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반짝임 2-1

부탁을 들어주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

by 천천히 꾸준히


정약용 선생님은 보답을 바라지 말고 베풀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실천하려고 노력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질적인 보답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감사 인사 정도는 기대할 때가 있었다. 힘들 때면 예전에 내가 도와준 사람이 나를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작년에 인사 발령으로 타지에서 생활을 하면서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삶을 실천하는 분을 만났다. 그분은 3월에 오셨는데 부서가 달라서 점심시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게 다였다.


타지에서는 직장, 마트, 도서관, 병원 등이 도보 2km 내외라 차 없이 지냈었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거나 날이 더울 때는 걸어 다니는 게 힘들었다. 시골이라 버스도 없고 월세로 살다 보니 택시비도 부담이었다.


2024년 4월 3일, 쏟아지는 비는 아니어서 어떻게 출근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메시지가 왔다.
―비 와요. 제 차 타고 가요. 8시 30분에 집 앞. 흰색 ○○○○ 차량입니다.
비 오는 날 태워주는 거 부담 갖지 마오. 인생 이만큼 살면 어느 누구도 나 같은 마음 갖게 되니

명랑하고 서글서글한 그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신 지 고작 한 달, 새로운 근무지에 적응하시느라 바쁘셨을 텐데……. 바쁜 아침 시간이라서 누군가를 생각하기에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 뒤로도 내가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인 걸 아시고 비 오는 날이면 항상 먼저 연락을 주셨다. 어느 날은 비는 안 오지만 바람이 많이 분다고 같이 출근하자고 하셨다. 날이 더워지자 걸어 다니면 병난다고 계속 태워주겠다고 하셨다.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주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덜 어려운 일이었다. 어려운 일은 먼저 호의를 베푸는 일이다.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보고 상대의 어려움을 헤아려 행동해야 하니까. 부담 갖지 않게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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