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반짝임 1

병(病)을 얻다

by 천천히 꾸준히


누구는 첫 근무지라서 이별이 힘든 거라고 위로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직장을 옮길 때마다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이별하는 사람들은 늘 처음이어서, 헤어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인사 발령이 잦은 일을 하는 나는 자칭 발령병을 얻어 고생 중이다.


발령병의 초기 증상은 인사 발령이 나기 전부터 싱숭생숭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우선 하던 업무를 잘 마무리하고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다시 못 볼 것처럼, 동료들을 더 따뜻하게 대하게 된다. 고향에 간다는 기쁨은 잠시였다. 그 뒤로 발령병이 깊어지면 정든 분들을 지금처럼 뵐 수 없다는 생각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다.


발령지가 고향이라 다들 축하해 주셨지만 나의 빈자리 때문에 우울하다는 말씀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가지 마, 가지 마.” “좀 더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헤어짐에 대해 아쉬움을 보이시는 말씀에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발령일이 가까워지면 출근 전 아침밥을 먹다 방심한 채로도 눈물이 흘렀다.


발령병 말기에는 정든 분들이 자꾸 생각나 연락하게 되고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일이 잦다. 퇴근 후에는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고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새로운 근무지에 빨리 적응해서 전 근무지에 놀러 갈 생각을 하며 견뎌 내다 보면 한 달이 빠르게 지나간다.


발령병은 완치가 어려운 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병을 앓아 얻은 게 있다면 내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았다는 걸 새삼 알게 된 것이다. 그분들을 잊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하다 보면, 그분들과의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 다음 글 [〈일상의 반짝임〉 두 번째 이야기]

부탁을 들어주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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