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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Jun 23. 2023

월급 없는 월급날~ 생활고에 시달ing

2023.4.10. 입찰 서류 제출일~ 요구르트&된장찌개..

일요일인 어제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자동차 사고를 냈다.

좌석에 앉아 있는 와이프에게 살짝 뽀뽀를 해주는 찰나의 순간.. 전봇대를 들이 받았고 사람을 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견적은 총 420만원이 나왔고 보험사에 알아보니 수리비의 30%는 자비 부담, 즉 내가 126만원을 내고 보험에서 70%가 지급되며 갱신시 그에 대한 할증이 발생된다고 한다.


'보험료가 또 올라가겠구나~'


아주 잠깐 한눈을 판 댓가 치고 너무나도 뼈저리다.



그리고 여기서 잠깐 제목부터 설명을 해야겠다.


월급날에 내가 월급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생활고에 시달려 한달치 월급을 미리 땡겨서 받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게 해야지만 매번 두달 동안 연체되어 있는 각종 보험료와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록 우리 집 뿐만이 아니라 다들 마찬가지로 또는 우리보다도 더 힘든 집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말 동안 마신 술로 매주 월요일은 '술병'을 달고 산다.


하루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한푼이라도 더 벌어 먹고 살려면 회사 나가 일을 해야지.. 뭐 어쩌겠는가..


내 차는 4일간 수리중이고 공업사에서 대차로 '모닝' 차를 받아서 오늘도 힘차게 출근을 해본다.


"달려라~ 모(하)닝~"


아무리 엑셀을 밟아도 속도가 붙지 않으니 최소한 과속 딱지가 날라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8시반에 출근해서 10시까지 직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지난 주 내내 준비한 입찰 서류들을 챙겨서 제출 장소로 출발~


잠시 후 12시에 입찰 서류 제출 시간이 마감되고 눈치를 보니 우리 회사 외에 아직 다른 경쟁사는 없어 보인다.


'제발 우리 말고 아무도 참여하지 않기를..'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자동으로 낙찰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입찰을 마치고 근처 약국에 들러 숙취해소제를 먹어 봤으나 효과가 있..을리가 없다..


살기 위해 당장 이번 주말부터 주말에 먹는 술의 양을 줄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 부부가 건강하게 150살까지 잘 살 수가 있을 것이다.


'150살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우리 부부의 모토이다..'




회사로 복귀하니 12시 점심 시간이 되었고 해장국을 먹을까 하다가 그냥 요구르트나 한병 마시기로 하였다,


'지금은 그 무엇을 먹더라도 그 이상을 토해낼 것만 같다..'


차에 내려가 쉬면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지만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어서 끊고 눈을 좀 붙였는데 잠이 오진 않았다..



1시, 기신기신 사무실로 기어 올라가 오후 일과를 시작해본다.


(오후 업무중..)


업체들은 독촉을 하고.. 사장님께서는 나를 쪼으시고.. 직원들은 제대로 따라와주질 못하고.. 총체적 난국이다.


거기다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가르쳐야 하고.. 개발자에게 개발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여긴 니들 취미 생활하는 곳이 아니고 월급을 받으려면 최소한 월급만큼의 일은 해줘야 하는게 인지상정이란다. 이 놈들아~!!"


(일처리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6시가 되면 어떻게 칼같이 퇴근들을 할 수가 있니? 참으로 대단들하구나..)



나는 오늘도 6시가 넘어 업무를 정리하고 내일 아침에 나갈 출장 준비를 하고 7시가 되어서야 사장님께 전화로 업무 보고를 하고 나서야 퇴근을 하였다.


오늘도 와이프에게 일찍 들어가 보겠다는 약속을 어긴 채로..


"매일 늦게 퇴근하는 서방님을 용서해다오~ ㅜ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면서 퇴근길 운전중..)



오늘은 속이 안좋은 관계로 부담이 덜한 음식들로 준비를 하라고 일러두었고 8시, 집으로 들어왔더니 된장찌개와 셀러드, 깍두기 등으로 저녁 한상이 준비되었다.


내가 저녁에 고기를 먹지 않는건 일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고 아무리 속이 안좋아도 술은 마셔야만 한다.


참 희안한 것은 아무리 속이 안좋아도 술한잔 마시면 언제 아팠는지 잊어버리고 술이 술술~ 잘만 들어간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둘다 주당으로 21년동안 이렇게 살고 있는 베테랑들이니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뒷감당은 책임 못 지고 본인들의 몫입니다~"



오늘은 매번 우리 부부의 생일을 잊지 않고 봉투를 보내주시는 고마운 처남 형님의 생일이라 카톡으로 송금을 해드려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안되고 있다.


"됐다. ㅇㅇ아~!! 마음만 받을께~ 이번 주말에 파주 부모님댁에 들를테니 그때 만나서 맛있는 거 다같이 먹자~!! ^^;;"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지만 형님 말씀대로 이번 주말에 찾아가서 봉투를 드려야겠다.



우리 부부가 함께 좋아하는.. 한번 보게 되면 멈출 수가 없는.. 드라마 '상도'가 다시 시작되었다.


21년 전.. 내가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기 바로 전에 재미있게 봤었고 이를 내가 와이프에게 소개를 해주어 이제는 와이프가 더 좋아하는.. 우리에겐 정말 추억의 인생 드라마이다.


'한 스무번쯤 보았을까.. 그럼 이번이 21번째인 것으로~'



그나저나 사고까지 나고 요즘 왜 이렇게 되는 일 없이 꼬이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간 우리 부부에게도 좋은 날이 올거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야겠지..


"힘내자, 우리 부부~"



힘든 월요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의지를 가지고 제대로 된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 해나간다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의지의 차이~!!"


"그 날까지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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