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을 기꺼이 짊어준 너에게
오늘은 두 번째 편지를 쓰는 날이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3년간 같은 반에서 지지고 볶았다.
MBTI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너무나도 전형적인 ESTJ 같던 친구다. (MBTI 운운 좀 그만하라면서 이렇게 또 써먹는 모순적인 나다..)
이 친구는 내가 우울증에 허덕일 때 내가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어디서 혼자 울고 있지는 않은지 늘 본인만의 방식으로 나를 살펴주었다.
중요한 말을 중요한 순간에만 내뱉는 그 아이의 능력이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자기만족에서 비롯된 도움이 아닌,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만 가닿는 그 아이의 선택적 온기는 내가 그간 살면서 느꼈던 어떤 온기보다도 따뜻했다.
언제나 나보다 강했고, 나보다 더 쉽게 일어나는 친구였다.
이 친구가 시험 준비를 한 지 어느덧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어떤 것은 지독히도 변하지 않았는데, 매년 내 생일을 축하해 주는 그 친구의 온기도 그중 하나다.
시험공부를 하느라 돈이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늘 덧붙이며, 그보다 더 값진 말들을 내 생일에 쏟아주는 친구다.
오늘은 그 친구에게 바친다.
지금은 불러내서 만나기 힘드니 아이패드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