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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희 Feb 26. 2024

1. 이직할 회사 고르기

주니어 마케터가 스타트업을 고르는 기준

이 매거진은 아래 해당하는 분들이 편하게 읽어보시기 좋습니다.


    ▸ 넥스트 스텝을 고민하는 주니어

    ▸ 올해야말로 이직을 단단히 결심한 마케터

    ▸ 어떤 회사가 맞을지 고민 중인 사회초년생


쌩신입도, 경력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 사이 어디 즈음에서 얼마 전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직접 해보지 않곤 못 배기는 성격 탓에 짧은 경력 못지않게 다양한 회사를 경험해 왔다.

그리고 그 덕분에 여러 회사를 만나면서 일찍히 회사를 선택하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이전에 회사를 지원할 때는 완벽한 회사를 찾았는데, 모든 걸 만족시키는 회사는 없다는 걸 알았다(?!)

^_ㅠ

대신, '이런 점은 나와 잘 맞는 회사네'하는 기준이 하나 둘 생겨났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만의 '잘 맞는 회사를 고르는 기준'을 정리해 써 내려가본다.



01 첫 번째 기준, 사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회사


벌써 4군데 회사를 다니며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점은 회사의 만족도는 사람이 크게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이다. 주변에 직장인 친구들이랑 나누던 회사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회사가 좋은 이유도, 싫은 이유도 결국은 사람으로 귀결된다. 그만큼 우리 모두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내가 고를 수 없다. 그래서 선뜻 퇴사를 선언하거나, 이직을 다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갈 회사의 사람이 나와 잘 맞을지 알아보기 위해 확인해 보는 나만의 방식이 생겼다.


첫 번째는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동료 알아보기.

그간 일을 하면서 재밌게 일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리더, 동료와의 합이 잘 맞을 때였다. 그래서 가능한 내가 스스로 나와 맞는 동료를 직접 알아본다. 구글링으로 인터뷰를 찾아 읽어본다든가, 그 회사에 지인이 있다면 어떤 분인지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여쭤본다. 내가 함께 같이 일하면 잘 맞을 것 같은지 등등..

특히 일하면서 컨퍼런스나 웨비나를 들을 기회가 많았는데, 이때 접한 리더, 실무자 분들의 사례를 들으면 그 회사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채용 과정에서 접한 사람들로 가늠해 보기.

인터뷰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이 회사와 내가 잘 맞는지 서로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회사가 '이 사람 뽑아도 괜찮을까?' 하는 마음으로 보는 것처럼 나도 인터뷰에서 만난 분들을 보며 '이 회사 사람들은 어떨까?'하고 예측해 본다. 인사담당자와의 대화를 통해서는 이 회사의 분위기나 문화를 파악할 수 있다. 리더와 실무자, 그리고 대표와의 대화에서는 N년 간 축적되어 온 빅데이터인 감(?)으로 이 회사 사람들이 좋은 사람일지 알 수 있다. 만약 이유 모를 쎄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면 좋은 인터뷰 경험이었다 생각하며 만남을 마무리짓는다.

최근에 리더와 1 on 1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동안 인터뷰 경험이 좋았던 곳들을 생각해 보면 내가 특별히 잘 봐서라기보다는 면접관과의 케미가 잘 맞아서 가장 나다운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그리고 실제로 인터뷰 때 잘 맞다고 생각이 든 회사의 동료들도 함께 일해보면 케미가 잘 맞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끼지 않도록 나도 도움이 되는 동료가 되어야겠다!)




02 두 번째 기준, 인정

내 가치를 알아주는 회사


매슬로우의 욕구이론 중에서도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언급되는 것처럼, '내 가치를 알아주는 곳인지'는 회사를 고를 때도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나를 알아주는 회사에서 안전하게 마음 놓고 실력을 펼칠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이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일한 적이 있다. 위축된 탓에 내가 잘하는 일도 못하게 되어서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했다. 반면, 인정받는 느낌이 드는 회사에서는 내가 들어오기 전 예상한 것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사람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내 가치를 알아주는 회사인지'였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나를 인정해 주는 곳인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첫 번째는 내 장점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라는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 거의 항상 '나의 어떤 점을 좋게 생각했는지'를 묻는다.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내 장점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도 듣는다면 내 가치를 알아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잘하는 걸 스스로 알고 있어도 남의 입을 빌려서 듣는 건 와닿는 감도가 사뭇 다르다. 인정이 있는 곳에서 일한다면 내 가치를 내가 더 잘 알게 되고, 장점을 배가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처우 협의 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칭찬이 정성적인 평가라면 연봉은 숫자로 보이는 나의 능력에 대한 인정이다. 두 곳 이상의 회사를 붙고 난 다음 선택하는 경우도 더러 있을 텐데, 오퍼레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각 회사들이 나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잘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기대 연봉보다 살짝 높은 수준을 제안하는 곳이 잘 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제안하는 곳은 그만큼 나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기에 많은 일을 감내해야 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팀 인원이 대거 퇴사했다든지.. 독박 마케팅을 해야 한다든지..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내 기대 수준보다 너무 낮은 연봉을 제안 받는다면 내가 스스로를 너무 과대 평가하고 있진 않은지 혹은 반대로 저평가당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돈도 돈이지만, 처우 협의 과정에서 인정의 정도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근데 어쨌든간 돈 많이 벌고 싶다요~)

