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초보사장의 오답노트

#12. “내 가게”라는 착각

by 찐사장

가게는 법인이고

사장은 사람이다.


문제는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할 때 생긴다.


“내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온다.

설레고 뿌듯하다.

동시에 압박도 같이 온다.

잘 안 되면 전부 내 탓 같고,

그날 장사 한 번 삐끗하면 인생까지 같이 흔들린다.


그때 초보사장이 자주 하는 오답이 두 가지다.


하나는, 폭군 모드.

내 가게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착각.

목소리가 커지고, 기준이 들쑥날쑥해지고,

결국 가게가 먼저 지친다.


다른 하나는, 자책 모드.

안 되면 전부 내 잘못 같아서

하루 종일 낙담하고,

결론은 늘 “내가 부족해서”로 끝난다.

가게가 어려운 게 아니라

사람이 먼저 무너진다.


이 두 개를 붙잡고 있던 때,

생각난 게 갓난아기였다.


갓 태어난 아기는

손이 진짜 많이 간다.

두 시간마다 먹이고, 트림시키고, 기저귀 갈고,

젖병 닦고, 빨래하고.

하루 종일 같이 있는데도

정작 얼굴을 오래 바라본 기억은 별로 없다.

살리느라 바쁘니까.


가게도 딱 그랬다.


오픈하면

장사 준비만 빡센 게 아니다.

서류 작업, 절차, 체크리스트.

하루가 갈린다.

붙어는 있는데

정작 가게를 “본다”는 느낌이 없다.

그냥 처리만 한다.


근데 아기는 자란다.

기저귀를 떼고,

걷고,

혼자 한다.

그때부터 부모 역할이 달라진다.

계속 같은 방식으로 돌보면

오히려 성장을 막는다.


가게도 똑같다.

시스템이 붙기 시작하면

사장의 역할이 바뀐다.

계속 초반 방식으로만 붙어 있으면

가게도 사람도 숨이 막힌다.


여기서 또 오답이 나온다.

가게를 “내 것”으로만 생각하면

계속 안고만 있게 된다.

안고 있으면 안심되니까.

근데 안고 있는 동안

가게는 안 큰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면

아기는 부모 손이 필요하지만

엄연히 독립적인 개체다.

가게도 그렇다.

주인이 있어도

주인의 감정이 곧 가게의 운명이 되면

둘 다 위험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내 가게”라는 말을

조금 조심해서 쓴다.


대신 이런 질문을 먼저 꺼낸다.


지금 단계에서

붙잡아야 할 일이 뭔지.

놓아야 할 일이 뭔지.

그리고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이 뭔지.


그걸 하루하루 맞춰가는 게

사장이 자라는 방식이었다.

가게도 같이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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