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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드로스치 Mar 23. 2024

어떤 삶을 원하세요?(2)

건물의 끝과 꽃밭이 시작되는 사이 허공에 문 하나가 있고 위에 환생궁 모양의 표지판이 그려져 있었다. 논이 문을 열자 허공에 떠 있는 문 속으로 환생궁의 홀이 보였다. 논은 문 안으로 들어가 인포에 있는 가브리엘라에게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가브리엘라 님"


“안녕하세요, 논님.”


“삼신님을 뵙기로 했는데요. 이번에도 4층에 계신가요?”


“아뇨. 지금은… 잠시만요…”


가브리엘라는 키보드를 탁탁 치더니 컴퓨터 화면을 잠시 바라봤다.


“오전에 영혼 상담 후 지금은 태몽도서관 사서님들과 회의 중이시네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 그런데 태몽도서관이 뭔가요?”


가브리엘라는 논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삼신님이 점지를 하실 때 사용하시는 방법 중 태몽이 있어요. 인간의 꿈에 나타나 점지 사실을 알리시는 거죠.  그 태몽에 관한 정보와 자료들이 모아져 있는 곳이 태몽도서관 이랍니다. “


“아… 그렇군요. 태몽은 삼신님만 사용하실 수 있는 거예요?”


“점지는 삼신님만 하실 수 있지만 태몽은 말라크들도 사용한답니다. 좀 전에 다녀오신 곳이 환생 상담지요? 그곳에서  랜덤 점지를 받은 영혼들의 경우 담당말라크들이 태몽을 제공하기도 하지요.”


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깐 망설이다 친절한 가브리엘라의 얼굴을 보고 입을 떼었다.


“저… 사실 오늘 상담하는 것들을 보고 궁금한 게 있었는데 여쭤봐도 될까요?”


“그럼요. 제가 아는 선에서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이랍니다.”


“방금 전에 가브리엘라 님이 랜덤 점지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이건 랜덤 환생과 같은 건가요? 그리고 랜덤환생은 왜 있는 거죠? 죄를 많이 지었다면 지옥에 가는 게 맞을 텐데 왜 랜덤이라는 방법을 통해 환생을 하는 건가요?”


“랜덤 환생은 말 그대로 환생의 조건을 고를 수 없는 상태로 환생이 되는 건데, 이는 꼭 지옥에 갈법한 죄인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죄를 단 한 번도 짓지 않는 인간이 드문 것처럼, 이곳에 오는 영혼님들이라도 거의 다 어느 정도의 죄는 가지고 계시지요. 전생에서 저지른 죄가 클 경우는 이곳에 올 수 없어요. 단, 환생하는 영혼수가 많이 줄어들었기에 예전보다 조건이 완화되었지요. 그래서 예전에는 없던 특별사면 같은 것도 생겼고요. “


“특별 사면이라…”


‘운이 좋아 얼결에 귀인을 구해서 여기 계신 겁니다.  위 조건 한 개도 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지금이

라도 지옥행 가실까요?’


논은 환생 상담지에서 얀이 랜덤환생자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러면 랜덤 환생 하는 사람은 다 랜덤 점지인가요?”


“거의 그렇다고 봐야죠. 대부분 포인트가 부족한 자들이거든요. 그래도 랜덤 환생자들 중에 가끔 점지를 받는 자들도 있답니다. 특별히 삼신님이 선택하신 경우예요. 그리고 거꾸로 랜덤 점지를 받는 자들 중에서 환생은 또 선택하여 고르는 경우는 의외로 많답니다. 그만큼 점지는 특별한 경우지요. 아… 지금쯤 회의가 끝나가겠네요. 회의실은 3층 첫 번째 방입니다.”


“감사합니다. 가브리엘라 님"


논이 3층 복도에 들어서자 첫 번째 방에서 우르르 나오는 말라크들이 보였다. 그들은 방에서 나오자 허공에 새로운 문을 열더니 그곳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잠깐만요. 저기요!”


논이 마지막 말라크를 붙잡으려는 그 순간 진한 꽃향기가 가슴깊이 들어왔다. 

