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흉내

연기로 사라진 원혼

by 닥터플로

냄새에 민감하고, 특히 흡연을 혐오하는 배우자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30년 넘게 흡연자로 살아온 내게 일상적인 긴장과 불안을 유발한다.


실내 흡연이 불가능한 상황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자연스럽게 집을 벗어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냈다. 예컨대 집 앞 마트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거나, 매일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처럼 이웃 아줌마들의 칭송을 듣는 일들은 사실 흡연 욕구 해소를 위한 얄팍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러한 행동은 아내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나름 합리적인 행동이다. 그렇지만 이런 행동들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저울에 올라 몸무게를 확인하고, 증가한 수치를 핑계 삼아 산책을 나선다. 산책은 건강을 위한 행동이자, 동시에 흡연을 위한 '외출의 정당화’이기도 하다.


한편, 아무 생각 없이 담배 한 개비를 태운다는 건, 누군가가 볼 때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연기로 만들어 버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서 그 짧은 5분,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사유를 한다. 그리고 간혹 떠오른 멋진 생각이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한다.




연기로 사라진 원혼


내 몸을 불태워 일시적 만족 밖에 드리지 못했지만

당신은 기억해야 합니다


수 없이 나를 태워버린 가느다란 당신의 손길

그 위로 퍼져나가는 나의 원혼들


홀연히 사라진 연기는

언젠가, 당신의 폐 속에 검게 피어날 것입니다



이제 담배 한 개비를 피는 동안 <연기로 사라진 원혼>이라는 시의 초안이 완성되었지만, 어떻게 보면 처절한 반성문이 되고 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천상병 시인처럼 담배를 피우며 멋진 시를 써낸다는 건 계몽된 현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나는 오늘도 따가운 시선을 피해 구석진 곳으로 숨어드는, 담배 한 개비의 유혹조차 뿌리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살아간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나약했는지도 모른다. 나약함이 싫어 어른처럼 보이려, 어른의 행위를 모방하던 습관은 지금의 삶이 되었고, 여전히 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나약한 어른으로 자라 어른 흉내를 내며 살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담배 (천상병, 1930-1993)

담배는 몸에 해롭다고 하는데
그걸 알면서도
나는 끊지 못한다.

시인이 만약 금연한다면
시를 한 편도 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시를 쓰다가 막히면

우선 담배부터 찾는다.
담배연기는 금시 사라진다.

그런데 그 연기를 보고 있으면
인생의 진리를 알 것만 같다.

모름지기 담배를 피울 일이다.
그러면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될 터이니까!


지금도 나는 죄책감과 안도감 사이에서, 홀연히 사라질 연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담배를 끊을 시기를 조심스럽게 조율하고 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