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초보사장의 오답노트

#2. 잘하는 음식과 필요한 음식 사이

by 찐사장

가게 문을 처음 열던 날,

나는 제법 비장했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이제는 마음껏 펼쳐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비싸고 좋은 생선을 들여왔고,

미슐랭 일식집에서 일할 때, 잘 나가던 메뉴도 몇 개 그대로 옮겨왔다.

‘이 정도면 알아봐 주겠지’라는

은근한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손님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맛이 없어서도, 정성이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이 동네가 기대하는 음식이 아니었던 거다.


가게가 자리한 곳은

오래된 동네였고,

가족 단위 손님이 많고

연령대도 비교적 높았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건

새롭고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늘 먹던 걸,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담 없이 먹는 식사였다.


그걸 알아차리기까지

꽤 비싼 수업료와 시간이 필요했다.


그제야 깨닫게 된다.

내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알아야 할 건

이 동네 사람들이

어떤 식당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질문이라는 걸.


내가 잘나면

장사가 잘될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여기서도 통하는 건

아주 단순한 원리였다.


수요가 있고,

그에 맞는 공급이 있어야 한다는 것.


장사는

실력을 증명하는 무대가 아니라,

필요를 읽어내는 일에

더 가깝다는 걸

조금 늦게 배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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