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조금 먼저 왔을 뿐
답답한 직원이 있었다.
한창 배워야 할 시기에 day off를 자주 냈다.
어느 날, 바쁜 토요일에 좋아하는 축구팀 경기가 있다며 또 쉬겠다고 했다.
그날 이후 스케줄은 반으로 줄었다.
이렇게 시작하면 뒷담화 같지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실 나다.
처음부터 이 일에 열정이 있었던 건 아니다.
가볍게 시작했고,
당장 쉬는 하루가 더 중요하던 시절이었다.
일은 일이었고, 인생의 중심은 아니었다.
그러다 변하는 순간이 왔다.
첫째 아이가 태어났고,
비슷한 시기에 더 많이 일할 기회가 생겼다.
그때부터였다.
열심이라는 게 붙기 시작한 건.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다.
스스로 무게를 느끼는 타이밍.
그전까지는 아무 말도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느리고, 조금 답답해 보여도
단정하지 않으려 한다.
아직 자기 차례가 오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르니까.
물론,
타이밍만 기다리다 끝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무작정 낭만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안다.
조금 더 기다려보는 마음이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
조금 먼저 왔을 뿐,
나도 그 자리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