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일렁임 2

월정사 전나무숲길, 비가 왔지만 흙먼지가 날리지 않았다

by 천천히 꾸준히


2025년 추석은 긴 연휴였지만 며칠을 제외하고 비가 내렸다. 비 예보가 없던 날을 골라 갔지만, 월정사 전나무숲길에 간 날에도 비가 내렸다. 인기 많은 관광지답게 주차할 곳이 없어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 위에 차를 세워야 했다.

월정사 전나무숲은 광릉 국립수목원 전나무숲,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 전나무숲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숲이라고 한다. 전나무숲길은 0.9km 남짓, 남녀노소 누구나 편히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짧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길인데 폭이 넓어 갔던 길을 되돌아와도 지루하지 않았다. 갈 때 보이지 않았던 문구들이 올 때 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발이 걸음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이미 깨달은 것입니다.
―걸을 때 내가 살아 있음을 알아차린다면 이미 깨달은 것입니다.
―걸음마다 지금 이 순간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지구별 위에서 걷는 한 걸음마다 든든한 대지에 감사해야 한다.
―삶의 순간마다 평화로움을 즐길 수 있다.

군데군데 나무마다 걸려 있는 문장들을 읽으며 걸으면 ‘지금 여기, 좋은 것들’만 보게 되었다. 부슬비가 내렸지만 흙먼지가 날리지 않았다. 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오히려 걷기에 좋았다. 새소리 대신 다람쥐가 불쑥불쑥 나타나 웃게 해줬다. 함께 걷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튼튼한 두 다리로 오래도록 걷고 싶은 만큼 걸었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월정사 8각 9층 석탑을 보러 갔다가 덤으로 가게 된 길, 그런데 그 길에서 더 큰 행복을 느꼈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말처럼 예상치 못하게 와서 더 큰 행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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