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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

상담& 자기성장 2편

by 다정다감 전수현

부부가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온 지 25년.

아이들은 어느새 성인이 되었다.

이제는 둘만의 시간이 많아졌지만, 정작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낯설어졌다.


50대 부부인 정수씨와 혜진씨는 그간 쌓아온 서운함이 폭발하면서 부부상담을 신청했다.


"왜 그렇게 말해?"


상담실에 들어선 두 사람은 처음부터 날을 세웠다.


“나는 그냥 내 기분을 말한 건데, 당신은 늘 예민하게 받아들여.”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당신이 늘 나를 무시하는 말투잖아.”


언뜻 사소해 보이는 말싸움이었지만, 그 안에는 지난 세월 동안 해결되지 못한 감정들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나 달랐다. 남편 정수씨는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삭이는 편이었고, 아내 혜진씨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그때그때 풀어야 하는 성향이었다.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잖아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정수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혜진씨는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부부 상담의 초반에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상대방을 탓하는 대화가 주를 이뤘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정수씨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우리 부모님은 대화가 거의 없었어요. 아버지가 화를 내면 어머니는 그냥 참고 넘겼어요. 저도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웬만하면 말을 아끼려고 해요.”


반면 혜진씨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관계가 유지된다고 생각했다.


“저는 혼자 감정을 쌓아두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그때그때 풀어야 하는데, 남편은 제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에요.”


각자가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다를 뿐, 그 바탕에는 서로를 사랑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방식이 다르다 보니 상처로 남았던 것이다.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



상담 5회기부터 두 사람은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부부가 서로의 감정을 건강하게 전달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나'를 주어로 대화하기

• “당신은 늘 나를 무시해.” → “나는 당신이 내 말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서 속상해.”


• 상대방을 비난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방어적인 태도를 줄일 수 있다.


• 감정에 이름 붙이기

• “그냥 짜증 나.” → “나는 오늘 외로움을 느꼈어.”

• 감정을 세분화해서 표현하면 상대방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 감정을 바로 표현하기

•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너무 늦지 않게 적절한 시점에 이야기해야 한다.


• 경청하기

•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경청이다. 상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판단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정수씨는 자신의 감정을 입 밖으로 내는 연습을 했고, 혜진씨는 감정을 표현할 때 남편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



상담 후 변화와 사후 대처



10회기 상담 후 정수씨는 말했다.


이제는 아내가 왜 그렇게 감정을 표현했는지 알겠어요. 저도 제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됐고요.”

혜진씨 역시 변화를 느꼈다.


“남편이 가끔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예전 같으면 쌓아뒀을 서운함을 이제는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상담이 끝난 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감정 대화의 날’을 정해 서로의 감정을 나누도록 했다.


작은 갈등이 생기면 바로 쏟아내지 않고 그날까지 기다렸다가 이야기하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 그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당신도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있나요?



많은 부부가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면 관계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은 배우자와 감정을 어떻게 나누고 있나요? 혹시 감정을 숨기거나 반대로 너무 강하게 표현하고 있지는 않나요?"


부부 상담이 꼭 문제가 있는 부부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상담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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