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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

전수현 자작시 #9

by 다정다감 전수현

순댓국



순댓국처럼

뜨근하고 시원한

나도 그런 가슴이면 좋겠다


추운 가슴 데우고 싶을 때

끓어 넘치는 국물이 오히려 시원한

뚝배기 순댓국 같은

그런 맛이 내 안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살아간다는 것이 깔깔하기만 한 날

파 송송 썰어 얹은 순댓국에

곰삭은 나박김치 하나 만으로

삶이 시린 사람들에게

속까지 시원해진다는 고백

수없이 들을 수 있는

내 편 같은 맛


뚝배기처럼 데워지면 잘 식지 않는

나도 그런 가슴이고 싶다.






#시작노트

뜨끈한 국물 생각이 나면 떠오르는 집이 있다.

그해 12월 말 경 서울에 갔던 날은 유난히 추웠다. 호호 입김을 내뿜으며 한참을 헤매다 들어간 식당이 순댓국 전문집이었다. 식당 안과 밖의 기온차로 유리창은 성애가 끼어 밖이 보이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이 앞에는 한결같이 소주병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댓국이 놓여있었다.

그날 나는 처음 순댓국을 먹어봤다. 그리고 추울 때 먹으면 제맛이라는 주인의 말에 공감했다. 가슴 시린 이들을 위한 흔하고도 귀한 맛이었다. 나도 순댓국처럼 따뜻한 위로가 되는 가슴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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