논의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진 꽃밭이 보였다. 논은 작은 건물 앞의 마당에 서 있었는데 건물과 마당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곳이 꽃밭이었다. 논은  따라온 말라크를 찾아보려 했지만 꽃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려 해도 들어온 입구가 보이지 않아 논은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건물의 문을 열자 테이블 가득히 반짝이는 투명 유리병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털뭉치처럼 생긴 생명체가 눈에 띄었다. 털뭉치는 한 유리병을 들어서 유심히 보더니 노트에 무언가 적고는 논이 들어온 것도 모른 채 옆으로 이동해 다른 유리병을 들어 또 관찰하기 시작했다. 

논은 인사를 하기 위해 입을 열다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 털뭉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실내를 살펴보았다.  실내 공간은 한 코너를 제외한 세 면이 모두 선반으로 가득 차 있었고 선반 앞으로는 널찍한 테이블 이 각 면에 한 개씩 놓여있었다. 선반과 테이블 위에는 투명한 유리병이 꽉꽉 차 있었고 각 유리병 안에는 다른 색으로 빛나고 있는 반짝이는 것들이 들어있었다. 그중 유난히도 반짝이는 한 유리병이 눈에 띄었다. 유리병 안에는 조그만 보석 같은 것이 들어 있었는데 그것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그 빛에 이끌려 논이 유리병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귀인의 씨앗입니다.”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란 논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다 넘어졌다. 아프겠다고 생각했는데  엉덩이에 푹신함이 느껴졌다.


“어머 죄송합니다.”


자신의 엉덩이에 깔린 것이 까만 털뭉치라는 것을 안 논은 깜짝 놀라 일어났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죠? 여긴 등록된 말라크들만 들어올 수 있는데요.”


“아, 저는 논이라고 합니다. 삼신님을 찾아 회의실에 갔다가 그곳에 계셨던 분들을 얼결에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까만 털뭉치는 논의 대답에 아무 말 없이 논을 바라보더니 따라오라는 듯 아까 보던 유리병들 앞으로 다가갔다.


“이 유리병 안에는 환생을 결정한 영혼들이 변한 씨앗들 이 있습니다. 씨앗은 바로 심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보관을 하다가 심는 경우도 있지요. 보관을 하게 되면…”


“아.. 저기, 말라크 님? 갑자기 왜 제게 이런 설명들을…”


“아… 제 소개를 안 했군요. 저는 ‘바르’라고 합니다. 이곳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등록된 말라크들만 올 수 있어요. 얼결에 따라오거나 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논님이 이곳에 계시다는 건 삼신님이 이곳에 논님이 오게끔 허락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아…그렇지만 저는 삼신님을 찾고 있는 중이었는데요.”


바르는 논의 대답과 관계없이 다시 설명을 시작하였다. 


논과 바르가 있는 공간은 환생궁을 둘러싼 꽃밭의 가운데에 존재하며 이곳에서는 환생을 준비하는 영혼의 씨앗들을 보관하고 있다. 영혼의 씨앗을 바로 심지 않고 이렇게 보관하게 되는 경우 강한 빛을 지니는 씨앗에서 빛이 부족한 씨앗들에게 필요한 빛을 추출하기도 하고, 빛을 모아 영혼의 꽃들에게 줄 비료를 만들기도 한다. 환생국의 꽃밭 중에서도 이 건물 중심으로 있는 꽃들만이 영혼의 꽃들이며 영혼의 꽃들과 일반 꽃들과의 경계에는 보이지 않는 막이 있어 오직 허락된 말라크들만이 이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다.  멈추지 않고 빠르게 설명을 이어가는 바르를 따라다니느라 논은 삼신님을 찾아야 한다는 말조차 꺼내지도 못했다. 환생국의 모든 꽃들이 향이 강했지만 영혼의 꽃들의 향기는 특히나 강해서 혀끝에서 달큼함이 느껴지며 온몸이 취한 듯 나른해졌지만 논은 바르의 쉬지 않는 이야기에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밭으로 나갔다가 다시 건물로 들어서며 끊임없이 설명하던 바르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서더니 한 유리병 안을 바라보았다. 유리병 안의 씨앗이 움직이며 주변에 작은 빛들을 뿌리기 시작했다. 바르는 후다닥 움직여 테이블 아래 서랍에서 다른 유리병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기존의 유리병 옆에 입구를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기존의 유리병뚜껑을 따로 열지 않았는데도 빛무리들이 옆의 유리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빛무리들의 이동이 끝나자 바르는 조심히 뚜껑을 닫아 테이블에 올려두고 씨앗이 들은 유리병을 다시 살펴보았다. 씨앗은 움직임을 멈추더니 바르르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그맣게 아래쪽으로 하얀 실 같은 것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뿌리입니다. 이 싹은 영혼의 흙 없이 자양분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지요. 이 경우 이 씨앗이 뿌린 빛무리 들은 다른 꽃들에게 큰 비료가 된답니다. 저는 이제 이 씨앗을 심어야겠습니다. 이건 오직 허가받은 말라크들 만이 할 수 있는 일이 거든요. 출구는 저쪽입니다. “


