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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의 안주

내 마누라 탐구 생활 31화

우리 부부는 매일 같이 술을 즐겨 마신다.

밖이 아니라 집에서, 그것도 맥주가 아닌 소주를..


그렇게 된 이유는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 둘다 주당이다. 나는 평균보다 많은 양을.. 마누라는 밑빠진 독 수준으로 술을 잘 마시는 편이다. 서로 배우자가 술 좀 마실 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는데 잘 만났다.

다만 한가지 부작용이 있다면 내가 국내에서 최소한 상위 10%로 술을 잘 마시는 마누라를 만났다는 것이다.


둘째, 20년전 내가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하던 시절에 마누라가 처음 밥상을 차려 주겠다고 해놓고선 술상을 내와서 그때부터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을 때 술이 빠질 수가 없었다.


셋째,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몇시간 동안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둘다 '배부름'은 '금물'이다.

(주당인 우리 부부에게 맥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수일 뿐이고 소식러인 우리 부부는 먹는 양이 워낙 적어서 조금밖에 먹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부부에게 맥주는 금물이다.)


술을 마시는 것은 좋다고 치자. 그런데 이 여자, 안주가 아주 가관이다.


주말 아침에 나와 함께 집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안주로는 사과 1/4조각을 먹고 그 다음 우유 한컵, 그 다음 두유 한컵이 전부다.

주말 점심이나 저녁에 나와 함께 집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안주로는 군고구마 한개 또는 컵라면 소컵이나 냉면 반을 먹고 이후에는 음식은 먹지 않고 음료수나 차로 안주를 대체한다.


군대 시절 소주 안주로 맥주나 물을 마셨던 선임 한 명이 있었는데 그 분께서 진정한 주당은 안주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20년전 인터넷에서 알게 된 마누라를 처음 보게 된건 내가 술을 사달라고 졸라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술집에서 안주로 두부김치 하나 시켜놓고 둘이서 술을 엄청 마셨는데 술을 다 마시고 자리를 일어나면서 봤더니 둘다 술만 마시고 안주는 거의 처음 나왔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 눈치를 채고 알아봤어야 했다.


'이 여자야 말로 진정한 주당이었음을..'


예전 편에서도 말했듯이 웬만큼 술을 잘 마시는 나로서도 술로는 마누라를 이길 수도 없고 이길 생각도 없다.

그나마 나 정도는 되니깐 주당인 마누라와 함께 20년동안 매일 술잔을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동안 간수치가 너무 올라가 간장약을 챙겨 먹다가 병원에서 그것이 더 좋지 않을 수가 있다고 하여 지금은 간장약을 끊고 주전자에 오이와 벌나무를 소주와 함께 넣어 마시고 있다.

 마누라의 옆에 있는 나의 '남편'이란 자리.. 어쩌면 '극한 직업'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p.s. 참고로 우리 부부는 '치맥'이란 단어를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치킨이든 뭐든 우리 부부에게는 모든 것이 소주 안주일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어쩌다 치킨을 소주 안주로 먹게 될 때면 이렇게 말을 하곤 한다.

"역시 치킨엔 소주지~ 캬아~"

그렇다고 치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 개.취.로 우리에겐 맞지 않다는 것이니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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