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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Jun 27. 2023

와이프 인생 첫 라멘시식~ 차수리완료&철쭉구경~

2023.4.15. 수리를 마친 내 차를 찾아오는 날

꿈에서 차를 몰고 모르는 길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길을 물어물어 겨우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꿈을 꾸다가 6시반에 눈이 떠졌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나는 더 자야하는데..'


옆에서 새근새근 고양이처럼 자고 있는 와이프가 부럽다.


블로그를 쓰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7시에 와이프를 깨워보기로 했다.



지난 주 일요일에 사고가 나서 '모닝'을 타고 다닌지 벌써 7일째.. 오늘 아침에 대차를 반납하고 수리를 마친 내 차를 찾아오기로 했다.


'모닝을 타고 다니는 것도 오늘이 진짜 마지막 날이구나~'



"잘거야? 그럼 나혼자 다녀와야겠네~♡"


"어디 가요~?"


"오늘 8시에 같이 정비소 가기로 했잖아~"


"같이 가요~"


"아냐, 힘들면 더 자~ 나혼자 다녀와도 돼~"


"잠 다 깼어요~"


"고~오뤠~~?"


주말 아침, 마누라 깨우기 어렵지 않아요~^^;


그렇게 우리 부부의 토요일 하루를 시작해본다.


7시 45분, 와이프가 준비를 하는 동안 집안 환기를 시킬겸 창문을 열고 공기청정기 필터를 끼워 틀어놓았더니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이라 공기청정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8시에 집을 나섰고 3~4km쯤 가다가 와이프가 내게 물었다.


"회사에서 받은 자동차 수리비 봉투 챙겼죠?"


"아니, 빨리 나온다고 정신이 없어서 생각을 하지도 못했네~"


"내일 들러서 드린다고 해요~"


"내일 여길 또 오자고? 안돼~"


그렇게 우린 유턴을 해서 집으로 돌아와 봉투를 들고 다시 자동차를 찾으러 공업사로 향했다.


비가 살짝 내리고 있지만 서오릉으로 가는 길 곳곳에 철쭉이 만개하여 꽃구경은 덤이었다.



8시반, 공업사에 도착해서 자비부담금 30%인 130만원에서 일단 10만원 깎고 회사에서 받은 65만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카드 6개월 할부로 결제를 하였다.


차수리비가 430만원.. '이 돈이면 차라리 중고차를 사는게 낫겠다'라고 여러번 생각을 해봤지만 '그냥 우리 부부의 목숨값이다..' 생각을 하기로 했다.


깨끗하게 세차도 해줘서 감사하지만 이미 비를 쫄딱 맞아버린 후였고 대차받은 모닝 작은 차를 8일 동안 타다가 오랜만에 큰차를 타니 또다시 적응이 안된다.


"이건 또 뭥미~"


그래도 아무리 빡세게 밟아봤자 겨우 100km 나갔던 모닝이를 타서 그동안 많이 답답했는데 내 차를 타고 쭈욱 밟아보니 "부와아앙~"하는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100km를 찍었고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함을 느낄수가 있었다.


드라이브를 하고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복권도 10장 사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하나씩 긁어 볼 생각이다..)



돌아오는 길에 여기저기 장을 보고 집에 오니 9시반, 막걸리 한잔하고 감자탕을 끓여달라고 해서 본격적으로 1차전을 시작했다.


와이프는 사과를 다 먹고 나서 딸기를 가져와 안주로 삼았다.


와이프가 내 머리를 보더니 너무 많이 길었다며 미용실에 가자고 했지만 나는 꼼짝도 하기 싫으니 다음 주에 가자고 했다.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이다.)


내가 사준 고양이와 토끼 머리띠를 번갈아가며 쓰고 있는 와이프를 보니 마냥 귀엽기만 하다.


"으이구~ 하여튼 예뻐 빠져가지고~"


"뭐에용~"


볼살을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오늘도 미모 열일중인 마누라다.


잠시 후 와이프가 이번에 산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이건 큰 가슴 때문에 지퍼가 올라가지 않으니 도저히 못 입을 것 같다며 조카에게 주기로 하였다.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꼭 입고 싶은 옷이었는데 아쉽다며 슬퍼하는 와이프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냥 '팔자'려니 생각하라고 했다.


TV 앞에 한달 전 사준 장미꽃은 아직도 안피고 있기에 정체를 알려주었다.


"그거.. 사실 조화야~"


"아니에요, 생화 맞아요~"


나는 분명 생화인줄 알고 샀는데.. 만져보니 조화 같다.


'그래, 조화면 어떻고 생화면 또 어떠하랴~'


"그것만 알아라.. 꽃보다 허냐가 더 이쁘다는거~♡"


내가 이러니 밖에서 민폐라는 소리를 듣고 사는거다.



12시, 와이프가 잠시 후 3시반부터 6시까지 교회에 말씀 공부를 하러 가야하는데 오늘이 간식 당번이라 같이 도와달라고 한다.


나더러 생전 처음 해보는 오렌지 껍질을 까달라고 해서 초반에는 서투르고 칼도 양날칼인지 몰라서 검지 손가락을 베어 버렸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한 '오렌지 쉽게 까는 방법'으로 해보니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과일 간식 14컵 드디어 완성~!!"


