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반짝임 3

가을, 저녁 하늘도 파랗다

by 천천히 꾸준히


아름다운 걸 보면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게 된다. 요즘 특히 주변에 아름다운 것이 많아 사진 찍는 일이 잦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이라 그런지, 이름도 예쁜 ‘가을’이라 그런지, 아니면 높고 파란 하늘 때문일까.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찍으면 어디를 찍어도, 무얼 찍어도 잘 나온다.

그런데 가을은 저녁 하늘도 놀랄 만큼 파랗다. 단풍이 조금씩 든 대왕참나무와 화살나무 숲길을 걷다 보니 해가 기울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한 시간이 좀 더 지났는데도 하늘이 여전히 파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머리 위로 대왕참나무의 붉은 잎들이 별처럼 하늘에 떠 있었다. 구름도 낮처럼 하얘서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다.

높고 파란 낮의 가을 하늘은 너무 익숙한데, 가을은 저녁과 밤하늘도 아름다운 걸까. 비현실적인 가을의 저녁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속 푸른 하늘이 떠올랐다. 그도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의 저녁 하늘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서 그림으로 표현했던 게 아닐까? 물론 <별이 빛나는 밤> 속 사이프러스나무는 상상의 나무로, 특정 계절이 아니라 그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것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그여서 잠시 먹먹하기도 했지만, 동생 테오에게만큼은 인정받고 사랑받았던 그였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인정한다. 금세 현실로 돌아와 다시 파란 저녁 하늘을 바라보았다. 붉고 노란 별들이 하늘 가득, 가까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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