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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May 22. 2023

내가 그때 남편의 연락처를 버렸더라면..

내 남편 탐구 생활 60화

2023년인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남편과 처음 전화 통화를 했었던 때는, 아는 언니의 옷가게를 잠깐 맡아주었을 때였다.


그 당시 나는 폰이 없었기에 엄마 폰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내게 연락할 일이 없다고 여겨 안심하고 전화를 했었다.


남편은 전화를 하다가 처음부터 나한테 술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우깡에 술 사준다고 하니 '콜~'을 외치는 걸 보고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ㅋㅋ~ 


어찌어찌 전화를 끊고 난 후, 남편은 나와 통화를 하고선 다다닥 채팅 타자방에서 '목소리 졸라 귀여워~'라는 말을 했다.


내 목소리만 들었던 남편은 내가 키도 작고 귀여운 스타일일 거라 여겼었단다.


그 이후로 우린 다시 연락을 안 했었는데...


2달 쯤 지난 후 4월 달에... 봄맞이 내방 대청소를 할 때 발코니 하우스 서랍장에서 남편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발견했다.


난 남편이 그때 내가 만나는 사람의 일로 콕 집어 폐부를 찌르는 말을 한 터라 이 놈, 어떤 놈인지 한 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연락처를 보고 만나볼까 버릴까... 한참 갈등하다가 만나보기로 결정하고 전화를 걸었다.


난 속전속결 스타일이다. 그때가 토요일이라 바로 다음날 우리집이 있는 연신내에서 술 한 잔 사줄테니 보자고 했다. 남편은 O.K.~


교회에서 아빠 엄마의 장로, 권사님 취임식이 끝나고 난 연신내 6번 출구로 남편을 보러 나갔다. 왠지 이상하게도 떨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한 번 울리고 끊고선 바로 앞에 있는 남편 뒤로 걸어가 "야~"하고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남편과 난 동갑이라 다다닥에서 친구를 하기로 했었고 남편의 홈페이지에서 이미 남편 사진을 봤더랬다)


실물로 본 남편은 사진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멋진 사람이었다. 키가 큰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컸다.


(처음 전화 통화를 할 때 내 키가 168cm라고 하니 "애기네?"하길래 그러는 넌 몇이냐고 하니까 185cm라 해서 할 말이 없었던 나였다 ㅡㅡ;;)


남편은 처음 날 보더니 정말이지 동물원 원숭이 보듯 희한하게 바라봤다. 하도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너무 뚫어져라 보길래 민망해서 내가 남편 얼굴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첫눈에 반해서 그렇게 쳐다봤단다. ㅋㅋ~ 


지금은... '내가 그때 연락처를 버렸더라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란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아니, 어쩜 우린 어떻게든 만났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친구에서 남편이 된 꿀물~


다시 태어나도 난 허냐예용~ ^3^


그러니 우리 150살까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랑하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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