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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희 May 06. 2024

2. 잘하는 거 더 잘하기 vs 못하는 거 채우기

둘 중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을까

이 매거진은 아래 해당하는 분들이 편하게 읽어보시기 좋습니다.


    ▸ 넥스트 스텝을 고민하는 주니어

    ▸ 올해 이직을 단단히 결심한 마케터

    ▸ 어떤 회사가 맞을지 고민 중인 사회초년생



잘하는 걸 더 잘해야 할까?
아니면, 못하는 걸 채워야 할까?


3개월 전까지 내가 달고 살던 고민이다. 어느 순간, 내가 있던 곳에서는 둘 다 충족시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직을 마음먹고 고민이 생겼다.

내가 잘하는 걸 더 잘하는 곳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못하는 걸 채울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할지.


그리고 고민 끝에 지금은 나만의 답을 찾아 결론을 내렸다. 아래에 그 고민의 과정을 차곡차곡 눌러 담아봤다.




00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구분하기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는 곳과 못하는 걸 채울 수 있는 곳. 둘 중 어느 곳이 나에게 좋을지 선택하기에 앞서,

우선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부터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케팅에 필요한 스킬을 크게 2가지로 나누라고 한다면, Creative 역량 / Tech 역량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둘 다 잘하는 마케터 분들이 많겠지만, 나는 Technical한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일하면서 느꼈다. CRM마케터는 기획한 바를 실제로 구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구현을 해주시는 개발자가 있는 환경에 계시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마케터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개발 이해도가 필요할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자면,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 리마인드를 보낼 때 실시간 할인율 등 구체적인 정보를 함께 보내고 싶다면 API로 호출해서 보내는 게 좋다. 그래서 상품 정보 API가 없다면 개발팀에 요청해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마케터이지만서도 개발자에게 요청서를 쓸 수 있을 만큼의 개발 지식은 최소한 있어야 한다. 또한 실제로 개발이 완료되었을 때, API를 어떻게 호출하고 어떤 정보를 인덱싱해서 쓸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API 문서를 읽는 법을 몰라서 더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활용하지 못한 점, 개발 요청서를 쓸 때마다 머리를 쥐어짜도 구체적으로 써내지 못하는 점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케터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었다. 이런 것까지 하려고 마케터가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원하는 기획을 구현하려면 이런 것까지 할 줄 알아야 했다. 그리고 나는 마케터이면서도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면, Creative에는 상대적으로 자신이 있다. 본래 창작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콘텐츠마케팅을 첫 커리어로 시작한 덕도 크다. 고객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것을 일하면서 체득했다. 그래서 고객 관점에서 어떤 소재가 후킹할지를 고민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베었다. 마음 가는 대로 기획하고 나서 고객의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보다는, 고객의 취향을 살피며 기획하고, 성과를 보고 나의 예상이 맞는지 점검했다. 그래서 CRM을 할 때도 고객 관점에서 설득이 될만한 메시지 발송 시점을 고민하고, 로직을 짜고 카피를 쓰는 데에는 비교적 자신이 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나에게 Creative는 더 잘하고 싶은 일이고, Tech는 감추고 싶은 약점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나에게는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좋을까, 아니면 못하는 걸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좋을까?




01 잘하는 거 더 잘하기


도움이 되는 구절이 많아 밑줄 치며 읽던 책 <일의 격>에서는 '남들이 다 잘하는 일을 좇아가봤자 탁월하기 어렵다'고한다. 위임할 수 있는 일은 나보다 더 잘하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걸 권장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라고 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의 격>의 다른 인상 깊은 글귀는 위 글에서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에 있던 회사에서는 숫자 보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동료가 있었는데, 나도 수치화 능력이 전에 비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이 동료만큼은 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기획에 있어서는 오히려 내가 다른 동료 분들에게 의견을 많이 주곤 했다. 그래서 서로가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는 팀에서 일하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나와 장단점이 서로 보완되는 동료들만 만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못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할 줄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잘하는 걸 더 잘하고 싶었다. 못하는 걸 굳이 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커리어 초반에는 잘하는 걸 찾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잘하는 것만 고수하면 언젠가 도태될 수도 있다. 90년대생이라면 아는 미키마우스 MP3로 유명한 아이리버는 현재 사운드 제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칫솔살균기, 무선충전기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잘 만드는 MP3만 고수했다면, 혁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나의 강점은 유지하면서도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마케터이고 싶다.




02 못 하는 거 채우기


요새는 못하는 것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뾰족하려면 먼저 뭉뚝해야 한다.

그리고 진짜 내가 못하는 일인지, 아니면 제대로 안 해봐서 못하는 일인지는 해봐야 알 수 있다.


특히 내가 이미 잘하는 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이라면, 두려워도 한 번 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잘하지 못하는 Liquid, Connected Content를 활용한 개인화는 잘할 줄 안다면 기획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당장은 어려워도 할 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하는 것 하나만 가지고는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전에도 비슷한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어느 한 분야의 1000명 중 1명이 되긴 어렵지만, 분야를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면 1000명 중 1명이 빠르게 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위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여전히 나는 기획할 때 더 잘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여전히 테크니컬한 부분은 어렵다. 하지만, 못하는 것도 평균치 이상은 할 줄 알아야 내 강점이 더 돋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기술적인 것도 알아야 실현 가능한 CRM 시나리오를 자주 떠올리고 많이 구현할 수 있다.



03 잘하는 거 + 제일 잘하는 거


예전에는 기획을 잘하는 마케터를 추구했다면,

지금은 머릿속에 있는 기획을 빠르고 정확하게 구현하는 CRM마케터가 되고 싶다. 구현한 CRM 시나리오로 지표 성장이라는 정량적인 뿌듯함과 호의적 고객 반응이라는 정성적인 뿌듯함 둘 다 자주 느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못하는 기술적인 부분도 잘하는 것으로 만들어서, 더 완성도 높은 기획을 구현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못하는 걸 잘하는 걸로 만들고, 잘하는 건 더 뾰족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향하고 있는 커리어 루트를 도식화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찾고,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역량을 키워나갔다.

마케팅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는 걸 알고, 그중에서도 콘텐츠 기획이 나에게 잘 맞다는 것을 알고, 발전시켜 나갔다.


그리고 첫 번째 시기를 넘어, 지금은 못하는 것도 해보면서 평균치를 올려야 할 두 번째 시점에 도착했다.

잘 모르는 기술적인 것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더 다양한 기획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기획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잘하는 걸 더 잘하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못하는 것도 부딪치며 시도해 보는 중이다.


어느 정도 모든 능력이 평균치에 다다르면, 다시 나만의 강점을 뾰족하게 다듬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때는 평균적으로 잘하는 다른 능력들이 뒷받침되어, 가장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새 글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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