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아홉 번째 편지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아리게 하는 너에게

by 수프림

사람에게는 저마다 지우개로 쓰윽 지우고 싶은 인생의 한 페이지가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는 고등학교 재학 3년간의 시간이 그러했다. 내가 싫고, 나를 둘러싼 환경이 싫었다. 그 시간을 입 밖으로 내기만 해도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라도 하는 양, 그 사간들을 기억 저편에 묻어두려고만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어떤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손을 잡고 걸은 것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 없이 못 사는 그런 사이가 아니었는데도. 그런데도 그런다.


이 마음이 생경하면서도 너무 예뻐서 자꾸만 되돌려보다가, 이유 없는 사랑이 이런 거라는 걸 알았고, 그런 사랑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나의 학창 시절이 아름답고 아련한 청춘물로 변모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너무 고마워서 자꾸만 좋아한다고, 고맙다고 말하게 되는 친구다. 그 친구에게 바친다. 내가 많이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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