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버티는 마음의 후유증 / 9회
번아웃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말이 있다.
“열정이 식어서 그런 거죠?”
아니다.
번아웃은 열정이 없어서 오지 않는다.
너무 오래, 너무 성실했을 때 찾아온다.
번아웃으로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없는 사람’이었다.
지각하지 않고, 약속을 어기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낸 사람들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제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 몰랐어요.”
이 말에는 억울함이 담겨 있다.
나는 늘 최선을 다했는데 '왜 내가 먼저 쓰러져야 하느냐'는 마음이다.
상담 중 한 내담자에게 물었다.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나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그런 걸 잘 못해요. 제가 해야 할 일은 제가 해야죠.”
이 문장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혼자 버티는 삶의 선언이다.
번아웃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작은 무리를 반복해서 무시할 때,
몸과 마음의 신호를 계속 넘길 때
조용히 쌓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버틸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을 때 무너진다.
번아웃은 게으름의 반대편에 있다.
자기 요구가 너무 높았던 사람, 스스로에게 휴가를 허락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더 자주 찾아온다.
회복의 방향은 분명하다.
더 잘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덜 버텨도 괜찮다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성실함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성실함이 나를 해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라는 말이다.
지금의 지침은 오래 성실했던 마음의 후유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