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 자기성장 3편
상담은 마음에게 말을 건다.
"선생님, 저는요… 그냥 아무 생각 없어요."
열일곱 살, 어깨를 잔뜩 움츠린 아이가 내 앞에 앉아 그렇게 말했다.
나는 안다.
그 말이, “도와주세요”의 다른 표현이라는 걸.
상담실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와달라’는 말을 직접 하진 않는다.
그저, ‘아무 생각 없다’며 눈을 피하거나, ‘몰라요’라고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나는 그 말 없는 말들 속에서, 가장 큰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말보다 먼저 마음이 온다.
말보다 먼저, 그 아이는 나를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왜 그러니?’가 아니라, ‘그래, 그럴 수 있지’
상담자로서 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함께 찾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왜 그랬어?" 대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때 너는 어땠니?"라고 묻는다.
그 순간 아이는 ‘설명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된다.
비로소 자기 속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 아이는 나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자신이 느꼈던 두려움, 외로움, 그리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던 어른들에 대한 서운함을.
그 아이는 자기 목소리로 자기 마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치유는 기술보다 시선이다
상담은 어떤 특별한 기술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바라보는 시이다.
그 시선에 ‘판단’이 있는지, ‘기다림’이 있는지에 따라 상담의 깊이가 달라진다.
나는 여전히 매 상담마다 다짐한다.
‘지금 이 순간, 이 한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자.’
그 마음만 잊지 않으면,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말을 기다리고 있나요?
당신 곁에도 말없이 마음을 건네는 누군가가 있지 않나요?
그 사람을 향한 당신의 시선은 어떤가요?
판단이 아니라, ‘기다림’으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