난 돈이 좋아~

사실 어렸을 때는 돈을 막 그렇게 좋아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니 연봉이 내 성적표처럼 느껴졌다. 좋은 성적표를 받는 게 내 실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무조건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행복은 돈으로 누릴 수 있는 것 같다고 최근 들어 느끼는 중이다.




03 세 번째 기준, 균형

일도 삶도 중요한 회사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갈려도 좋으니,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그래서 워라밸은 나에게 있어 제일 뒤에 따라오는 기준이었다. 하지만 겪어보니 열정은 불태우는 만큼 빨리 번아웃이 오게 되는 것 같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은은한 빛처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먹고, 쉬고, 운동해야 일 생각도 잘 난다.


내가 생각하는 균형이 잘 잡힌 회사는 몰입을 잘할 수 있는 곳이다.

출근하고는 아웃풋을 내는 데에 몰입하고, 퇴근 후에는 운동/취미/여가 인풋을 쌓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그래서 퇴근 후 쌓은 인풋이 다시 새로운 아웃풋의 씨앗이 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지금의 나에게는 잘 맞다.


이런 문화가 잘 잡혀있는 회사에는 대부분 퇴근 후에도 각자 개성 넘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매일 거의 빠짐없이 일기를 쓰는 사람, 하루에 두 탕씩 운동을 다녀오는 사람, 스우파 댄서에게 춤 배우는 사람... 업무적으로 배울 점은 물론 자기만의 루틴이나 취미가 확고한 분들이 많다. 나도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인데도 회사를 다니다 보면 잊게 되곤 한다. 이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좋아하는 것을 지키고 즐기는 태도를 배우고 있다.




04 그 밖의 기준

회사의 인지도, Product Life Cycle..

앞서 말한 기준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다음 이직을 생각한다면 회사의 네임밸류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 대부분의 네임드 회사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지나 안정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기를 함께 하고 싶다면 규모가 작더라도 함께 자랄 수 있는 회사를 가는 게 좋을 것이다.


나에게 회사 고르기는 교환학생 갈 나라를 고를 때와 비슷했다.

암묵적인 순위(?)가 존재하는 대학과는 달리, 교환학생 갈 나라는 어디가 상위권이다 하는 기준이 없다. 영어를 배우기 좋은 영국이 누구에게는 최고의 나라였을지 몰라도, 누군가는 날씨 때문에 우울한 감정이 지배했던 나라로 기억할 수 있다. 관광 명소가 많은 스페인이 누군가에겐 즐길 거리가 많은 천국이었을지라도, 누군가에겐 항상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했던 불안한 기억이 강한 곳일 수 있다. 이처럼 남들이 좋다 하는 나라가 나에게 잘 맞을 수도 안 맞을 수도 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회사가 나에게도 좋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남들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경험담보다는 나의 경험이 나에겐 제일 정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경험을 다 해볼 수는 없기 때문에 회사 고르기는 참 어렵다. 전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여전히 고민이 든다. 글로 정리하니, 되게 정돈된 고민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실제론.. 아니다!

이게 바로 진짜 나다..


지금 내린 기준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기준이든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선택한다면 단순 감으로 선택할 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새 글을 올리지 못할 때가 많은데요,

글이 올라오지 않을 때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 덕분에 고민을 줄이고 글을 올려봤습니다.

소식이 없을 때도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리고 최근 제 독자이신 CRM마케터 분과 커피챗을 했는데요, 덕분에 업무적으로 공감되고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보실진 모르겠지만, 이 글을 빌어 먼저 연락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다시 드려요. 고맙습니다!)



다음 편 예고


잘하는 거 더 잘하기 vs 못 하는 거 배우기

:  둘 중에 어떤 걸 잘할 수 있는 회사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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