"도와줘서 고마워요~^^♡"


출처 : 은솔희섭mom의 데이바이데이 story~*

https://m.blog.naver.com/psy9133/222715256920



1시, 1차전 안주를 클리어하고 편의점에 가서 새로 나온 전주비빔밥버거를 사와서 2차전을 펼쳐본다.


밥버거를 안좋아하는 와이프 덕분에 나혼자 거의 다 먹어야만 했다.


(내가 한때 경남 진주에서 10년 넘게 살았었는데 맛있는 녀석들에서 진주냉면을 먹고 있는 것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2시반에 동네 커피숍에 미리 주문 예약해둔 샌드위치를 찾아서 3시에 같이 교회에 바래다주었고 이제부터 나는 3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p.s. 카페에서 서비스로 주신 달고나가 참 맛있다~



교회에서 좀 쉬다가 3시반, 우선 교회 근처에 친한 형님이 운영하는 당구장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릴겸 찾아갔다.


그렇게 간만에 사장님과 당구를 한게임 하다가 동호회분들이 대회를 하는 통에 정신이 없어서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국제식 대대에서 나는 23점인데 32점 사장님을 상대로 8:2로 앞서고 있었는데 아쉽다.


(사진은 6:2일 때 찍은 것 밖에 없다.)



당구장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다음 코스로 나혼자 길 건너편에 있는 코인 노래방에 가보기로 했다.


최신식에 방도 큼직하고 밖에 경치도 바라볼 수 있어서 다 좋은데 천원에 3곡이다.


(다른 곳은 500원에 2곡씩 하던데..)


중간에 선곡이 늦었더니 랜덤곡이 나와서 한곡을 날리고 2,000원으로 총 다섯곡을 불렀다.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부르는 노래들은 대충 아래와 같다.

1. 김형중 - 연인

2. 최백호 - 찰나

3. 신해철 - 민물장어의 꿈

4. 조승우 - 지금 이순간

5. 전람회 - 기억의 습작



노래방에서 나왔더니 5시가 넘었고 근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6시가 안되서 와이프가 나왔고 오늘 화장이 너무 잘 되어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한다.


"나, 인생 처음으로 지난 번에 벚꽃 구경할 때 봤던 일본식 라멘 먹으러 가고 싶어요~^^"


"거긴 걸어서 가긴 너무 멀고.. 잠깐만~ 그래 여기, 우리 집 근처에도 유명한 라멘 맛집이 있는데 여기로 가자~^^"


와이프가 가자고 한 집은 '오레노 라멘집'으로 미슐랭 가이드 3연속 추천 맛집이고 내가 가자고 한 집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동네 맛집으로 유명한 '옥토끼 제면소'라는 곳이었다.


이 집의 라멘은 딱 두가지인데 장시간 우려낸 진한 닭육수를 사용한 라멘인 백탕면과 진한 닭육수와 맑은 건어물 육수를 배합한 라멘인 청탕면이다.


둘이서 청탕면 하나를 시켜서 먹고도 결국 면을 남기고 말았다.


물론 이 집은 맛집이겠지만 우리 부부는 둘다 소식러에 와이프는 처음 먹어보는 것이고 나는 일본식 라면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



7시까지 라멘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닭꼬치 트럭이 나와서 놀랐다.


이 닭꼬치 사장님은 내가 찾을 때는 안나오고 찾지 않을 때만 나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



7시반, 집에 와서 내가 장을 봐온 걸로 가쓰오부시를 곁들인 유부조림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4차전을 치뤘다.


와이프가 고양이 머리띠를 쓰면 완전 귀요미가 되어 정말 잘 사준 것 같다.


원래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이상한 판타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TV도 보고 영화도 보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새 10시반.. 일찍 일어나서 힘들었는지 와이프가 먼저 자보자고 해서 나도 한두잔 먹고 잘테니 먼저 자라고 했다.


TV를 끄고 요즘 꽂혀 있는 최백호의 새 앨범 노래들을 듣고 있는데 계속 안아 달라고 칭얼대는 마누라가 귀여워서 먹던 상을 치우고 일단 안아 주었더니 행복해하며 잠이 들었다.


다시 11시에 일어나서 한두잔 더 하고 나도 이제 사랑하는 마누라 옆에서 같이 자봐야겠다.



오늘따라 정말 긴긴 하루였다.


하루하루 글을 쓰면서 2,000자를 넘기지 말아야지.. 했다가 3,000자를 넘길 때가 있고.. 3,000자를 넘기지 말아야지.. 했다가 오늘 처음으로 4,000자를 넘기는 날이 왔다.


일찍 일어난 것도 있고 그만큼 한 일들도 많은 하루였다는 반증일 것이다.


오늘은 이만 푹 자고 나밖에 모르는 와이프와 함께 내일도 함께 멋진 주말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을 해봐야지..


오늘도 하루 만큼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토요일은 행복하셨나요?


혼자서든,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든 본인 스스로 행복을 찾아 누릴 수 있는 당신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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