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일렁임 1

이어짐을 생각한 곳, 월정사

by 천천히 꾸준히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란 말이 있다. 깊이 공감되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도 독서도 좋아한다. 둘은 내게 ‘배움과 사색의 즐거움’을 준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가게 된 건, 역사 교과서에서 봤던 월정사 8각 9층 석탑을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어쩌면 재작년, 20년 만에 다시 찾은 불국사에서 석가탑, 다보탑을 봤던 감동이 남아 있던 걸까. 달의 정기를 품은 월정사는 이번 추석에 비가 와 보름달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월정사 8각 9층 석탑은 교과서에서 본모습과 많이 달랐다. 금빛 장식 때문이었다. 탑의 각 층 모서리마다 금빛 장식이 매달려 있었고, 상륜부는 신라시대 금관을 닮았다. 고려시대 전기를 대표하는 석탑이라고 하지만, 상륜부만 보면 월정사가 창건된 신라가 떠올랐다.


고구려가 아닌 신라가 외세의 힘을 빌려 삼국을 통일하면서 한반도 북부와 만주 지역의 영토가 줄어들었다고도 하지만, 역사에서 가정을 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 신라를 탓하기보다는 신라의 찬란한 문화가 고려시대까지 이어졌음을 느꼈다. 단절되지 않은 역사, 그 ‘이어짐’을 생각했다.

문득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역』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평탄하기만 하고 기울지 않는 평지는 없으며 지나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는 과거는 없다. 어렵지만 마음을 곧게 가지고 그 믿음을 근심하지 마라. 식복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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