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반짝임 12

겨울 회식, 최선의 선택

by 천천히 꾸준히


직장인이라면 회식 메뉴 선정을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다. 성별, 연령이 다양할수록 더 고르기가 어렵다. 호불호가 없는 무난한 메뉴를 고르려고 하는데 이게 은근히 어려운 일이다. 이동 거리 및 수단, 가격, 맛 등 따져 볼 게 여러 가지다. 그래도 메뉴 선정을 잘해서 다들 맛있게 드시면 신경 쓴 만큼 보람을 느낀다.

회식 장소를 선정했던 동료에게 막국수 식당 메뉴 선정 관련한 전체 쪽지가 왔다. 오전의 업무가 이어졌던 오후 업무 일정을 고려했을 때, 회사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고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이 막국수 가게였다. 또 회사 주변에 갈 만한 식당을 웬만하면 다 갔기에 이해가 되었다.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가 계속되는 요즘이어서 물막국수, 비빔막국수는 내키지 않았다. 그러면 갈비탕이나 육개장뿐이었는데 갈비탕은 고기 냄새가 많이 나서 잘 못 먹는다. 육개장은 맵고 짜다는 후기가 있어서 선뜻 고르지 못했다. 그때, 만두가 눈에 들어왔다. 만두는 주로 메인 메뉴에 곁들여 먹어 테이블마다 주문한다. 대부분이 선택하는 갈비탕이나 육개장이 아니었고, 나도 막국수 집에 가서 만두만 먹은 적이 없어 잠시 고민이 되었다.

갈비탕이나 육개장보다 가격이 저렴하니 눈치 볼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만두를 고르면 의아해할 것도 같아서 쪽지로 답변할 때, 만두를 고른 설명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추워서 막국수는 못 먹을 것 같다고. 동료에게 별다른 답장은 오지 않았다.

점심에 식당에 가니 육개장, 갈비탕이 순서대로 나왔다. 테이블이 네 자리씩 떨어져 있어서 내가 주문한 만두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고, 물에 빠진 고기를 못 드시는 분이 주변에 여러 명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은 없었다. 괜히 고민했나 싶기도 했다.

메뉴를 통일해서 주문해야 된다는 말은 없었지만, 혼자만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요, 다른 선택을 하는 일이 익숙지 않다. 제리 하비가 발견한 ‘애빌린 패러독스’가 떠올랐다. 40도가 넘는 무더운 날, 100km나 떨어진 애벌린에 갔지만 가족 누구도 애벌린에 가고 싶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당당히 선택해도 괜찮다.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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