바르는 유리병을 바라본 채 손으로 한쪽을 가리키고는 논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작업에 몰두했다. 논은 냉큼 감사의 인사를 한 후 가벼운 마음으로 후다닥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출구 쪽 문을 통과하여 다시 환생궁 3층에 도착하자 복도를 걷고 있는 삼신의 뒷모습이 보였다.


“삼신님"


“아, 논님. 손님이 이제 곧 도착하실 거랍니다."


“손님요?”


삼신은 미소를 지으며 논을 3층 맨 끝방으로 안내를 하였다.


방안에는 따뜻해 보이는 밤색 카펫이 깔려있고 베이지 색의 푹신하고 커다란 소파가 방안을 거의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벽은 커다란 유리창으로 바깥의 꽃밭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삼신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벽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벽의 시계는 숫자가 없이 4등분의 표시만 있는 원판에 바늘이 하나뿐이었는데 바늘은 거의 시작점에 도달하고 있었다. 바늘이 시작점에 도착하는 순간 삼신이 환영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예비 부모님"


“안녕하세요, 삼신님"


삼신의 환영인사와 동시에 방에 나타난 남녀는 아주 젊어 보이지도 늙어 보이지도 않는 부부였다. 둘은 손을 꼭 잡은 채로 삼신에게 인사를 하였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삼신은 부부를 꽃이 보이는 소파 방향으로 안내를 하고 반대편에 논과 함께 앉았다. 어느새 소파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와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쿠키가 차려져 있었다.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차입니다.”


삼신은 부부에게 차를 권하고 논과 자신의 잔에도 차를 따랐다. 


“감사합니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남편이 삼신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벌써 십 년입니다. 저희가 삼신님을 만나 아기를 달라고 상담을 한 게 벌써 여러 번인데요. 매번 기다리라고만 하시고… 저희는  점점 나이가 들고.. 이제 저는 사십이 넘었습니다. 정말 저희에게 아기가 오는 것이 맞긴 한지요?”


삼신은 부부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두 분께는 예쁜 아기님들이 점지되어 있답니다.”


“그 말씀을 저번에도 하셨던 거 같은데요. 저희가 아무리 상담 후에는 기억을 잃어버린다 해도 분명 이 순간만큼은 또 기억이 납니다. 분명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왜 아직도 아기가 없는 겁니까?”

남편이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이자 옆의 아내가 조용히 남편의 손을 잡았다.

아내의 부드러운 미소를 바라보며 남편은 작게 한숨을 짓더니 다시 삼신을 바라봤다.


“시간이 안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 듣고 싶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두 분께 갈 아기님들은 이미 정해져 있답니다. 저희는 그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거고요. 아직 두 분께 갈 아기님들의 영혼이 이곳에 도착하지 않았어요. 이제 다 왔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두 분께는 분명 예쁜 아기님들이 갈 거랍니다.”


“저희 아기들이 정해져 있다고요?”


“네, 두 분의 아기들은 전생의 긴 인연으로 이미 정해져 있지요. 아이들의 영혼이 도착하는 대로 점지를 시작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셔요.”


“아기들… 아기들…한 명이 아닌 거죠? 분명 아기… 들..인 거죠.?”


