. 몸이 안 좋으셔서 차 한 잔 못하시는 걸 미안해하셨지만, 김밥을 맛있게 드셨고 마침 전날 회식 때문에 차를 두고 오셔서 댁까지 편히 모셔다 드릴 기회가 생겼다. 회사에서 댁까지 버스로 30분이 넘게 걸리실 텐데 그 고됨을 덜어드릴 수 있어 기뻤다.

모셔다 드리고 나니 또 잠이 밀려왔다. 공원에 주차하고 30분 정도 눈을 붙이고 3시에 출발했고, 국도 갓길에서 쉬면서 오니 저녁 5시였다. 시간을 맞춘다는 일이 얼마나 신경을 쓰고 몸을 바삐 움직여야 하는 일인지. 하루도 아니고 1년을 매일 아침, 시간을 맞춰서 카풀해주신 게 엄청난 노력이란 걸 다시 느꼈다. 나의 고됨을 덜어주는 일이 그분께 작은 기쁨이었을지 몰라도 꾸준하게 실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조족지혈이지만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은 것 같아서 몸은 피곤하고 무거워도 마음은 가벼웠다.

수능 필수 사자성어로 외웠던 각골난망(刻骨難忘)이 각별해진 건 타지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나서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부모님 외에도 감사한 분이 참 많지만, 타지에서 부모님처럼 큰 도움을 주셔서 그분들은 특히 잊지 못할 것 같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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