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마음의 출발점 / 1회
상담실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저는 괜찮아요.”
표정도 단정하고 말투도 차분하다.
문제없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나올수록, 나는 마음을 더 천천히 살핀다.
괜찮다는 말이 진심일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 말은 습관처럼 먼저 튀어나온다.
몇 해 전 상담실에 왔던 한 분이 떠오른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가정에서도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다만 이유 없이 자주 지치고, 아무 일도 하기 싫은 날이 늘어났다고 했다.
“이 정도로 상담받으러 와도 되나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해본 적은 언제였나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분은 웃으며 말했다.
“기억이 잘 안 나요. 어릴 때부터 울면 안 됐거든요.
집안 분위기가… 울면 더 힘들어졌어요.”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사람은 괜찮은 척을 한 게 아니라, 괜찮은 척을 배우며 자라온 사람이라는 걸.
아이에게 괜찮은 척은 성격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다.
울면 혼나고, 힘들다 말하면 분위기가 더 나빠지는 환경에서는 아이는 빠르게 눈치를 배운다.
그리고 마음보다 표정을 먼저 관리한다.
“나는 괜찮아.”
이 말은 그 시절,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기술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데 있다.
힘들어도, 서운해도, 억울해도 마음은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스스로 접힌다.
그래서 상담실에서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왜 이렇게 작은 일에도 힘들어질까요?”
작은 일이어서가 아니다.
그동안 너무 많은 감정을 괜찮다는 말 아래 차곡차곡 눌러두었기 때문이다.
괜찮은 척을 오래 하면 자신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슬픈지, 화가 난 건지, 그냥 피곤한 건지 마음의 신호가 흐려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하루, 별일 없이 잘 버텼다면 아마 또 괜찮은 척을 했을지 모른다.
괜찮다.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아야 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그 마음을 조금만 천천히 들여다봐도 된다.
괜찮은 척을 멈추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괜찮지 않은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차려 주는 연습이면 충분하다.
오늘의 알아차림 한 줄
괜찮은 척은 나의 성격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배운 마음의 기술이었다.
다음 월요일,
이 마음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