조용히 있던 아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삼신은 아내를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보… 기다리자… 아기들이… 온다잖아. 기다리자… 우리 좋은 엄마아빠가 되도록 준비해야지…”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일어나 거듭 삼신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왔을 때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삼신은 아무 말없이 조용히 차를 마셨다. 논도 함께 차를 마시고 궁금함에 입을 열었다.


“이미 이곳에 있는 영혼들이 아니라… 아직 도착하지 않은 영혼이 점지되어있는 건가요?”


“저 부부에게는 끊지 못한 긴 전생의 인연들이 있지요. 전생에서의 인연이 모두 정리가 되어야 후생에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데 저들은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답니다.”


“영혼이 아직 안 왔다는 것은 아직 죽지 않았는다는 건데… 그럼 그 영혼들이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점지를 하는 건가요? 그들이 환생을 바로 원하지 않을 경우는 어떡해요? 그들이 환생이 아니라 지옥이나 천국행일 경우는요?”


삼신은 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일어나  창밖의 꽃들을 바라보았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과정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있답니다. 마땅히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일어날 뿐이죠. 그들은 만나야 하고… 만날 거랍니다. 이 모든 것도… 흐름이지요.”


삼신은 뒤를 돌아  논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테이블의 쿠키를 입에 넣었다. 논도 삼신을 따라 쿠키를 한입 베이 물었다. 달콤함에 오늘 낮에 맡았던 영혼의 꽃향기가 묻어나는 듯했다.


“오늘 어땠나요? 환생 상담하는 곳과 꽃밭을 다녀오셨지요? 논님은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논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하였다.


“사실… 뭐가 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곳 말라크 님들과 달리 저는 기억도 찾지 못한 그저 영혼 중 하나일 뿐인데…이런 제가 영혼들을 돕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저의 존재도 모르면서 영혼님들에게 새로운 삶을 권해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요.  “


“영혼의 꽃밭은요?”


논은 달큼한 꽃향기와 아름다운 영혼의 꽃밭을 떠올리다 쉼 없이 떠들던 바르의 얼굴이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꽃밭은 좋은데…. 좋은데… 제가 거기서  잘할 수 있을지…그러니까…”


“논님은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미 영혼의 꽃밭에서 논님을 받아들였으니까요. 원하시면 그곳에서 일하실 수 있으세요.”


“아니요. 아… 제 말은… 네… 아니요. 저…그러니까 이곳저곳을 다녀가며 할 수는 없을까요? 꽃밭도 좋고 환생상담소도 경험해보고 싶고…그리고 삼신님의 점지를 돕고 싶기도 한데요.”


삼신은 웃으며 그사이 새롭게 채워진 찻잔을 들었다.


“ 그 많은 일을 혼자 하실 수 있겠어요? 동료가 필요하시겠네요.”


삼신은 다시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가만히 시작점에 있던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빠른 속도로 다시 시작점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점에 도착하는 순간…


“헉… 헉… 헉"


거친 숨소리와 함께 문을 박차고 무언가 커다란 게 들어왔다. 놀란 논은 자신도 모르게 소파 위로 올라가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있었다.


“겁이 여전히 많군… 논"


“네가 무서워서 그래.”


“네가 무서워서 그러지.”


“네가 무섭다니까…”


“네가…”


크엉… 두 머리가 서로 탓이라고 하자 가운데 머리가 한번 크게 울더니 두 머리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플루토?”


“반갑다. 논… 반갑습니다. 삼신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이제 동료분도 왔고, 제대로 일을 해볼까요?”


“동료요?”


삼신의 말에 논이 플루토를 바라보자 세 머리가 동시에 논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세 머리 뒤로 바쁘게 움직이는 꼬리가 논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했다.


“잘, 부탁한다. 논"


“나도"


“나도"


플루토 세 머리의 말에 논도 대답했다.


“나도, 잘 부탁해. 플루토"


논은 플루토와 함께 그 뒤로 환생국에서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 어떤 순서대로 돌아가며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논은 테이블 위에 쿠키를 먹으며 생각했다. 내가 누군지 몰라도, 어떤 일로 여기에 있는지 몰라도… 지금처럼 이렇게 지낸다면 나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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