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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May 17. 2023

남편의 운전 스타일

내 남편 탐구생활 9화


남편은 평소에 자기는 성격이 급하다고 말을 한다. 헌데 나와 함께 있을 때 난 하나도 급하다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운전할 때는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앞에서 조금이라도 기어가는 차가 있다면 제껴야 직성이 풀리고, 차선은 항상 1차선만 고집하고, 차선이 밀리면 옆차선에 갔다 거기가 막히면 또 제자리로 갔다... 앞으로 끼어들려는 차가 있으면 절대 양보해주지 않는다.


평소에 난 여자치고 잔소리를 거의 안 하는 편이다. 남편이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너무나 잘 하기 때문에 할 얘기가 없는 것이다. 거기에 대고 말을 한다면 그건 정말 '잔소리'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내가 유일하게 잔소리를 할 때는 남편이 운전대를 잡았을 때다!! 결혼하기 전 친정 부모님의 차를 탔을 땐 항상 안전운전을 하셨고 되도록이면 차선도 잘 안 바꾸시며 끼어들어오는 차가 있으면 웬만해선 양보를 해주셨던 분들이셨다.


그런 부모님의 차를 타다가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니 정말 난폭운전이라고 밖에 느껴지질 않는다!! 자신은 안전운전을 한다지만 손에 땀이 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어쩔 땐 그냥 눈 감고 아예 보지를 말자... 할 때도 많다.


그래도 어쩌다 한 번쯤은 나도 남편을 풀어주기도 한다. 남편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저번처럼 울산갔을 때 밤에 잠을 잘 못자 피곤하니 집에 일찍 도착하고 싶다며 봐달라 얘기할 때는 나도 마음껏 밟아보라고 한다.

계속 잔소리만 한다면 나도 속좁은 사람밖에 안 될 테니까...


그래도 남편!! 우리 제발 안전운전 좀 해요~ 차선 좀 그만 바꾸고 양보도 좀 하고... 부탁이에요 ㅠㅠ



p.s. 남편은 '운전하는 타입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누는데 아래와 같다.


1. 베스트 드라이버 : 교통 법규를 준수하는 모범적인 운전자, 이들은 교통범칙금이나 벌점이 무엇인지 조차 잘 모르는 부류다.


2. 패스트 드라이버 : 베스트 드라이버보다 조금 더 스피드를 즐기며 가끔 '속도 위반 딱지'를 받는 보통의 일반적인 운전자, 이들은 벌금은 알아도 벌점이 뭔지 아직 낯설어 하는 부류다.


3. 비스트 드라이버 : 패스트 드라이버보다 더 많이 스피드를 즐기며 끼어들기, 불법 주차 등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로 속도 위반 딱지는 기본이며 불법 주정차, 장애인 구역 주차 위반은 물론 중앙선 침범 등 10대 중대 과실에 벌점까지 덤으로 받는 보편적이지 않은 극소수의 운전자, 면허취소 또는 벌점감경교육을 최소 1회 이상 수료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남편이 '어쩌다가 비스트 드라이버가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이게 다 회사에서 출장을 돌아다니면서 약속 시간에 쫒기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생긴 습관인 것 같다고 한다.

원래 모든 일들이 다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남 탓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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